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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식문Liturgical Forms에 대하여
손재익 목사 (한길교회)
로마 가톨릭이 사용하는 기도서(the Book of Prayer)나 기도문, 그리고 예식문, 정교한 의식에 따라 행하는 그들의 미사(mass)
때문에, ‘예식문’ 이라고 하면 로마 가톨릭이나
영국 국교회가 주로 사용하는 것이라는 오해를 하기가 쉽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예식문(Liturgical Forms)은 종교개혁의 소중한 유산이다.
개혁자들은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을 모토로 하면서 이 때 “성경 외에는 다른 것이 필요없다”라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 ‘성경에 최종적 권위’를 두기를 원했다. 그렇기에 성경을 잘 설명하기 위해 신앙고백서와
요리문답서를 만들었고, 그에 기초하여 각종 예식문을 만들었다. 그렇게
나온 예식문에는 (유아, 성인)세례 예식문, 공적 신앙고백 예식문,
성찬 예식문, 직분자 임직 예식문, 결혼 예식문
등이 있다.
예식문을 사용하는 것은 마틴 루터에서 시작해 쟝 칼뱅과 도르트 대회까지 이어지는 종교개혁의 중요한
전통이자 유산이다.[1]
마틴 루터는 1523년에 세례 예식문을 작성하여 사용하였고,
츠빙글리(Zwingli)나 부서(M. Bucer, 1491-1551)도 세례 예식문을 작성해서
사용했다. 칼빈은 부서의 세례 예식문에 영향을 받아 제네바에서 세례 예식문을 작성하여 사용하기도 했다.[2]
특히 도르트 대회(1618-1619)는 그 유명한 도르트 신경(Canons of Dort)을 작성하는 일 뿐만
아니라 그 외에 여러 가지 일들을 결정했는데 벨기에 신앙고백서(Belgic Confession)와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서(Heidelberg Catechism)를 도르트 신경과 함께 ‘개혁교회의 일치를 위한 3개의 신조’(Drie formulieren van enigheid / The Three Forms of Unity)로 결정하는 일을 했다. 또한 각종 예식문을 제작하였는데, 그 예식문들은 오늘날에도 대륙의
개혁교회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 예로, 네덜란드 계열의 개혁교회[3]에서는 찬송의 책(Book of Praise)을 갖고 있는데, 이것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편송(Psalter),
찬송(Hymn),
신조(Creeds)와 예식문(Liturgical Forms)이다. 거기에 나오는 예식문은 도르트 대회에서 채택된 것을 아주 조금 수정한 것들이다.
장로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웨스트민스터 총회에 참석한 자들
가운데 일부 사람들은 영국 국교회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예식문 사용 자체를 반대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
이유는 예식문이 잘못하면 형식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장로교회가 사용하는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The Directory for the Public Worship
of God)도 일종의 예식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장로교회에서는 찬송의 책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신앙고백과 교회정치와 함께 헌법(Church Constitution)
속에 포함되어서 사용되고 있다.[4]
교회 역사 속 예식문의 대표적인 것은 ‘사도신경’ 이라고 할 수 있다. 사도신경은 세례를 베풀 때에 ‘문답용’으로 사용된 것이 오늘날의 형태로 굳어진 것이다. 사도신경은 그 원형이 이미 2세기의 교회에서 사용되었다. 당시의 목사들은 교회의 교리를 새신자에게 설명해야 했고 그 요약으로써 사도신경을 사용했다. 즉 세례 문답을 위해서 사용되었다. 12개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사용된 것이다.[5]
새신자는 그 신조를 외워야 했고 세례 받기 전에 그 신조를 공적으로 고백해야 했다.[6]
사도신경은 최초의 세례 예식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오늘날 예식문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고, 오히려 한국교회가 전수받지 못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알고 개혁교회와 장로교회의 전통을 잘 계승해 나가야 할 것이다.
[1] 김헌수, 『영원한 언약: 유아세례
예식문 해설』(서울: 성약,
2014), 6.
[2] 16세기에 작성된 세례 예식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Hughes O.
Old, The Shaping of the Reformed Baptismal
Rite in the Sixteenth Century (Grand Rapids: Eerdmans, 1992); Karen E.
Spieling, Infant Baptism in Reformation
Geneva, The Shaping of a community, 1536-1564 (Phillipsburg: WJK, 2005)를
참조하라.
[3] 네덜란드 개혁교회와 네덜란드에서 이민을 가서 형성한 미국, 캐나다, 호주, 남아공 등지에 흩어져 있는 개혁교회, 그리고 그 교회들이 선교하여 설립한 교회들을 일컫는다.
[4] 이와 관련하여 고신총회, 『헌법해설:
예배지침/교회정치/권징조례』(서울: 총회출판국, 2014), 제2부 총론 제6문답을 참조하라.
[5] 최덕성, 『종교개혁 전야』(서울: 본문과 현장사이, 2003), 83.
[6] 고재수, “신앙고백과 교회 교육,”
『교의학의 이론과 실제』(천안: 고려신학대학원
출판부, 20012), 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