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안휘 선생님께서 제게 사진 촬영과 함께 후기 작성이라는 무거운 숙제를 주셨습니다. ^^;;
사진도 영 소질이 없고(뒤풀이 때 사진 확인해 보니 엉망이더군요. ㅠㅠ), 정신을 챙겨야 후기를 쓸텐데 정신줄을 놓아버리는 바람에... 음주를 자제하려 했는데 실패하는 바람에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들어왔습니다만, 최대한 기억을 되살려보며 후기를 작성했습니다. 소설가답게 재미있게 써보려고도 했지만 좀 급한 일이 생겨서 요약 위주로 썼습니다.
지난 11월 2일, 은평구 갈현동에서 강순덕 작가의 수필집 “민들레가 순례를 떠나는 시간” 출간기념회가 열렸다. 강순덕 작가는 계간 “문학의봄”(발행인 이시찬)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세 권의 시집을 출간하고 다수의 작품상을 받은 시인이다. 소설로 영역을 넓혀 동서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강 작가가 이번에는 자신의 내력을 담은 수필집을 펴냈다. 출간을 축하하기 위해 ‘문학의봄작가회’(회장 윤성식) 소속 회원과 작가들이 ‘착한 베짱이’에 모였다.
착한 베짱이는 안재휘 소설가가 운영하는 이색 문화공간이다. 한가한 토요일 오후, 지하철 6호선을 타고 그곳으로 향했다. 구산역에서 내리니 도보로 7분 거리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식사와 음주를 위한 공간과 작은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미니 도서관에는 다양한 문학 서적과 미술 작품이 자리했다. 소설가인 남편과 시인인 부인이 운영하는 곳이라는 설명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지하에 내려가니 공연과 전시를 위한 넓은 공간이 있었다.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작가들과 인사를 나눈 후 강순덕 작가에게 수필집을 받았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 내용을 훑어보았다. “민들레가 순례를 떠나는 시간”은 총 5부로 구성되었다. 강순덕 작가 자신의 삶에 대한 반추, 자연과 삶에 대한 사유, 날카로운 사회 비판, 문학의 본질에 대한 통찰 등 다양한 소재를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냈다. 참석한 분들과 인사를 나누다 보니 식전 행사가 시작됐다.
첫 순서로 미디어 콘텐츠의 시대답게 미디어시시비비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축하 영상을 감상했다. 통기타 가수 장태상이 故 김광석의 “거리에서”를 열창했고, 이성직 작가의 코믹 동영상이 이어졌다. 둔한 몸놀림의 노인으로 등장한 이성직 작가는 이내 유연한 몸놀림과 현란한 댄스로 반전 매력을 뽐내며 모인 이들의 유쾌한 웃음을 자아냈다.
사회자 박찬희 시인(문학의봄 편집국장)의 개회사와 함께 공식 행사가 시작됐다. 문학의봄 이시찬 발행인과 문학의봄작가회 윤성식 회장은 강 작가의 창작에 대한 오랜 열정에 대해 언급하며 수필집 출간에 담긴 의의와 함께 축하의 말을 전했다. 윤 회장은 깜짝 마술쇼와 함께 “섬마을 선생님”을 하모니카로 연주하기도 했다.
이어 이번 수필집에 작품 해설을 실은 소설가 안재휘 작가가 마이크를 잡았다. 안 작가는 “문학의 장르 중에서도 수필은 쓰기 어려운 분야”라며 글의 본질은 ‘독자를 감동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론가로서 지켜본 바 강 작가의 문장이 일취월장함에 놀랐다는 그는, “이번 수필집 출간은 또 다른 시작이며 더욱 큰 문학인이 되기를 바란다”라며 격려의 말로 해설을 마쳤다.
박찬희 시인은 사회자가 아닌 도서출판 문학의봄 출판국장으로서 이번 수필집 출간에 대한 후기를 전했다. 편집자로서 출간과정에 대한 생생한 에피소드를 전달했고, 자신이 보아온 강순덕 작가의 삶과 문학에 대한 진지한 태도에 대해 말했다.
무대에 오른 강순덕 작가는 담담하게 출간 소감을 밝히며 수필집 제목 선정 과정을 말해주었다. 이어 비장한 표정으로 중대 발표를 하였는데, 책 제목과 같이 곧 민들레 홀씨처럼 순례를 떠나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소설에 대한 열정을 고백하기도 한 강 작가는 이내 해맑은 미소를 지었고 참석자들은 그의 새로운 도전을 힘찬 박수로 응원했다.
구정옥 시인의 축가로 착한 베짱이는 순식간에 예술의 전당이 되었다. 결혼 후 성악공부를 시작하여 지금까지 음악공부를 이어오고 있는 구 시인은 이은상의 시에 김동진이 곡을 붙인 가곡 “가고파”를 열창했다. 사람의 몸이 최고의 악기임을 증명하듯 감동적인 무대였다. 특히 널리 알려지지 않은 ‘가고파 후편’을 무반주로 가창하여 참석자에게 귀한 음악 선물을 주었다.
윤성식 회장이 “숨어오는 바람소리” 하모니카 연주로 강 시인의 새로운 도전을 격려했고, 문학의봄작가회 고문인 여현옥 시인의 축사가 이어졌다. 마지막 순서는 작품 낭독이었다. 박춘식 시인이 이번 수필집에 실린 “거미의 집”을 굵은 음성으로 낭독하며 모든 순서가 끝났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 행사장에서 계단을 올라오니 착한 베짱이의 사장 이영 시인이 종목도 다양한 갖가지 음식을 준비해두었다. 안재휘 소설가의 색소폰 연주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술잔을 기울이며 뒤풀이 행사를 했다. 노래와 춤, 맛깔나는 대화가 어우러진 흥겨운 시간이었고 문학인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첫댓글 서두에 이어 소설 본문과 절정으로 계속 치달을 거 같은 예감~^^
수고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급하게 마무리 한 게 아쉽네요. ^^;;
어떻게 다 기억하지? 신기해 ^^
저도 저를 못 믿기에... 촬영하며 짬 날 때마다 몇 글자씩 적어뒀습니다. :-)
깜짝 놀랐어요 .
감사. ㅎ
열심히 찍은 사진도 올려줘요.
모두 안휘 작가님의 촬영용 폰에 남아있어요. 제 폰하고 블루투스로 연결해 보려고 했는데 여의치 않았습니다. ㅠㅠ
잘 읽었습니다 ㆍ생생합니다 ㆍ강작가님 거듭축하드리고요ㆍ
사진이 같이 붙어 있으면 더 좋을텐데, 안휘 작가님이 조만간 올려주실 거예요. ^-^
강순덕작가님
출간 축하드립니다!
그날이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수고했어요 염작가~ ㅎ
고맙습니다~ :-)
저는 늦게 참석해서 제대로 출판기념회를 보지 못했는데,
염작가님의 생생한 글이 이미지로 그려지네요.
역시 소설가답습니다. ㅎㅎ
늦게라도 와주신 그 마음이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 다시 한 번 축하드려요.
전체적인 행사 진행 과정 생생히 느낄 수 있네요. 앞으로는 힘들게 행사 메모 하지 말고 흥겨운 뒷풀이 과정 생각나는 데로 자유롭게 적어 봐요. 의식의 흐름 따라 물 흐르듯 ......
안 하던 짓 한 번 해봤습니다. ^^;;
수고 많으셨어요, 염 작가. ^^ (술 좀 줄이세요, ㅎㅎ)
고맙습니다. 술을 극단적으로(?) 줄여버리니 회원의 날에 더 달리는 부작용이...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