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6월 21일 일요일, 맑음. 38℃
이제 천천히 숙소를 목적지로 삼고 내려간다. 다리도 아프고 거리가 멀어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섰다. C24번, 23번 버스가 있는데 도착 시간이 16시 44분이다.
기다리기가 힘들 것 같아서 그냥 걷기로 했다. 감사의 다리를 건너간다. <평범한 사람>이라는 조각상이 다리 위에서 강 위를 걸어가려고 한다.
재미있는 형상이다. 산타 크로체 성당(Basilica of Santa Croce in Florence)을 만났다. 성 십자가 교회라고도 불린다. 조토의 프레스코화로 유명한 네오고딕 양식의 프란치스코회 교회다.
미켈란젤로와 갈릴레오, 마키아벨리, 롯시니의 무덤이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기념판도 있고, 끝내 피렌체로 돌아오지 못한 단테의 빈 무덤도 있단다.
그래서 이 성당을 이탈리아 영광의 성전(Pantheon of Italian Glories)이라 불리기도 한다. 성당 파사드는 하얀 대리석과 짙은 갈색이 깔끔하게 대비되고, 정면의 별 문양이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광장 중앙에는 경기장인지 무대인지 모르는 시설물이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계단에 앉아 쉬는 여행자들이 있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조용하고 차분했다.
두오모 보다 덜 붐비면서도 피렌체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포인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렌체의 역사·예술·사상이 한 공간에 집약된 느낌이다.
숙소를 향해 곧게 걸어오는 골목에서 아주 오래된 와인 창구를 발견했다. 칸티나 데푸치(Cantina De' Pucci (Restaurant & Wine Window/ Buchetta del Vino)라는 16세기부터 운영되어 온 비접촉 와인 판매 구멍이다.
앞에는 와인 종류와 가격이 씌어 있다. 태어나 처음 보는 신기한 광경이다. 피렌체에 180여 곳이 있었는데 지금은 20여개가 영업 중이란다.
아카데미아 미술관(Galleria dell’Accademia di Firenze) 앞에는 사람들이 줄지어 있다. 다비드 상을 포함한 미켈란젤로의 조각품과 르네상스 시대 회화, 러시아 성상을 볼 수 있는 미술관이다.
샌드위치 가게(All'Antico Vinaio)를 또 발견해서 반가웠다. 샌드위치를 하나 포장해서 배낭에 넣었다. 저녁으로 먹을 생각이다. 산 마르코 광장이 붙어있다.
작지만 접근성이 좋은 광장에 있는 조각상 주변에 놓인 벤치에 앉아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공원이 도로로 둘러싸여 있어서 아주 조용하거나 한적하지는 않다.
광장에는 이탈리아 장군이자 정치가이며 이탈리아 육군의 창시자로 기억되는 만프레도 판티(Manfredo Fanti)의 동상이 서 있다.
산 마르코 광장 한가운데에 서 있는 만프레도 판티 동상은 마치 새로운 이탈리아의 직무 설명서와 같다. 피오 페디는 그를 청동으로 주조했는데, 머리에는 아무것도 쓰지 않고 장교 제복을 입은 채 망토를 두르고 칼과 두루마리(군대 규정이라고 설명됨)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대리석 받침대는 비문, 부조, 그리고 '정치', '전략', '전술', '요새화'라고 적힌 네 개의 청동 우화상이 새겨져 있다. 산마르코성당(Basilica di San Marco)이 광장에 이어진다.
피렌체의 분주한 거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조용하고 고즈넉한 산마르코 성당과 수도원(San Marco Monastery)이 기다린다.
이곳은 프라 안젤리코(Fra Angelico)의 천재적인 프레스코화로 유명하다. 그의 대표작 수태고지(Annunciation)는 부드럽고 신비로운 빛으로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오후 5시가 넘어간다. 아직은 덥고 훤하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하고 빨래를 한다. 피렌체는 밀라노에 비해서 작지만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점심 겸 저녁으로 샌드위치와 과일을 먹는다. 금융치료라는 말이 떠오른다. 금융치료란 돈으로 아픈 마음을 치료한다는 뜻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개인, 기업, 국가의 잘못을 돈으로 단죄한다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지치고 힘든 일상에서 소비를 통해 위안을 받는다는 의미로 우리는 금융치료라는 쓰는 것 같다. 숙소에 누워 시선을 돌리면 고급스러운 그림들이 눈에 들어온다. 조키(Zocchi)의 동판화 작품인 트리니타 다리의 전경이다. 오니산티 성당과 광장의 풍경도 있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우피치 미술관 소장)도 걸려있다. 피렌체다운 숙소다. 엄청 힘들게 걸어 다닌 날이다. 다리가 고생했다.
*6월 21일 경비: 트램 4, 기차 피사 왕복 74.4, 요구르트 2.95, 샌드위치 12. 계 164,000원. 누계 10,490,000원. *1유로 175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