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가을이 시작 되었고 또 언제가 가을의 끝인가?
올 것 같이 않았던 가을이 끝자락을 달리는 가운데 오늘은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이다.
『회남자(淮南子)』천문훈(天文訓)에 "추분에서 46일이면 입동(立冬)인데, 초목이 다 죽는다."고 하였다.
겨울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인 7일,
아쉬운 가을 끝자락을 잡기위해 성남한울 산악회 40 여명의 산 꾼들이 버스에 몸을 실은 채,
안개 낀 어둠을 뚫고 경북 상주시 화북면과 문경시 농암면에 경계한 도장산으로 향한다.
오늘 산행코스는 용유교-724봉-도장산- 795봉-심원사-용추교 코스다.
산행시간은 약 4시간.
상주군 화북면 용유교에 도착시간은 9시 50분.
기념촬영을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용유교를 지나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마을 주민들이 겨울 채비를 위하여 탈곡기를 이용, 콩 수확이 한창이다.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 김남주 시『옛 마을을 지나며
김남주 시인의 시처럼 겨울을 준비하는 넉넉한 마음으로 고즈넉한 마을 옆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도장산(827.9m).
속리산 동쪽에 보물처럼 숨겨진 명산이다.
도장산은 한자로 길도(道)에 감출 장(藏)을 쓴다.
‘도가 감추어진 산’이라 그런지 옛 부터 화북면일대는 재난을 피할 수 있다는 우복동으로 전해진다.
우복동(牛腹洞)이란 지리산 청학동처럼 우복동을 용유동 일대라고 전하고 있는 유산결(遊山訣 명산순례기록)에는 그곳은 천하에 둘도 없는 대지로 중국요동 땅에 있는 천하명당도 우복동에 미치지 못하며 여기서 살면 당대에 벼슬이 제상에 이르고 은퇴 후에 는 큰 부자가 된다고 한다.
또한 임진왜란 때 이여송을 따라 전쟁에 참가한 명나라 풍수학자 두사충(杜思忠)이 작성했다고 하는 산도(山圖:명당의 위치)에 그 지명이 표시되어 있으며 속리산 천황봉 남쪽 5리쯤에 있다고만 전해진다.
동네가 마치 소의 뱃속처럼 생겨 사람살기에 더 없이 좋다는 곳,
그 우복동이 속리산에 둘러싸여 있는 화북면 용유동이라고 이곳 사람들은 저마다 굳게 믿고 있다고 한다.
도장산 첫머리는 마을안길을 오른쪽으로 따라 밭둑을 따라 오려면 경사가 가파른 등산로가 보인다..
미끄러운 바닥과 낙엽 덮인 가파른 능선을 30-40분쯤 오르면 주능선 갈림길에 이른다.
이곳에서 보이는 742봉이 정상에 벌써 도착한 듯 착각을 느끼게 한다.
주능선 곳곳에는 불과 몇 주까지만 해도 화사한 때깔로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을 붉은 단풍잎이 말라 가고 있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향한다.
오늘은 산행은 안개로 인해 능선에서 정상조차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주변조망이 어렵다.
선두를 따라 앞만 보고 오르는 외길 산행로는 바스락거리는 낙엽과 깎아지는 절벽이 이어지면서 곳곳이 암릉 구간이다.
산 아래를 내려 보면 오른쪽으로 희미하게 화북면일대 전경이 보인다.
바삭 마른 낙엽의 서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다시 정상으로 향하면서 2개의 봉이 보이고 그 오른쪽이 도장산 정상이다.
그리 어렵지 않게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 만에 정상에 도착한다.
도장산 정상에는 삼각점과 작은 정상 표시석이 보이나 별다른 특징이 없다.
옛 부터 도장산 저녁노을과 낙조는 유달리 아름다워 우복동팔경(도장낙조)의 하나다.
또한 이곳에서 보는 달은 장암동팔경(도장명월)의 하나로 손꼽힌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오늘은 팔경은 커녕, 이곳에서 조망할 수 있다는 청화산 시루봉 이며 도명산, 군자산조차 안개로 보이지 않는다.
간단한 간식과 사진촬영을 하고 정상석 뒤편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바로 앞에 보이는 795봉을 향하여 내려갔다 올라서면 우측으로 이어지다가 심원사와 쌍용마을로 길이 갈라진다.
이곳에서 심원사로 향하는 하산로는 경사가 가파르다.
한 40분쯤 하산하면 왼쪽으로 심원사 일주문이 보인다.
절이라기보다는 폐가 같은 조그만 암자로 보이는 심원사,
조계종 제8교구 본사인 직지사 말사로 신라 태종무열왕 5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 한다.
심원골을 왼쪽으로 두고 하산을 하면 아름다운 심원폭포가 펼쳐진다.
가을 끝 무렵을 간직하고 있는 심원폭포는 단풍과 어우러져 아름답기 그지없다.
조금 더 일찍 왔으면 아름다운 단풍과 때 묻지 않은 주변경치와 어우러져 빛을 발할 수 있었던 폭포다.
다시 오밀조밀한 아름다운 산책길을 따라 하산하면서 골짜기를 빠져나오면 쌍룡계곡과 만난다.
이중환(조선 후기의 실학자. 1713년(숙종 39)은 택리지에서 쌍룡계곡을 이렇게 적고 있다.
물은 돌 위에 평평하게 펼쳤는데, 가파른 반석을 만나면 작은 폭포가 되고, 돌이 좁고 우묵한 곳을 만나면 작은 간수(間水)가 되고, 평탄한 곳을 만나면 물이 진주렴(眞珠薕)과 같고, 거슬러 도는 곳을 만나면 물은 전자(篆字)처럼 구불구불 타오르는 향연과 같다.
돌은 구유통 같고, 작은 솥과 같고, 큰 솥과도 같고, 절구와도 같고, 석가산과도 같고, 작은 섬과 같고 양과 호랑이와도 같고, 닭과 개와도 같아서 지극히 괴상하다.
그리고 물은 빙빙 돌고 돌며 흘러가고, 혹은 가득히 넘치고 혹은 고이고, 혹은 부딪치고, 혹은 거꾸로 쏟은 듯하다.
양 언덕 수목들은 가을바람에 소리 내어 부는 것 같아 골짜기 바람은 몹시 처량하여 자못 천하의 기이한 광경이다.
오늘 도장산 4시간 산행은 생각보다 너무 짧다.
그러나 뇌수술을 받고 6개월만에 참가한 한회원을 위하여 안전한산행을 도와준 임원들의 노력속에 모든회원들은 웃으면서 기념사진을 찍고 이 아름다운 쌍룡계곡에서 다음산행을 즐겁게 기약할 수 있었다.
첫댓글 다음 산행에도 같은마음으로 뵙기를 ^^^ 항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