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청소년 작가단 눈맞춤의 출판 기념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눈맞춤 2기 경준이와 현수가 긴장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작가단 청소년들은 모두 달그락 앞쪽에 모여 앉았다. 경준이의 작가단 소개로 눈맞춤 출판기념회는 시작되었다. 출판기념회는 청소년들이 직접 자신들의 이야기를 써나간 책을 공표하기 위해 진행되었다. 청소년 잡지 제작부터 출판기념회 진행까지 청소년들이 전체적으로 참여했다. 청소년 작가단 소개, 잡지제작 과정 발표, 잡지 주인공 인터뷰 소감발표, 독자의 축사, 저자의 사인회 순으로 출판기념회는 진행됐다.
출판기념회가 있기 한달 전에 작가단은 전주의 독립서점을 다녀왔다. 작가단 청소년들의 글쓰기 활동에서 글쓰기 멘토링 외에 필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글을 쓰고 싶어하는 마음이다. 알리고 싶은 욕구를 가지려면 그런 사람들의 책을 만나보아야 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독립서점 투어이다. 사전조사를 갔던 날, ‘유월의 서점’ 남은수 대표님은 청소년 작가단의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책의 주인공이면서 저자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고 했다. 생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책들을 모아 서점을 운영하는 남은수 대표님은 작은 서점이지만 지역사람들이 공공재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셨다. 후발대로 출발한 작가단 임원 미소, 지영, 다희도 유월의 서점에 도착했다. 서점을 둘러보고, 대표님이 건네는 음료를 매우 기쁘게 마셨다. 사전에 조사한 서점 한군데가 없어졌다는 소식과 함께 남은수 대표님께서는 청년몰 안에 새롭게 생긴 인문학 서점 ‘토닥토닥’을 소개해 주셨다. 또한 유월의 서점에서 좀 멀어 가지 않으려 했던 서점 ‘에이커’는 대표님들이 서로 아는 사이라 청소년들과 만날 필요성이 있다면 직접 유월의 서점에 오시는 것을 이야기 해주실 수도 있다 하셨다. 사실 서점 자체의 건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이루는 책과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었기에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에이커 서점 대표님께도 말씀을 드려달라고, 저녁에 바로 찾아뵙겠다고 했다.
해가 떨어지고 청소년들과 나는 서둘러 근처 청년몰에 위치한 서점 토닥토닥으로 향했다. 토닥토닥에는 김선경 대표님이 계셨다.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책, 심리를 다루는 책 등 삶과 사회를 다루는 책들을 모아둔 곳이었다. 미소는 다른 임원들과 함께 인사를 드리고 서점탐방 시 진행할 미션활동을 준비했다. 실제 서점에 대한 안내를 팀원들에게 해줄 수 있도록 책 내용을 살펴보고 대표님들께 질문하도록 했다.
마지막 목적지인 에이커 서점 근처에서는 택시에서 내린 위치가 어디인지 헷갈려서 20~30분을 헤매었다. 결국 대표님이 우리를 먼저 찾았다. 지나쳤던 카페 바로 옆쪽에 반지하 건물이 있었다. 서점 운영시간은 이미 지났으나 우리가 와서 계속 불을 켜두고 계셨다. 에이커는 장르와 주제를 다양하게 두고 있었다. 작가단 청소년들은 연애 관련 이야기 책을 만지며 소곤소곤 대다가 후다닥 책을 내려두었다. 정말 티가 많이 나서 모른 척 할 수가 없을 정도. 에이커 대표님 중 한분은 잡지 사진을 전문적으로 다루다가 독립서점 운영을 하시게 되었다. 지금도 사진과 편집을 중심으로 하고 계셨고, 작가단이 잡지 글 마감을 앞두고 디자인 고민을 하고 있던 터라 혹시 사진이나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서점탐방 시 해주실 수 있는지 여쭈었다. 흔쾌히 오케이. 매우 바빠 보였지만 유월의 서점 대표님과의 대화 덕에, 청소년들과의 방문에 대한 노력 덕에 참여해주시는 것 같았다.
탐방 당일이 되고 20여명의 청소년들이 독립서점으로 향했다. 사전탐방을 나섰던 미소, 지영, 다희는 당일 스탭으로 활동했다. 유월의 서점 남은수 대표님과 에이커의 박지훈 대표님은 유월의 서점이 좁아 책상을 모두 다른 곳으로 옮겨주시고 청소년들이 앉을 공간을 마련하고 기다리셨다. 인사를 드리고 청소년들은 서점을 구경한 후 준비해 간 돗자리를 깔고 다 같이 앉았다. 동네 사랑방처럼 옹기종기 앉아 본격적인 서점탐방이 시작됐다. 미소와 지혜가 두 서점의 대표님들과 청소년들을 각각 소개하고, 현수가 사전에 준비한 질문을 직접 질문자가 할 수 있도록 진행했다. 대표님들이 청소년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문답 형태로 진행됐다.
“독립서점을 출판하는 사람들은 대게 자신의 이야기를 소중하게 생각해요. 우울증에 대한 책이 있습니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자신들의 이야기를 글로 썼어요. 주변에 비슷하게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책들은 아니지만 여기 있는 책 하나하나가 다 소중한 것들입니다.”
남은수 대표님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왜 그 글을 쓰고자 했는지 말했다. 가연이는 열심히 필기를 하고, 현수는 대본을 보며 다음 질문을 살펴봤다. 대표님들의 응원말씀까지 끝나고 청소년들은 자리를 정리하고 서점에서 자신이 꼭 가지고 싶은 책들을 골랐다. 식사를 하고, 토닥토닥 서점에서 팀 미션을 진행한 뒤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전 상담심리를 전공하였고, 사람들이 책을 통해 위로, 치유 받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대안학교 청소년들이 세월호 뮤직비디오를 만들었었어요. 본인들에게 재능이 하나씩 꼭 있을 것이니 접목하여 사회문제를 다루어 보면 좋겠습니다.”
뜨거운 여름날 작은 서점들을 방문하며, 중간에 에어컨이 고장나 찜통더위를 제대로 맛보았다. 한두걸음만 걸어도 땀이 주르륵 나왔지만 청소년들은 글쓰기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들었다고 했다. “책과 더 많이 가까워 졌고, 책을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작가는 힘들면서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 여운을 이어 작가단은 살벌한 피드백 과정과 편집과정을 거쳐 잡지를 만들어 냈다.
청소년들은 출판기념회에 누구를 초대하느냐에 대해 여러 번 논의했다. ‘출판기념회에 꼭 와야 할 사람은?’, ‘누가 출판기념회에 올 사람을 모집해야 할까?’ 출판기념회에 누구를 초대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의견을 잘 내지 않았다. “누구보다 너희에게 이 책이 더 소중한 것 맞니?” 청소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청소년들은 책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을 초대하기로 했다. 출판기념회 2주 전부터 눈맞춤 카카오통 단톡방에 주인공 초대명단, 책 판매할 사람들 명단, 출판기념회 참여할 사람들 명단 등을 취합하여 올렸다. 하지만 책 판매할 사람들 명단은 거의 없었고, 출판기념회에 올 사람 명단도 많지 않았다.
출판기념회 당일이 되었고 작가단 책의 주인공들, 작가단 청소년들의 가족(주로 부모님), 친구(오래된 친구=편하게 자랑할 수 있는 친구)들이 왔다. 기존 작가단 친구과 관계가 좋은 자치기구의 청소년들도 축하해주러 왔다. 자원활동가 그룹 꿈청지기 선생님들은 작가단 인원수만큼 꽃송이들을 사오셨다. 지역 언론사에서도 취재를 왔고, 타지역 청소년기관의 청소년들도 방문했다.
눈맞춤 2기 회장 두환이 아버지께서는 아들의 활동을 응원한다고 하셨다. 두환이가 열의를 가지고 무언가를 하길래 궁금했었다며, 이런 활동이라면 계속해서 잘 해나가길 응원하고 싶다고 하셨다. 두환이는 잡지 제목인 “NEVER ENDING STORY"의 뜻을 설명했다. “저희 이번 잡지는 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이 왜 살아가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기 때문에 잡지 제목을 끝나지 않는 이야기라는 뜻으로 지었습니다.” 잡지 제목은 눈맞춤 톡방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모아 투표를 통해 선정된 것이었다.
잡지 주인공이 된 청소년들의 소감발표를 할 때였다. 다들 대본을 미리 준비해 왔는지 메모를 보며 진지하게 발표했다. 자신의 모습을 한번 되돌아보게 되었다, 표지 모델이 되지 못해 아쉽다,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등. 주인공들은 자신이 모델이 되어 글이 써진 것에 대해 감사와 즐거움을 표현했다. 그리고 자기 글 주인공이 말을 할 때 마다 글을 쓴 작가단 청소년들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작가단의 소감발표가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달그락 문앞에서 작가단은 사인을 해드리고 책을 판매했다. 작가단 팀원들은 일렬로 서서 한명 한명이 소감을 발표했다. 서로의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 과정이 힘들었지만 끝까지 해내서 기쁘다는 말 등등 작가단 청소년들이 발표를 할 때마다 자부심이 느껴졌다. 출판기념회가 끝나고 그날 오후부터 이틀간 작가단은 잡지 판매를 하러 청소년 프리마켓에 합류했다. 두팀으로 나뉘어 지역의 축제가 진행되고 있는 곳 들 중 유명한 곳 두군데로 홍보를 나갔다. 보회는 유명한 관광지 부근에서 관광객들과 함께 걸으며 책을 열심히 설명했고 10권 이상을 팔았다. 경준이와 지영이도 비록 책을 팔지는 못했지만 철면피가 되어 책 판매를 위한 구호를 외쳤다.
처음 이성당 근처에서 홍보를 하던 팀은 관광객들에게 책을 팔기 어렵자 경로를 변경하여 평소에 다니는 교회로, 주변에 상가를 운영하는 아는 어른을 찾아서, 평소에 자주 다니는 공간을 돌아다니며 책을 팔았다. 독립서점에서 보았던 책들처럼 세상에 딱 300권만 있는 책을 만났고,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프리마켓이 끝난 뒤로도 지영이는 10권을 집에 가져가서 자신이 다니는 교회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안내하고 판매했고, 윤진이와 현수는 3~4권을 자비로 사서 학교 선생님께 선물로 드렸다. 가연이는 예전 중학교 동창이 잡지를 만든 소식을 듣고 주문을 했다며 책을 받아갔다. 전체 회장인 두환이는 토요일에 현수, 지혜 등을 불러 달그락 주변에 계신 어른들께 인사를 드리고 8권 책을 팔았다.
눈맞춤 2기는 인터뷰, 독립서점 탐방, 출판기념회를 해냈다. 그리고 책을 판매하여 다음 자신들의 책제작비를 마렸했다. “NEVER ENDING STORY" 책의 진짜 주인은 눈맞춤이다.
출처: http://www.dalgrak.com/222 [youth platform 달그락 달그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