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흠의 일상톡톡]
생각대로 (生刻大路)를 달리며/백동흠
택시 운전을 처음 하는 후배 운전사가 묻는다. 어떤 특이한 손님을 태우냔다?
<까불지 마라> 손님이지만, 잘 모시라면서 특이한 1% 손님 예를 들어 준 이야기다.
까탈스러운 손님도 태운다.
사거리 코너에서 좌회전 하려는데 택시를 타길래 급한 손님인가 싶다. 그런데 웬걸? 신호가 빨간색으로 바뀌자 곧바로 내리더니 왼쪽 코너에서 기다릴 테니 그리로 오란다. 1~2분? 신호가 바뀌어 원편 코너로 돌자, 손님이 타더니 그제서야 택시 메타를 끄고 다시 누르란다. 결국 멀리 가지도 않는다. 기본 요금 $3에 도합 $5이 나온다. 걸어가도 될 거리인데...
불같은 성격도 태운다.
출근시간 정체로 바쁜 시간이다. 서둘러 달려가니 왜 그리 늦었냐며 큰소리로 버럭 화를 낸다. 교통정체를 얘기해도 통하지 않는다. 훼리 여객선 타는 데 늦으면 책임지란다. 회사에 컴플레인하겠단다. 교통흐름을 묵묵히 따른다. 둘다 말이 없다. 좁은 차안이 긴장감으로 팽팽하다. 훼리 떠나기전 가까스로 터미널 도착. 휴~ 불기운도 긴장감도 내려놓는다.
지시형 손님도 태운다.
택시를 타자마자 일일이 지시한다. 왼쪽 차선으로 바꿔라. 좀 빨리 가라. U-Turn 해라.
스스로 G.P.S.가 되어 옆에서 일일이 말로 운전을 대신한다. 빨리 가는 듯하지만 결코 먼저 도착하지 않는다. 운전은 흐름을 따르는 것인데… 신호등과 정체에 따라 가는 길이 바뀔수 있다. 에너지가 배로 쓰인다. 믿고 맡길 때 가장 자연스러운 운전을 하는데…
마른, 깡마른 성격도 태운다.
여유가 없다. 아주 사무적이다. 대화도 없다. 타고 내린다. 그뿐이다. 내 돈 내고 탔으니 끝이다. 택시는 택시고 나는 나다. 사람 사는 게 어디 꼭 계약상의 관계만은 아니잖은가? 그건 당신 생각이란다. 인사도 없고 대화도 없고 그냥 탔다 내린다. 관심이 전혀 없다. 내가 로봇인가? 하다못해 짐짝을 태워도 그렇지 않을 듯 한데...
라디오 채널과 볼륨을 마음대로 트는 손님도 태운다.
택시에 있는 오디오를 바로 켠다. 듣고싶은 Rock음악을 최대로 틀고 몸을 들썩인다. 아예 내 세상이다. 옆에 택시 운전사야 아랑곳하지 않는다. 비행기 타도 자기 앞자리 오디오 비디오 맘대로 틀수있지 않냔다. 젊은 청춘도 좋다지만…
<까불지 마라> 손님, 세상 어디에도 다 있다. 생각대로 (生刻大路)를 달리며 안전 운전하는 게 정답이다. 그게 우리네 알콩달콩 사는 인생 아닌가. 이제는 <까불지 마라> 손님에 느긋한 미소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