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밤섬에 사는 민들레는 뭍으로 시집간 엄마가 그립고 밉다. 엄마를 이해해야한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엄마와 할머니와 함께 셋이서 살날만을 기다렸는데 그런 들레의 소망은 한낱 물거품에 지나지 않는다. 아빠 따라 전학 온 친구 보라와 밤섬에서 같이 자란 진우와도 관계를 원만하게 하지 못한다.
자기 문제가 더 큰 들레한테는 친구들의 친절이 부담스러울 뿐이고 괜시리 보라에게 질투를 느낀다.
이후 밤섬은 들레가 친구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공간이 되었고 자기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으로서 타인을 이해하는 공간, 들레가 친구들과 함께 성장하는 공간이 되었다. 이 책은 들레의 입장에서 충실하게 들레의 내면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마음의 변화과정을 그리고 있다. 민들레의 마음을 밀도 있게 잘 드러내 주인공 이외의 인물들의 내면과 갈등을 최소화 하고 민들레의 마음의 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나아가 작가가 어렸을 때 안미도에 살았던 추억을 담아 자전적인 느낌이 묻어나서 그런지 바닷가 생활의 모습과 학교의 모습이 생생하게 잘 드러난다.
운동회 날에 배운 뽀끄땡스는 할머니에게 살아가는 힘을 준다. 경쾌한 리듬에 짝과 호흡을 맞춰 추어야하는 뽀끄땡스는 긍정의 아이콘이다. 날마다 뽀끄땡스를 추는 날들이 계속되었으면 바라는 바람이 들어 있다. 슬픈 일이 있어도 기쁜 일이 있어도 할머니는 뽀끄땡스로 힘을 얻는다.
“뭐 허는 거여? 얼렁 춰야제. 애린 것이 머릿속에 너무 많이 담고 있어도 못 쓰는 법이여. 이놈 추고 우리 싹 잊어버리자. 오늘 걱정은 오늘로 족한 거여.”(59)
마지막으로 제4회 마해송문학상을 받은 이 작품은 순 우리말을 잘 녹여냈다.
서울까투리, 끌밋한, 샘바리, 내풀로, 바람만바람만, 꽃잠, 갈맷빛, 나들잇벌, 깜참하게, 조각하늘. 생소하고 잘 쓰이지 않는 말들이 문장속에서 어떻게 쓰이나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