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영상시]
가을과 나 / 도경수
깊은 밤을 지새우며 시를 읽던 소년 시절
많은 날을 슬퍼하며 숱한 별을 헤아리다
제풀에 지쳐 잠이 들어 버리고
다 헤아릴 수 없었던 안타까움에 울어버린
처음 사랑을 알았을 때 떨리는 마음
억제할 수 없었던 충동
부끄러움 속에 시도했던 입맞춤
그 달콤함 숱한 맹세 언약
첫사랑의 여운
많은 날을 고민했고 안달했던 일들
이제는 세월 속에 숨어버렸다
가을은 아스라이 먼 하늘 저편에서 다가오며
비련의 애상을 영상 지으려 한다
노래를 부르련다
아주 슬픈 노래를
만취해 비틀거리며
뒷걸음쳐 보련다
뒹구는 낙엽의 거리에서
떨어지는 눈물을 흩어버리고
하늘을 치받아 아주 높이 올라
구역질하고 싶다
세월에 더럽혀진 마음
핏물조차 남기지 않고 모두 쏟아버리고 싶다
세월도 가고 청춘도 가고
슬픔도 미련도 없다
남은 것은 추억뿐
다만 세월에 이끌려 자란 몸이 미울 뿐이다
언젠가 돌아가리라
꿈이라도 좋다
엄마 품에 젖 빨고
계집아이들 앞에
고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시절로.
[2편]
너를 보내며 / 도 경수
너를 가까이하고 싶어도
가까이할 수 없고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나
오로지 네가 내게 남긴
애틋한 사랑을
추억하며 살아 갈 뿐
내겐 다른 방법이 없다.
잊고자 했던 네 그림자
문득문득 나타나
기억에 드리우면
망울진 상처에
대책 없는 고름만 솟고
너를 바라보면서
행복하고 싶었던 나
그것이 다 부질없는
바램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자신을 스스로 태우며
사라지는 유성처럼
그 흔적의 마지막까지
몽땅 태우고
그렁한 눈물로
이제 너를 보내려 한다.
[3편]
가을은 운다 / 도경수
가을은 운다.
달밤에 서는
달무리와 더불어
흐르는 계절의
아쉬움을 나누며
마지막 머무는 이 밤
귀뚜리도 슬피 울며
하늘을 울리고
스치는 바람조차
서글픈 가락을
읊조리며 서러워한다.
정녕 돌이킬 수 없는 이 밤
그래 더욱 아쉬운가 보다.
멀리서 살짝이
다가오는 미명은
마지막 애수에 젖은
가을을 뻐금히 바라보며
미적미적 내키지 않은
발걸음을 재촉한다.
가을은 운다.
지난 옛이야기를 돌이키며
지워졌던
아주 먼 옛이야기까지
생각하며
아름답던 시절 맘속에
꼬깃꼬깃 간직하며
가을은 또 한 번 눈물 흘린다.
[4편]
첫사랑의 기억 / 도 경수
한여름 밤 별빛 달빛 받으며
구불텅한 논두렁길을 지나면
개울 저편에 첫사랑 그녀가
웃음 짓고 서 있다
반딧불이 허공을 날며 수줍은
그녀의 얼굴에 반짝일 때
살며시 손잡아 보는 짜릿함
홍조 띤 그 얼굴에 번지는 부끄러움
밤새 두 손 맞잡은 채
시간은 흐르고 뜨거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과감하게
시도해본 입맞춤
하늘에 많은 별자리 중에
한참을 망설이다 한자리
골라서 둘만의 약속을
새겨놓고 변치 말자 언약했던
오늘도 하늘엔 변함없이 별빛 흐르고
달빛도 가없이 흐르는데
가버린 첫사랑 그녀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까
우리 머리카락엔 흰빛 도는데.
[5편]
꽃이 지면 / 도 경수
세상의 모든 꽃이란 꽃들은
달빛 아래서
간절한 몸태질로 은밀하게 피어나
저마다의 향기를
달 솟는 저쪽 산 중턱에
슬피 우는 소쩍새
울음소리에 실어
허공 속으로
날려 보낸다.
한동안은 꽃들이 차지한 아름다운 세상에서
향기에 취해 넋 놓고 살아온 바람은
허비한 시간이 아까운 듯
나무의 가느다란
실가지 끝을 잡고
마구 흔들어대며
아직도 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꽃잎을
모질게 아주 모질게
몰아치며 후려친다.
너무나도 세찬 바람, 가녀린 꽃잎이
감당하기엔 두려워
바람을 이기지 못한 척 꽃잎은
스스로 떨어지고
떨어져 나간 꽃잎 대신 푸른 빛깔의
이파리로 움 돋아나며
돌아올 봄 그때 다시 꽃 피우기 위해
씨앗을 품고 살아간다.
- 프로필 -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에 거주
2013년 대한 문학세계 시 부분 등단
첫댓글 접수합니다.
반갑구요. 많은 활동을 기대하면서
네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움터의 고운글로 작식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좋은 인연 오래 알차게 이어가기를 빕니다
네 반갑습니다
장 시가 시선을 끄네요.
반갑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좋은 글 올리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도경수 시인님
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편안 밤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