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ieu~2020
‘택시 창에서 바라본 뉴질랜드 사회’ 1회-2001년
앤디가 거실 창가에 앉아 칼럼 철을 넘겼다. 뉴질랜드 한여름 오후, 12월의 햇살이 색바랜 신문 칼럼에 내리쬐었다. 한참을 지긋이 보다가 멍하니 창밖 팜 트리에 시선을 돌렸다. 온갖 새들이 지저귀며 날아들었다. 써니가 들고 오는 커피잔의 향이 코에 와 닿았다. 앤디 옆 의자에 앉은 써니가 방금 구운 빵 접시도 내려놓으며 말을 건넸다.
-이번 글을 끝으로 뉴질랜드타임즈 칼럼 쓰는 것, 1년을 쉬신다구?
-응. 20년간 연재 글 써왔는데, 이젠 나에게 안식년을 주려고.
-교민신문, 뉴질랜드타임즈에 꽤 오래 써왔는데~ 뭘 보시는 감?
-뉴질랜드타임즈. 첫 칼럼 나온 신문철을 펼쳐보는 중이야.
-오라~2001년 8월 31일 금요일 자 신문! 1회네. 20년 전 이야기.
[택시 창에서 바라본 뉴질랜드 사회]-1회
‘꽁지 빠진 수탉, 물에 빠진 생쥐’ 글이 초등학교 일기장 보듯 뭉클하다. 대체 그렇게 세월이 빨리 흘렀다는 이야기인가. 비 오는 날 공항 가는 손님 태우고 달리다 뒤차가 택시 꽁무니를 치받았던 순간. 국제선 비행기를 타야 하는 손님의 초조한 눈동자. 덜렁이는 뒤범퍼를 떼내 모터 웨이 펜스 밖으로 던져놓고 공항으로 치달렸던 상황. 가까스로 손님이 비행기 안 놓치고. 다시 돌아가 비를 맞으며 뒤 범퍼를 찾아 싣고 정비소로 달렸던 그 날. 손님이 택시회사에 레터를 보내 회사에서 보상을 받은 이야기... .
‘백동흠의 뉴질랜드 꽁트’ 250회 -2020년
1996년 7월 뉴질랜드에 이민 와서, 25년째. 4반세기가 돼 가고 있는 선상이다. 이민 5년 차부터 뉴질랜드 타임즈와 좋은 인연을 맺고 20년을 써온 세월!
-이번 주 2020년 12월 11일 금요일 자 꽁트, 250회 쓰고 숨 고르기 하게 됐어. [백동흠의 뉴질랜드 꽁트]-250회. ‘Adieu~2020’을 끝으로 좀 쉬려구.
-헐~ 그동안을 추억하며 바라보면 온 세상이 생경하게 보이겠네.
-그치. 잠시라도 나를 다독이는 시간, 스스로 주는 안식년이니까.
지난달 어머님께서 하늘나라로 가신 후, 1년쯤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앤디가 갓구운 빵 냄새를 맡으며 한 잎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커피 향 또한 감미로웠다. 25년 이민 생활 중, 20년간 칼럼을 계속 쓸 수 있는 힘이 어디서 나왔는가. 먼저 교민신문 독자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만날 때면 좋은 격려를 해 주었다. 글 쓸 지면을 마련해준 신문사 측에도 고마웠다. 그냥 지나쳤더라면 다 사라졌을 이야기들이 생각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로 피어났다.
-250편 글 속엔 우리 가족과 교민사회 그리고 뉴질랜드 생활상 애환이 다 들어 있잖아.
-그렇지. 참 많은 이야기를 낳았고, 그 이야기는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고리가 되었어. 순문학을 들여다보는 시발점도 됐고. 사람 사는 이야기꽃을 피웠어. 수필가로 등단도 했고. 재외 동포 문학상 대상도 받았고. 소설가로 등단도 이어졌고. 문학회도 만들어 운영도 하고 있고. 받은 보상과 은혜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지.
‘아내의 뜰’ 수필가 등단-2003년
-그 글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고 보람을 느낀 이야기가 있다면 무얼까? 인터뷰처럼 묻고 싶네. 하하.
앤디가 허허 웃었다. 뉴질랜드 25년 생활중, 앤디와 써니 둘이서 아웅다웅 참 많이도 티각태격했다. 싸워가며 이해의 물꼬를 텄다. 한 발짝 물러서 보면 그랬다. 그런 게 글감으로 다 살아났다. 글을 쓰면서 한 템포 감정이 누그러졌다. 다 써놓고 난 글은 내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이야기로 공감을 얻었다. 우리 일상사였으니까.
-첫 번째가 ‘아내의 뜰’ 이지. 당신이 프리지어 꽃밭 만들고 가꾸는 꽃순이 이야기. 일 마치고 퇴근하면 반겨 나오는 그 향기에 하루의 노곤함이 다 사라졌잖아. 2003년인가. 아내의 뜰로 세아트 문학상을 받고 10만 원 부상도 받았잖아. 그 부상 10만 원을 고국의 어머님께 드렸고. 어머니께서 전주 성당에서 세례받으실 무렵. 그 상금은 고스란히 어머니의 그해 교무금, 특별 헌금으로 봉헌되었고. 그때 감사와 보람을 느꼈어.
-아아~ 그랬었구먼. 첫 열매가 100% 봉헌되었네. 두 번째 글은 무엇인감?
-‘깬~니~프!’ 2017년 재외 동포 문학상 수필 대상. 상금 300만 원. 응모 세번 째 도전 만에 얻은 상이었어. 글엔 힘이 들어가면 안 되고 자연스럽게 써야한다는 걸 깨달았지. 택시 손님 중에 한국 원어민 교사로 일했던 오클랜드 여대생 이야기였어. 한국 음식을 좋아한대서 무슨 음식이 기억나냐고 묻는 나에게 ‘깬~니~프’ 라고 직답을 했을 때, 난 그 게 뭔가 했지. 상추 말고 깬~니~프라고 이야기하더구먼. 그때서야 아~하! 알아차렸어. 외국인들이 곧장 말하는 한국어. 문장들을 모아서 낸 이야기였잖아. ‘육개장 플리즈!’, ‘월매유?’ . 해학과 풍자로 쓴 글이 공감적이었다는 심사위원의 평이 따랐던 이야기였지.
앤디가 일어나 두 팔을 펼쳤다. 창밖의 풍경을 죽 스캔했다. 뉴질랜드 크리스마스트리, 포후투카와 나무에 빨간 종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때, 강아지 도니가 바짓가랑이에 몸을 붙였다. 앞발로 득득 긁었다. 밖에 외출 좀 나가잔 표시였다. 써니도 일어났다. 동네 한바퀴 돌면서 산책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준비해서 셋이 현관문을 나섰다.
-금요일 오후라 주말 분위가 나네. 저 건너편에도 우리처럼 강아지 데리고 나왔구먼. 코로나 이후, 삶의 방식이 참 많이도 바뀌었어. 많은 사람 모이는 행사는 줄고, 가족 단위로 움직이는 풍경이 익숙해졌어.
-포후투카와 빨간 꽃이 크리스마스 계절을 알리네. 금세 울려올 듯한 캐롤 이 생각나. 도니가 저리도 좋아 깡충깡충 뛰는 걸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고.
깬~니~프!’ 재외동포 문학상-2017년
세상의 질서를 온통 뒤바꿔놓은 코로나 때문에 올해 2020년은 변화무쌍했다. 대 자연의 질병 쓰나미에 인간은 턱없이 나약한 존재였다. 기술혁신과 경제발전으로 삶이 편리해지고 풍성해져도 가슴 한곳이 뻥 뚫리면 허기를 느낄 수밖에. 여러 메시지를 남겼다. 앤디와 써니 그리고 도니가 잔디 구장으로 들어섰다.
-여기, 언쓰워쓰 리저브는 연초록 향연장이구먼. 연두색, 연녹색, 연남색이 다 어우러진 평화공원. 저기 갈매기 무리가 하얀 그림을 그리고 있어.
-그뿐인가. 저 녀석 도니가 저렇게 펄쩍펄쩍 뛰어가니 갈매기들이 날아가며 하얀 물감을 하늘로 흩뿌리고. 그림에 확 변화를 주네.
모처럼 갖는 수채화 감상. 내면에 평화의 물결이 밀려온다. 한가한 시간과 느린 걸음이 주는 선물이다. 눈에 보이는 돈과 물질과 편리와 성공 탑이 인간 행복의 목표는 아니었던 것. 그런 것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속도를 줄이라는 코로나의 메시지. 앤디도 Adieu~2020을 끝으로 칼럼 연재에서 좀 쉴 때가 되었음을 알고, 연남색 리저브 위를 나는 갈매기 무리 속에 날아들어 갔다.*
-그동안 지켜봐 주고 응원해준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뉴질랜드 타임즈를 만드는 분들을 향해서도 고마움을 표합니다. 가정에 평화와 기쁨이 가득하길 진심으로 빕니다. 백동흠 프란치스코 드림.
#백동흠의 뉴질랜드 콩트(250회). 뉴질랜드 타임즈. 21/12/2020
첫댓글 2020년!
아듀~
이 칼럼으로
마무리하네요.
20년 써온 칼럼 오늘 끝맺어요.
12월 잘 마무리하세요.
오래 쓰셨네요.
안식년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고맙습니다
좀 비워놓고
쉬엄쉬엄
지내려구요
곧 한번 뵙지요.
20년 긴 세월 동안 줄곧 작품 써왔다는 건 기네스북 감입니다. 보통 등단 이후 펜을 놓거나 소재가 떨어져 펜을 놓는 경우도 많거든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머니 소천 이후 생각이 많으셨군요. 밧데리도 방전되면 일정 충전시간이 필요하듯이 충전 후 짜잔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리라 믿습니다. 충전 중이더라도 문봄에 놀러오시와요. 늘 건강하고 아름다운 웃음 넘치시기 바랍니다.
우리 회장님!
말씀만 들어도
힘이 솟아요.
회장님 뵙고서
돼지국밥 한그릇
함께 먹고 싶구요
백작가님 글은 늘 정겹고
읽고나면 작은 웃음을 머금게 되지요.
20년 동안 250편의 글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었겠어요.
글 쓰는 가장 큰 행복입니다.
앞으로도 따뜻하고 유쾌한 글들
많이 쓰세요.
감사해요
시인님의
지하철 시처럼
사람들 속에
희망과 여운을
남겨주어야
할텐데요
놀멍 쉬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