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 여 장 날
지온 김인희
오일장 서는 부여장날은
시골어른들 뽐내고 외출하는 날이다.
병원 처방전 들고 오면서
“버스 시간 다되었어, 싸게(빨리) 해 줘.”
시장 봐서 오면서
“빈 박스 줘야 겄네. 꾸러미가 너무 많어. . .”
허리춤을 잡고 오면서
“미안혀서 어쪄. 화장실이 급한디.”
왁자지껄 장날은
밥 한술 뜨고 조제하고
국 한술 마시고 박스 묶어주고
알밤 든 다람쥐 볼로 화장실 안내하고
맞춤 서비스 하는 날이다.
태양이 서쪽하늘에 조각조각 미련을 두는 시간
과일트럭을 지나 퇴근하는 길
소금에 절여진 무김치처럼 늘어진다.
“대봉감이 엄청 크고 잘생겼어요.” 했더니
“이만오천원에 팔던 거 막장이니 이만삼천원에 가져가요.”한다.
내 미소와 달변으로 흥정하면 이만원에 살 자신이 있었다.
겨울바람 맞으며 온종일 시달린 부부의 모습을 보고
“사장님, 이만오천원에 주세요. 새해에 대박 나세요.” 했더니
“어이구, 이런 손님은 처음이네요. 다들 더 깎으려고 하는데요.”
집에 와서 박스를 열었다.
아쁠사!
나도 모르게 넣어 둔 덤이 가득했다.
감 박스 안에서 귤이 먼저 우르르 쏟아졌다.
첫댓글 인심은 입심이 되기도 하고 입심이 인심이 되기도 하네요
평화 그 자체 이기도 하구요
잔조로운 장날의 풍경이 투영되는 그림입니다
저도 어릴때 장날이면 부모님이랑 같이가던 기억이 있습니다
부여는 시골이라서
그때 그 장의 풍경이 재현되고 있습니다.
흥정하고 덤이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