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 : 김준동, 공희원, 정도제, 허신, 황다경, 김태현
첫 모임을 가졌어요.
첫 모임 책은 오스카 와일드 <캔터빌의 유령>이란 책이에요. 여러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는 단편집이죠.
이번 시간에는 <아서 새빌 경의 범죄>, <캔터빌의 유령>. 이렇게 두 작품을 놓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읽기 부담을 줄이고 집중해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어떤 작품을 읽어오면 되는지를 정해놓았어요. 하지만 재밌다면 다른 작품들까지 읽어도 좋겠지요.
첫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멤버들이 작품을 완독해왔어요. 물론 바빠서 한 편 밖에 못 읽어온 멤버도 있었어요. 다경이는 오스카 와일드가 꽤 마음에 들었다고 해요. 그래서 책에 실린 다른 작품도 읽어버렸다고 하네요.
오스카 와일드는 소설도 재밌지만 삶 자체가 매우 흥미로운 작가죠. 오스카 와일드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잠시 이야기를 나눴어요. 역시 동성연애를 했다는 사실이 많은 관심을 끌었네요. 동성애는 과연 죄일까요? 동성애는 금지되고 처벌받아야 할까요? 이건 최근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문제이기도 하죠. 동성애는 금지되어야 한다는 입장도 있고, 그렇지 않다, 그건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억압하는 것이며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이다, 라는 입장도 있어요. 지금 한국사회에서 두 입장은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서, 어떤 합의나 화해가 이루어지긴 힘들 것 같아요. 이런 대립과는 별개로 동성애적 코드는 영화, 드라마, 웹툰, 아이돌 가수 등 다양한 대중문화의 영역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도 해요.
오스카 와일드는 동성애 때문에 처벌을 받았어요. 그리고 그것 때문에 큰 타격을 입었죠. 재산을 날리게 되었고 작가로서의 경력도 끝나게 되었어요. 감옥에서 나온지 얼마되지 않아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고요.
작가 오스카 와일드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다음의 네 가지를 꼽았어요.
1. 탐미주의자(유미주의자)
2. “모든 것은 부질없다” (나쁜 일을 했다고 꼭 벌을 받는 건 아니다=착한 일이 꼭 보상받는 건 아니다.)
3. 맹목적인 태도
4. 외모(외적인 아름다움)
탐미주의자란 무슨 뜻일까요? 미(아름다움)을 탐한다는 뜻이죠. 탐식이라고 하면 먹을 것을 탐한다는 뜻이고요. 유미주의자도 비슷해요. 한자로 ‘오로지 유’자를 써요. only라는 뜻이죠. 오직 아름다움만이 중요하다라는 태도예요.
뭔가를 탐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사람이 뭔가를 탐하게 되면 뭐가 문제가 될까요? 정신줄을 놓게 된다는 게 문제죠. 자기가 탐하는 것, 추구하는 것 말고는 다른 건 눈에 안 들어온다는 게 문제가 돼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 사회의 시선(=도덕)을 신경쓰지 않게 되죠. 이게 곧 맹목적인 태도예요.
오스카 와일드의 사진들을 보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이 작가는 사진을 많이 남겼어요. 포즈가 인상적이예요. 옷차림은 물론이고 자세, 시선 처리나 표정, 손가락 모양, 손에 들고 있는 소품을 잘 보면 이 사람이 굉장히 외적인 아름다움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 자기 스타일이 확실한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어요. 네 맞아요. 어떻게 보면 허세 쩔죠. 부담스럽다, 오글거린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어요.
오스카 와일드는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뭘 추구하고 살았던 사람인지를 이해하는 게 필요해요. 작품만 놓고 보면 '아니 왜 이런 작품을 썼지?' 좀 황당하고 이해가 안 될 수 있어요. 물론 작가가 살았던 시대(19세기 후반의 영국-유럽 사회)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기까지 얘기하면 굉장히 복잡한 이야기가 될 테니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해요. 우선 19세기 영국은 '빅토리아 시대'로 불리고, 이 때가 영국의 최고 전성기이면서 사회 도덕, 규범이 무척 중요시되었던 시기라는 것 정도만 알아두기로 해요.
작가 외모 이야기를 한참 했으니 이쯤에서 사진 몇 장 봅시다.
오스카 와일드는 아름다움 중에서도 외모, 그러니까 외적인 아름다움, 겉으로 표현된 아름다움을 무척 중요시해요. 그래서 그런지 소설도 그런 식으로 썼어요. 무슨 얘기냐면 소설의 형식적인 측면들, 문체, 이미지는 아름다운데 소설의 내용은 아름답지 않다… 특히 교훈적이지 않다는 뜻이에요.
외모의 반대말은 뭐죠? 내면이죠. 오스카 와일드는 외적인 아름다움을 중요시하고 내면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굉장히 애매한(=그래서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태도를 취해요. 이 점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또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해요.
오스카 와일드는 어록으로도 유명해요. 길이는 아주 짧지만 아이러니와 역설과 통찰이 들어 있는 문장들을 많이 남겼어요. 19세기의 SNS 스타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런 오스카 와일드의 어록 중에서 10개 정도를 골라 함께 보고 각자 어떤 어록이 인상적인지, 마음에 와닿는지 이야기를 나눴어요.
* 세상은 연극 무대이지만, 주어진 배역은 엉망이다. (<아서 새빌 경의 범죄>, 21)
* 인생에는 두가지 비극이 있다. 첫째는 우리가 바라는 것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둘째는 우리가 바라는 것을 얻는 것이다.
* 행복한 기분일 때에는 언제라도 착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착한 사람이 된다고 해서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니다.
* 나는 너무 영리해서 가끔은 나 자신도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로켓 불꽃>, 180)
* 젊을 때는 인생에서 돈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다. 나이가 들고 보니 그것이 사실이었음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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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봤어요. <아서 새빌 경의 범죄>의 주인공인 아서 새빌 경은 자신이 생각하는 '선'을 실천하기 위해 살인이라는 악행을 계획하고 실천에 옮기는 인물이에요. 그런데 그 범죄의 결과 벌을 받는 게 아니라 행복한 결혼 생활을 누려요.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소설을 썼을까?"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어요.
흠... 잘 모르겠다. 재밌으라고 쓴 게 아닐까? 독자가 뭘 재밌어할지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죄를 지었는데도 벌을 받지 않는 주인공이 나와서 흥미로웠다.
권선징악이란 주제와는 정말 동떨어진 소설이다. 이거 신선했다.
작가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아서 새빌 경이 범죄를 어떻게 저지를까 계속 고민하고, 실패하고, 다시 고민하는 장면이 긴장감 있었고 흥미로웠다.결과보다 과정에 공을 들인 느낌이다.
이런 이야기가 나왔어요.
<캔터빌의 유령>은 너무 재밌게 읽었다는 의견이 많았어요.인기 투표 하면 1위를 차지할 듯.
유령이 정말 허당이었다. 나중에는 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품 속 표현들이나 상황이 재밌는 게 꽤 많았다.
신비로우면서도 황당하다는 느낌이었다.
유령이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주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유령에게 모욕감을 준다는 게 흥미로웠다.
유령이 딸(버지니아)의 물감을 훔쳐다가 핏자국을 그리는 게 정말 웃겼다.
나중에 유령이 버지니아랑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장면도 흥미롭게 서술된 것 같다.
유령이 버지니아에게 하는 말 중에서 이게 인상적이었다. "난 쇠사슬을 덜그럭거려야 하고, 열쇠 구멍으로 신음 소리를 불어넣어야 하고, 밤에 여기저기 배회해야만 해. 그러니까 네 말은 바로 그런 걸 하지 말라는 거잖아. 그렇게 하는 게 나의 유일한 존재 이유인데도 말이야."(93쪽)
또 다른 웃기는 장면은 쇠사슬에다가 윤활유를 바르는 장면이었다.
핏자국 지우는 세제 이름(핑커턴 챔피언 얼룩 지우개)과 윤활유 이름(라이징선 윤활유)이 자세하게 언급된다. 이렇게 상표까지 언급하는 게 흥미로웠다. PPL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유령이 사람들을 놀래키려 할 때 준비를 굉장히 많이 한다. 자기가 예술가라도 되는 양 의상도 준비하고 분장도 하고 그런다. 이런 게 무척 재미있었다.
이렇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앞으로 읽을 작품 중 어떤 게 기대되는지를 물어봤어요.
준동 : 레이 브래드버리의 작품들이 기대된다. <안개 고동> 기대된다.
도제 : <검은 수사>가 기대된다.
신 : 체호프의 <관리의 죽음> 읽어본 적 있다. 다시 읽어보고 싶고 다른 작품들도 보고 싶다.
다경 : 에드거 앨런 포의 모든 작품들이 기대된다.
태현 : 잘 모르겠다.
희원 : <어셔가의 몰락> 기대된다.
각자 기대한 작품에 대해서는 짧게라도 감상글을 써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럼 다담주 두 번째 시간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