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세입자협회 칼럼 20]
- ‘부채 인간, 월세 인간’시대의 자화상
전국세입자협회 운영위원 박동수
최근 전세 가격이 폭등하면서, 전세 세입자는 자기 처지에 맞추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지만, 세 가지의 선택 폭 밖에 없다.
오르는 전세가격을 수용하는 것 → 추가 전세자금을 대출받든지, 지인에게 빌려야 한다.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것 → 추가 월세부담을 해야 한다.
이번에 주택을 매입한다. →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다.
추가 대출금과 대출이자, 새로운 월세부담이 전세 세입자를 기다리고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은행융자와 이자, 그리고 월세가 대한민국 중산층과 서민을 짓누르고 있다.
학생들은 어떤가? 학자금대출 원금과 이자가 졸업한 학생들을 압박하고 있다.
차를 신용으로 구입한 이들은 매달 차량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매달 카드로 물품을 구입한 이들은 매달 돌아오는 카드 결제 일에 돈 한 번 만져보지 못하고 목돈이 빠져나간다.
장사나 사업으로 가게나 사무실을 임차한 이들은 “매달 월세 내는 날은 왜 이리 빨리 돌아오는지?” 월세를 건물주 통장에 입금하고 앞으로 한 달 마음 편히 영업할 수 있다는 안도감에 젖는다.
집을 소유한 집주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융자를 안고 집을 구입한 자가 소유자들은 갚아도 잘 줄어들지 않는 융자원금에 먹먹해 하고 있다.
부채와 이자를 갚고 월세를 내려면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
실업이나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월급을 못 받거나, 불경기 등으로 장사나 사업이 되지 않으면, 원금이나 이자 월세를 제 날짜에 내지 못한다.
그러면 신용이 없는 사람. 신용불량자가 된다. 신용 없는 사람. 이 시대의 불가촉천민이 된다. 금융거래가 중지된다. 회사 취직도 되지 않는다. 지인관계도 끊어진다. 경제적 궁핍과 사회적 고립으로 삶의 질이 나락으로 떨어진다.
‘부채와 월세의 시대’에 중산층과 서민들은 원금을 갚고 대출이자를 갚기 위해, 월세를 내기위해 경제활동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달 돌아오는 원금과 이자 그리고 월세 내는 날을 넘기면 어떻게 될까?
금융기관의 추심전화와 문자 그리고 월세를 재촉하는 집주인이나 대리인의 전화에 심신이 피곤해질 것이다.
그런데도, 이 대한민국 정부는 빚을 권하고 월세를 권장한다.
‘빚내서 집사라고’ ‘빚내서 전세 거주하라고’ ‘공부하려면 빚내서 공부하라고’ ‘월세는 선진국주거형태이니, 월세주택공급건설사에 특혜를 주겠다’고....
부유층의 여유자금이 몰려 있는 금융기관들은, 오늘도 대출을 하면서 이자수익을 거두어들이고 있다.
‘부채인간과 월세인간’시대의 정치는 선거를 통한 제도권정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매달 돌아오는 원금과 이자 그리고 월세를 내기 위해 생활의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최대의 정치행위는 선거 때 투표하는 것뿐이다. 마음의 여유와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보아야한다. 직접 참여하는 참여 정치행위와 시민 단체 등의 활동은 어렵다. 우리사회의 시민 없는 시민단체는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부채인간과 월세인간’시대의 사회상은 사회통합이 될 수 없다.
채권자와 채무자,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호간에 인간적인 유대와 소통이나 공감이 없어진다.
채권자나 임대인은 “어떻게 하면 자산을 회전하여 수익을 많이 낼 것인가?”가 주요한 고민이다. 채권자에게 채무자는 돈을 제 날짜에 갚는 게 중요하고, 임대인에게 세입자는 제 날짜에 월세를 내는 게 중요하다. 만약 채무자나 임차인이 이자나 월세를 제 날짜에 내지 않는다면, 채권자와 채무자, 임대인과 세입자의 관계가 정상적인 사람관계로 되지 않는다.
가계대출의 증가와 더불어 월세주택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빚의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고, 월세를 갚아야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매달 가계지출에서 금융비용과 월세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그 반대편에서는 채무자와 세입자들이 내는 이자와 월세를 수익으로 생각하는 계층이 존재한다. 그들은 더 높은 이자수익과 월세수익을 쫓아 이동한다.
정부의 공공성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이 때, 정부는 ‘금융정부’로 금융기관 대출 알선 역할로 전락하고 있다. 정부의 핵심대책은 모두 금융기관에 가서 대출받아 해결하라는 것이다.
공공성이 약화되고, 물질주의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면서, 우리 사회의 인간 종들은 ‘마음속에 분노를 키우고, 마음속으로 울면서 ’하루하루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부채와 월세시대’의 우리 사회 인간 종들은 이자와 월세를 못 내서 신용이 없는 사람(?)이 될 때, 고단했던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삶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