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제 : 발정난 봄두꺼비 남한강 영춘 20x16x9
대학시절 존경하던 교수님으로는 김열규선생님을
제일로 꼽을 수 있다. 선생은 한국문학에 있어 설화비평의 새로운 영역을 여신 분으로 그분의 저서인 『한국인 그 마음의 근원을 찾는다』라는 저서는
당시 문학을 꿈꾸던 젊은이의 가슴을 뛰게 했으며 줄을 그어 가며 몇 번씩이나 정독하느라 밤을 지새우게 했던 나의 가슴속의 명저로
남아있다. 그분의 설화 비평론의 핵심은 ‘설화는 설화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설화를 만들어 낸 이들의 마음과 세계가 올곧게 들어
있으니 설화 속에서 그 설화를 만든 이들의 마음을 읽어 내라는 것 이었다’
우리 설화속에 두꺼비는 보은과 재물과 자기희생을 통한
가족애의 화신으로 나타난다. 자신을 위하여 자기 먹을 것을 줄이며 조금씩 자신을 키워준 처녀를 위하여 그 처녀가 지네에게 재물로 바쳐지게 되었을
때 그 처녀를 따라가 지네와 싸워 결국 처녀를 구하고 자신도 장렬한 죽음을 맞이하는 두꺼비 보은설화에서는 구름과 비를 관장하는 신의 대역인
지네에 대한 인신공양풍습에 대항하는 투사로서의 두꺼비가 보은의 의미와 결합하여 아름다운 미담을 만들어 냈다.
또한 중국의 고사에서
기인한 발이 세 개달린 두꺼비와 유해의 설화에서는 「劉海戱金蟾 步步釣金錢 -유해가 금두꺼비와 장난을 치고 걸음마다 금전을 낚는다-」이라하여
두꺼비는 부의 상징으로 형상화 되고 그러한 고사는 우리 그림에도 모티브가 되어 현제가 그린 「하마선인도 - 간송미술관 소장-」라는 명작으로
남아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떡 두꺼비 같은 아들’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두꺼비는 아들과 다산의 상징이다.
여기에도 우리 설화의 근거가 있는데 예전 우리 조상들은 두꺼비가 뱀을 약올려서 스스로 잡혀 먹고 그 뱀속에 알을 낳아 뱀이 조각조각 부서지면서
그 조각들이 모두 쌕-기 (표준어는 등록이 않되는 관계로 이렇게 표기합니다)가 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므로 두꺼비는 자신을 희생하여 자식을
낳는 자기희생을 통한 가족애의 상징이었다. 보기에는 좀 흉측스럽고 징그러워 보여도 우리 민족에 있어 두꺼비는 언제나 이러한 상서로움의
상징이었다. 김열규선생의 말씀대로 설화를 통하여 우리민족의 심성을 엿본다면 우리민족은 외모보다는 그 내면의 세계를 중시하며, 은혜를 잊지 않고,
자기희생을 통한 선(善)을이룸을 사랑한 민족이라는 것을 이 두꺼비 설화가 웅변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위의 돌은 지난번
영춘탐석에서 얻은 것이다. 그날은 부친도 모자이크석 한점을 하셨고 나도 비슷한 모자이크 문양을 했으니 그 인연도 퍽 소중하다. 모자이크 문양과
색깔이 예뻐 돌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니 두꺼비 모양을 한 것이 입도 있고 눈도 있다. 두꺼비는 봄이 되어 발정기가 되면 이렇게 표면이
붉어지며 그 표피가 한층 예뻐지게 되는데 이 돌 또한 그러하니 발정난 봄두꺼비라 제목을 정하고 석실에 두고 즐겨 보게 되었다. 봄기운
충만한 이름봄에 상서로운 복두꺼비가 들어왔으니 올해는 상서로운 일들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부질없는 기대를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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