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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sanpyo]

프로바둑기사의 띠별 특성

올해는 정해(丁亥)년, 돼지 띠의 해다. 돼지도 그냥 돼지가 아니라 황금 돼지라 해서 수 백 년 만에 돌아오는 길년(吉年)이라고 한다. 과연 12지(支)의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띠’의 특성은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바둑계 승부사들에게 이를 대입해 보면 어떤 결론이 나올까. 새해를 맞아 심심풀이 삼아 국내 현역 프로기사 전원(214명)의 띠를 분류하고 그 특성을 살펴보았다.

<돼지띠>
장점=진실되다. 예의가 바르다. 활발하다. 점잖다. 침착하다. 부지런하다. 자상하다.
단점=너무 순진해 잘 속는다. 유혹에 약하다. 고집이 세다. 뻔뻔하다. 무방비 상태다.

돼지띠에 해당하는 국내 프로 기사는 13명. 12개 동물 가운데 가장 적은 분포다. 돼지 띠의 대표 기사는 이세돌 9단. 83년 생인 그는 올해 초 벌어진 도요타덴소배 세계 왕좌전에서 멋지게 우승, 띠와 운세 간의 상관 관계가 전혀 허황된 것은 아니다(?)는 걸 입증해 보였다.

돼지띠 기사 13명 중 최고령자는 47년생인 천풍조 8단. 정해년 출생으로 올해 환갑을 맞는다. ‘황금돼지’로는 국내 하나뿐인 존재여서 금년에 좋은 일이 생길 것도 같다. 59년생으로 조대현 문용직 김석흥 강만우 김기헌 등 5명이 있고 71년생으론 노준환이 유일하다. 염정훈 박지은 이용수 김효곤 김선미 등이 이세돌과 83년생 동갑이다.

<쥐띠>

장점=신중하다. 상상력이 풍부하다. 영리하다. 낭만적이다. 정열적이다. 검소하다.
단점=공격적이다. 탐욕스럽다. 의심이 많다. 기회주의 성향이 있다. 내성적이다.

장점 부문만 보자면 프로기사로서 더 없이 좋은 조건들로 채워져 있다. 국내 쥐띠 프로기사는 총 18명. 그 중 84년생이 11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대표 주자는 지난 해 세계를 제패(후지쓰배)했던 박정상. 홍민표 김주호 최원용을 위시해 주형욱 윤현 김선호 박승현 이민진 윤재웅 박지훈(소) 동갑내기 쥐띠 기사다.

48년 출생자들은 실전으로, 또는 행정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하찬석이 국수(國手) 계보를 잇는다면 유건재 한상열은 전, 현직 사무총장으로 한국기원 살림을 이끌고 있다. 조영숙과 윤종섭도 여류 및 지방 바둑계 원로로 활약했다. 60년생과 72년생은 각각 박영찬, 김찬우 1명뿐이다.

<소띠>
장점=성실하다. 참을성이 많다. 독창적이다. 사색적이다. 논리적이다. 이지적이다.
단점=완고하다. 낭만이 부족하다. 분노를 주체하지 못한다. 권위적이다. 오만하다.

띠 별 족보(?)에 나타난 소띠의 특성은 프로기사란 직업 측면에서 본다면 좋은 항목이 많다. 국내 최고참 프로인 37년생 최창원을 필두로 49년생이 양상국 등 3명, 61년생 2명, 73년생은 김승준 이상훈(대) 등 2명이 있다. 소띠 기사 숫자는 총 20명.

‘송아지 트리오’로 불렸던 최철한 박영훈 원성진이 85년 생 동갑이다. 2000년대 신예 돌풍을 이끌던 이들은 이미 바둑계 심장부로 진입한 상태. 이 외에도 이재웅 김진우 천스위안 조혜연 백지희 김대용 이다혜 김환수 김동희 등 유망주들이 즐비하다. 85년 생 ‘송아지 띠’숫자 12명은 연도별 출생 기사 수에서 단연 1위에 해당한다.

<범띠>
장점=용감하다. 배짱이 좋다. 의리가 있다. 힘이 좋다. 일관성이 있다.
단점=거칠다. 반항적이다. 사려가 깊지 않다. 소견이 좁다. 이기적이다.

띠 별 특성은 역시 그 동물의 이미지에서 따온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렇다 하더라도 범띠 기사들의 면면을 보면 역시 용장(勇將)들이 많다. 38년생 김재구, 50년생 유병호 이기섭, 62년생 장주주 김종수 등 하나같이 강 펀처들이다. 74년생 윤현석과 김영삼이 그 뒤를 잇는다.

이 그룹에서도 막내인 86년생이 11명으로 전체 18명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백홍석 허영호 송태곤 온소진 등 맹장들을 전진 배치한 가운데 박정근 김기용 진동규 김형환 박진솔 등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 역시 86년생인 김혜민과 배윤진은 ‘홍 2점’ 여성 호랑이 기사들.

<토끼띠>
장점=신중하다. 적응을 잘 한다. 우아하다. 지적이다. 수단이 좋다. 유순하다.
단점=나약하다. 감상적이다. 변덕스럽다. 속물근성이 있다. 화를 잘 낸다.

토끼띠 기사는 총 24명. 뱀띠와 함께 우리 바둑계 최대 군단이다. 숫적으로만 그런 게 아니고 질적으로도 우수하다. 세계대회 최다 우승의 이창호가 최명훈 윤성현 양건 이상훈(소) 남치형 이정원 등과 함께 ‘토끼띠 성골’이란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김학수(대) 고재희(이상 39년생), 차민수 노영하(51년생), 최규병 양재호 김성래 루이나이웨이(이상 63년생) 등이 요소 요소에서 활약 중이다. 막내인 87년생 그룹엔 이영구 고근태 홍성지 윤준상 서건우 배준희 김수진 최병환 손근기 등 소년 장사급 9명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차세대 주역으로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용띠>
장점=강인하다. 정력적이다. 직선적이다. 주도 면밀하다. 이지적이다. 관대하다.
단점=편협하다. 위압적이다. 무모하다. 자신감이 지나치다. 성급하다.

띠별 특성 매뉴얼에 나타난 일부 부정적 캐릭터와 달리 용띠 기사들은 대체로 원만하고 따스한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최고참인 심종식(40년생)을 필두로 장수영 오규철 황원준 김종준 (이상 52년생), 박승문(64년생), 김성룡(76년생) 등이 포진해 있다.

가장 어린 그룹(88년생)이 11명으로 전체(18명)의 절반을 넘는 것은 용띠도 마찬가지. 하지만 한 눈에 들어오는 두드러진 스타가 아직 없다는 느낌도 감추기 힘들다. 가일층 노력해띠 가문의 영광(?)을 실현해야 한다. 김형우 유재호 한상훈 최기훈 박소현 김세실 전영규 이하진 윤지희 오주성 김은선 등이 88년생 용띠 기사들.

<뱀띠>
장점=현명하다. 직관력이 좋다. 차분하다. 부드럽다. 카리스마가 강하다. 세련됐다.
단점=차갑다. 게으르다. 질투가 심하다. 인색하다. 소유욕이 강하다. 차갑다.

뱀띠는 숫자(24명)도 많고 인재도 널렸다. 조훈현 서봉수가 호적상 53년생 뱀띠. 막내 그룹인 89년생 중에도 강동윤 김지석 진시영 등 재주 넘치는 신예들이 즐비하다. ‘현명하고, 카리스마가 강하며, 직관력이 좋다’는 평가가 잘 어울린다.

권경언 백흥수 사범이 41년생, 장두진 박종렬 임순택 이형로 사범이 53년생 뱀띠다. 65년생 황염도 있다. 서무상 이성재 김만수 류재형 이영신(이상 77년생), 박승화 조미경 최동은 고주연 홍기표 김대희 조경호(이상 89년생) 등도 이 띠가 재주꾼들의 집합체임을 보여주고 있다.

<말띠>
장점=쾌활하다. 정력적이다. 진취적이다. 성실하다. 기민하다. 재치가 있다.
단점=자기중심적이다. 사려 깊지 못하다. 변덕스럽다. 지구력이 부족하다. 화를 잘 낸다.

말띠 기사 중 간판 스타는 66년생 유창혁이다. 총 15명의 말띠 가운데 홀로 정 가운데 위치해 있다. 띠 별로 분류해 본 결과 세계대회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한 띠가 여럿 나왔는데, 말띠 역시 유창혁이 아니었다면 그 범주에 포함될 뻔 했다.

최고참 42년생으론 국수를 지낸 윤기현을 비롯해 박진열 정동식, 54년생은 허장회 이홍렬 문명근 김준영이 자리잡고 있다. 78년생은 김명완 김태향 백대현 윤영민 등 4명. 90년생으론 아직 권형진 김수용 윤찬희 등 3명밖에 배출되지 않았다. 대형 세력화(?)를 눈 앞에 둔 그룹이다.

<양띠>
장점=유순하다. 친절하다. 이해심이 많다. 진실되다. 낭만적이다. 창조적이다.
단점=소심하다. 의지가 약하다. 연민에 잘 빠진다. 결단력이 부족하다. 예민하다.

6, 70년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김인이 간판 주자. 하지만 그를 제외하면 슈퍼스타 급은 보이지 않는다. 잠재력과 숨은 재주가 밖으로 덜 발현됐다는 얘기로, 양(羊)의 이미지와 거의 부합한다.

김인 이준학(43년생), 한철균 김철중 정수현(이상 55년생), 김원(67년생), 윤영선 김민희 이지현 한종진 김강근 안조영 박지훈(대) 김광식 현미진(이상 79년생) 등이 양띠 출생 기사들. 최연소 91년생은 박지연 1명뿐이다. 그와 동갑내기 유망주들이 대거 유입될 날도 머지 않았다.

<원숭이띠>
장점=사회적이다. 단호하다. 낙천적이다. 자신감에 넘친다. 다재 다능하다. 이성적이다.
단점=교활하다. 잘난 체를 잘한다. 질투심이 강하다. 무모하다. 허영심이 많다.

총 19명. 숫적으로 12개 그룹 중 4위에 해당한다. 타이틀을 손에 넣어 본 기사는 80년생인 목진석 1명뿐이지만 정말로 다재다능형 기사들이 산재해 있다. 이관철 백성호 김학수(소) 김일환 박상돈 김동면 차수권(이상 56년생), 유재성 이현욱 하호정 안영길 안달훈 권오민 최문용 스베타 샤샤 강승희(이상 80년생)에다 최근 92년생 김승재가 막내로 ‘가입’했다. 역시 앞으로 세를 불릴 그룹.

<닭띠>
장점=신념에 넘친다. 상상력이 뛰어나다. 모험심기 강하다. 창조적이다. 노력가다.
단점=독선적이다. 사려가 부족하다. 낭비벽이 심하다. 몽상가적 기질이 있다.

노장 그룹의 9단 비율이 가장 높은 띠. 57년생 중 김동엽 정대상 김수장 강훈 등 4명이 최고단인 9단까지 올랐다. 나종훈 장명한 권갑룡 등은 9단은 아니지만 자기 분야에서 큰 몫을 해냈다. 그 뒤를 김효정 이정우 박병규 홍장식 유경민 강지성 장정핑 등 81년생이 이어받았다.

69년생의 맥이 끊긴 아쉬움은 93년생 박정환이 해소해 줄 전망이다. 국내 최연소 현역인 박정환은 동료 프로기사들의 인기투표에서 가장 장래가 기대되는 루키로 최근 선정됐다. 전체 닭띠 기사 수는 15명으로 아직은 적은 편.

<개띠>
장점=신뢰할 수 있다. 강인하다. 지략이 넘친다. 끈기가 있다. 솔직하다. 열정적이다.
단점=고집이 세고 심술궂다. 냉소적이다. 반사회적이다. 호전적이다. 참을성이 없다.

총 14명으로 돼지띠(13명) 다음의 미니 부대. 토끼띠나 뱀띠(이상 각 24명)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구성원들을 들여다 보면 재주꾼들이 도처에 숨어있음이 확인된다. 이봉근 홍종현(이상 46년생)이 리더이고 서능욱(58년생)이 김영환 공병주(이상 70년생) 사이에서 ‘링커’ 역할을 맡고 있다.

82년 생이 아직 막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게 아쉽다. 최근 천원 타이틀을 목에 건 조한승을 간판으로 이희성 옥득진 한해원 이용찬 권효진 이강욱 박승철 서중휘가 82년 출생 기사. 94년 출생 프로 지망생들이 언제쯤 입단, ‘개띠 기사’로 등록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 바둑계 전체의 관심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