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고추는 한초가 아니다!’ 라는 제목으로 고추재배에 있어서
수분공급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한 1995년에 한국농업신문에 기고한 글이다.
고추는 한초(旱草)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인해 실제 고추재배에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고추는 한초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깨닫고 농사를 지어야 한다.
고추는 한초라는 그릇된 판단으로 인하여 고추가 낙과되고, 꽃이 무너지며,
순멎이 현상으로 수확이 격감되며, 괴저바이러스 피해에다, 초기과실 무름병이 오며,
과실이 쪼개지며(裂果),각종병해와 충해까지 받는 피해로는
분명히 성공적인 고추농사를 지을 수 없습니다.
고추는 한초라 하여 이제까지는 경사진 밭을 선택하여 두둑을 높이고
골을 깊게 치는 방법으로 농사를 지었다.
그러나 이보다는 평밭에 한 줄이나 두 줄심기를 하여 멀칭비닐 속에다 관수형
분수호수를
넣어 물 관리를 하여 습해에 대처하는 적극적인 방법이 오히려 고추농사의 성공
비결입니다.
이렇게 할 경우, 고추의 시세가 좋은 첫물고추
수확이 남보다 빨라 이것만으로도
관수형 분수호수 설치비용을 뽑을 수 있습니다.
또한 가을 가뭄이 심할 경우, 관수하지 못한 고추는 나무에 메어 달려 반쯤 건조됨으로
중량도 가볍고 상품가치도 떨어지는데 비하여, 물 관리를 한 고추는 과실도 크고
중량도
많이 나가며, 상품가치가 뛰어나 더 높은 시세를 받을 수 있다.
예부터 고추는 가문 곳에서 잘 된다하여
가물 한(旱)자를 써서 한초라 불렀고
그래서 지금도 이 사실을 대부분 믿고 있다.
먼저 고추농사의 생육에 크게 작용하는 우리나라 1년 기후를 살펴보면,
봄이 되면 지독한 봄 가뭄이 있다.
10년 중에 거의 8~9년이 가물다고 보아 모내기철이면 논에 물을 푸는 것이
연례행사이며,
봄 가뭄으로 애타게 기다리든 비는 장마 비를 시작하면서 바로 해결되나,
한꺼번에 쏟아 붓는 비로 바로 수해로 연결된다.
장마 비가 멎으면 푹푹 찌는 폭염이 계속되다 가는 또 다시 은근한 가을 가뭄을
맞게 되는 것이
통상적이 상례이다. 이 계절 변화 중에서 장마 시에 고추는 역병과 습해와 같은 비
피해를 받아
일부는 고사하고 나머지는 병해를 입어 결정적으로 수확이 감소되는 결과가 옴으로
단순히 생각하면 한초라 생각할 수 있고 또 그렇게 믿어 왔기에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는
가급적이면 경사진 밭에다 두둑을 높이고 골을
깊게 쳐 고추를 심는 식이
가장 이상적인 농사기술로 알았으나
이 방법으로는 다소간의 효과를 거둘지 몰라도 결국은 죽을 것은 죽고마니 이
방식으로
성공적인 고추 다수확 농사는 기대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고추가 한초라 해서 실제 고추재배에 있어 초기생육 중에 부닥치는
지독한 봄 가뭄 피해사례는 다음과 같다.
❍ 낙과(落果)는 한창 가뭄이 계속되면
과실의 하단부부터 노랗게 되기 시작하여
꼭지 쪽이 노란색을 띄우면 이 과실은 틀림없이 낙과한다.
이때 과실을 쪼개보면 씨가 까맣게 변색되어 있고 더 세밀히 관찰하여 보면
하단부 쪽으로 더 심하며, 끝 쪽으로는 씨가 미처 생기지 못했다.
이는 수분부족으로 인한 붕소(석회)결핍현상으로 보인다.
노란색을 띈 고추가 가을 늦게까지 달려 있을 수는 있어도 착색도 되지 않고
결국은 낙과되고 만다.
❍
낙화(落花)로 꽃 자체가 처음부터 피지도 못하고 우수수 무너지듯 떨어진다.
❍ 순멎이 현상은 가뭄피해가 심해지면 순의 첨단생육이 멎어버려 이때까지
달린 고추만
수확됨으로 결정적인 감소원인이 된다.
고추가 초기생육을 하면서 가장 양분을 많이 소모시키는 부분은 고추가 자라는 순의
첨단과
과실이 자라가는 방향 끝부분 그리고 꽃으로 세 부분이다.
특히 많은 양분을 요구하는 이 부분에 붕사, 석회, 철분 등의 무거운 성분들도
꼭 필요로 하나 이 성분들은 식물체내 이동이 잘 안되며,
언제든지 꼭 알맞는 토양 수분이 있는 곳에서만 원활이 흡수됨으로 해서 봄 가뭄으로
수분이
부족하게 되면 특히 이 세부분에 생육장애를 받게 된다.
❍ 초기과실 무름병으로 과실 하단부 중간에 부정형의 점이 생겨 커져가는
무름병으로 피해가
크며 원인은 석회 결핍현상이 주원인이다.
본밭에 정식 직후에 수분부족이 6월말부터 7월 초순에 병반으로 나타난다.
❍ 열과(裂果) : 과피가 두꺼운 계통의 고추는 과실이 커가는 중에
가뭄피해를 받으며
생육이 다소 멎으면서 외피가 다소 굳는 현상이 일어나다가 비가 내려 수분의 공급이
급격하게 늘어나면 과실이 다시 팽창생육을 하여야 하나 외피가 굳어버린 탓에
과실이 쪼개지고 만다(이 경우 는 수박도 같다).
❍ 습해고사(濕害枯死) : 한창 가물
때는 고추뿌리가 비비꼬일 정도로 생육이 불량한 상태여서
갑자기 장마 비를 맞게 되면 가뭄 피해를 받은 약한 뿌리는 수분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습해를 받아 죽게 된다.
반대로 정상적인 수분공급을 받은 왕성한 뿌리는 다소 침수가 되더라도 잘 견뎌낸다.
사람도 육식을 자주한 사람이 역시 육식을 잘 소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은 고추가 비가 온 후에 죽는 것은 비 피해보다는 오히려 그 직전에 가뭄
피해가
더 큰 요인임을 간파해야 한다.
❍ 식물의 모든 병에는 언제든지 거름분이 끊기는 비절(肥絶)현상 시에
시작된다.
따라서 아무리 충분한 밑거름을 주어도 우리나라 기후로 볼 때,
두 번의 비절 현상이 오는 시기가 있는데, 그 시기는 봄 가뭄과 장마기간이며,
봄 가뭄이 심하면 수분부족으로 거름분이 끊기는 비절현상이 오게 됨으로
괴저바이러스,
과실무름병, 세균성반점병 등이 시작되고 장마가 시작되면 가뭄피해로 약해진 뿌리가
망가지면서 또 비절이 되어 탄저병 등 병해가 만연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이 사실을 알고, 봄 가뭄 시에 적절한 관수를 계속한다면 자연 비절은 막게 되니
병해를 덜 받게 되고 평소에 수분에 잘 적응된 왕성한 뿌리는 장마가 시작되어도 잘
견디면서
얼마간의 비절은 막게 되니 병해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 진딧물 피해 : 식물이 탄소동화작용으로 만들어진 양분은 당과 같은 상태에서 체내이동이
되어 도착한 곳에서 전분으로 변화한다.
그러나 생육상태가 불량한 경우, 전분으로 바뀌는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특히 자람점이 있는 첨단 순쪽에는 양분소모가 많은 탓에 여기에 모인 많은 당은
전분으로 바뀌지 못하고 있는 관계로 이 부분에 단 것을 좋아하는 진딧물이 모여
대량번식하게 된다.
그러므로 가뭄은 고추생육을 불량하게 하고 결국은 진딧물 피해를 받게 한다.
따라서 진딧물 피해를 볼 정도의 농사라면 절대로 잘 짓는 농사라 할 수 없다.
이상은 고추가 한초라는 고정관념으로 피해를 보게 되는 경우이다.
장마 때 샘물이 솟는 밭이 있다. 이 밭은 가뭄 시에도 정당히 수분을 유지한다.
정작 장마 시에 샘물이 솟아나 이곳의 고추가
먼저 죽을 것 같으나
의외로 이곳에 고추는 잘 안 죽는다.
가뭄피해 안받은 고추는 습해피해도 안받는다.
그래서 고추는 수경재배가 충분이 가능하다.
분수호수로 주기적으로 관수한 고추밭이 태풍으로
하루정도 침수 했는데도 견디는
사례를 보기도 했다.
유씨엠티농법을 택한 농가들은 남보다 배 수확을 했다는 성공사례는 수도
없다.
그리고 국내최고의 고추농사가 양주시 근교에 여러
곳이 있어 굳이 성공사례를 둘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고추병에 걸려 어찌 고치냐? 는
한참 뒤떨어지는 농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