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 설정 25주년 기념 14번째 마지막 성지순례로 주임 신부님을 비롯해 96명의 신자가 7월 25일(화) 수리산 성지를 다녀왔다. 25주년 기념 마지막 순례여서인지 다른 때보다 많은 신자가 순례에 참가했다.
경기도 안양시 수리산 골짜기에 자리 잡은 수리산 성지는 신유박해 이후 박해를 피해 온 천주교 신자들이 모여 살던 교우촌이었다. 특히 이곳은 최양업 신부의 부친인 최경환 프란치스코 성인이 정착했던 곳이고, 기해박해 때 40여 명의 교우들과 함께 체포되어 순교한 최경환 성인의 묘소가 있어서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장마전선이 왔다갔다하며 날씨는 계속 흐리고 시도 때도 없이 비를 뿌리고 있는 때에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접하고 아침을 맞이했다. 다행히 감사하게도 성지순례를 하는 동안 구름이 끼었다 해가 비추었다 하며 비가 오지 않았다.
안양 9경 중 하나인 수리산 성지는 수리산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우리는 최경환 프란치스코 성인의 묘소를 방문하기 위해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며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갔다. 박해를 피해 깊은 산골짜기에서 교우촌을 돌보며 신앙생활에 전념한 최경환 성인을 생각하며 예수님이 걸으셨던 십자가의 길을 걸었다.
성인의 묘지를 참배하고 내려와 성인의 일가가 살았던 집터인 산비탈에 지은 고택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성당에 들어서자 순교를 상징하는 빨강색 초와 제대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제대 앞에는 최경환 성인의 유해(팔뼈)가 모셔져 있었다. 성당 1층의 뒤쪽 벽은 깎은 바윗돌로 이루어져 있고, 커다란 바윗돌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성당 2층은 바위를 그대로 드러낸 채 비탈벽을 세웠다. 박해를 피해 좁고 열악한 집터에서 신앙을 증거하던 성인의 삶이 묵상 되었다.
성지 신부님은 강론을 통해 최경환 성인께서 수리산에 정착하게 된 이야기와 성인에 대한 한 일화를 들려주셨다. 최경환 성인은 ‘칠극’이라는 신심서적을 읽는 것을 즐겨하셨다고 한다. 칠극이라고 하는 책은 우리 마음에 가지고 있는 7가지 죄인 교만, 시기질투, 인색, 분노, 집착, 욕정, 게으름을 극복해나가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라고 한다. 최경환 성인은 이런 신심 서적을 통해서 불같은 성격인 당신을 온화한 성품으로 변화시켜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도 기도할 때에 달라는 기도만 하지 말고 지금 내 마음이 어떤가 살펴보는 기도를 많이 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또 수리산의 ‘수리’가 자기 자신을 닦고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곳이라는 의미이듯이 최경환 성인께서 수리산에 오신 것은 우연이 아니며 자기 자신을 닦고 마음을 다스리며 사셨던 분이 바로 최경환 성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순례를 하면서 오늘 하루만큼은 나 자신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고 내 마음을 닦고 다스리는 그런 마음으로 순례를 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25주년 기념 성지순례를 마치며 그동안 매달 하루 일상을 떠나 주님을 만날 수 있는 순례의 시간을 마련해주신 주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또 성지순례에 함께 동행해주시며 축복의 말씀으로 순례의 하루를 기분 좋게 열어주신 주임신부님, 그리고 보좌신부님과 수녀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또한 은총의 햇살 아래 걸으며 순례 여정을 함께한 공동체에게도 감사드린다. 공동체와 함께 했기 때문에 기쁨과 은총이 두 배가 되는 것 같았다. 성지순례를 통해 주님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은 큰 은총과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예수님의 마음을 닮은 삶을 사신 순교성인들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성인들의 뜻을 기렸듯이 우리 또한 예수님의 마음을 닮은 삶을 살아가기를 기도한다. 다시 한번 성지순례의 은혜를 베풀어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린다.
첫댓글 성지순례 잘 마칠 수 있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순례지의 의미처럼 순교성인들을 본받아 자신을 잘 닦고 다스리며 주님 말씀 따라 살아갈 수있기를 기도드립니다. 수고해주신 임원분들과 성령식구들 위에 주님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