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소금산 출렁다리
심영희
원주에 있다는 소금산 출렁 다리를 건너보고 싶었다. 개장 후 몇 번이고 구경갈 기회를 잡으려 하다가 노선을 다른 곳으로 정하는 바람에 구경을 못했다. 특히 산에 가는 것은 나는 가족들과 함께 가야지 다른 사람들과는 못 간다. 산에 오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가끔 문학단체에서 갔을 때도 나는 주로 차에 그냥 있거나 조금 올라가다 쉬면서 일행을 기다리는 편이다.
어제 일요일 아침에는 아들이 전화를 걸어 손자와 소금산 출렁 다리를 가자고 한다. 손자에게 연락했더니 친구와 점심 약속이 있다고 1시 30분에 자기네 학교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손자도 외삼촌을 좋아하는 지라 동행한다. 손자를 태우고 횡성에서 아들차로 옮겨 타고 강현유원지로 갔다. 아직 좋은 날씨 탓에 관광객이 참으로 많다.
주차를 하고 아들을 따라 입구에서 표를 사가지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150계단 오르자 다리가 아프다. 간이 의자에 앉아 잠깐 쉬었다. 앞에 가던 노부부도 힘이 부치는지 서로 마주 보고 서 있다. 잠시 후 걸어서 올라가니 230계단 아래에 또 의자가 있다. 손자가 할머니 쉬어가자고 한다.
그런데 나는 더 이상 걸어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나는 여기서 쉬고 있을 테니 아들과 손자를 갔다오라고 했다. 그래도 아들과 손자는 천천히 가자고 권유한다. 나는 도저히 못 가겠다고 아들과 손자를 보내고 의자에 앉아 쉬면서 사진도 찍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오르내리는 관광객들 모습에 미소를 지어본다. 유치원생 같은 어린아이들 나보다 더 연세 많아 보이는 사람들도 계단을 오르고 있다.
딸이 항상 '엄마는 산은 안 좋아하고 동산만 좋아한다'던 말이 떠오른다. 요즈음은 걷기 운동으로 평지는 잘 걸어다닌다. 별생각이 다 든다. "가다가 중지 곧 하면 아니 간 만 못하리라" 를 되뇌이며 계단을 오르려 해도 도저히 갈 수 없다. 먼 산끝으로 해가 숨어버리자 한기가 찾아온다. 텔레비전에서 산에 오를 때는 여분의 옷을 가지고 오르고 해가 지면 저체온 증상이 올 수도 있으니 해가 있을 때 하산하라던 뉴스도 떠오른다.
곧 손자 전화가 왔다. 자기네는 출렁 다리도 건너고 울렁다리도 건너 반대편으로 내려가니까 살살 내려가서 구경하고 있으라고 한다. 전화를 끊자마자 계단을 걸어내려 오는데 힘도 안들고 가뿐하게 내려와서 매표소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아들과 손자가 온다. 궁금해서 제일 먼저 물었다. 계단이 몇 개나 되더냐고, 600계단이라고 한다. 똑같은 입장료 내고 나는 겨우 나무 계단 230계단을 오르고 포기했으나 아니 간 만 못 하지는 않았다.
멀리 보이는 울렁다리도 보고 아들이 여주에서 여주쌀밥을 먹자고 하여 여주까지 가서 맛있는 저녁도 먹었고, 손자가 외삼촌과 할머니 덕분에 오늘 하루 알차게 보냈다고 기분 좋아하니 그걸로 만족하다. 소금산 출렁다리를 파주 "마장호수 출렁다리"쯤 생각하고 여행을 시작했는데 상상외로 높은 곳이어서 내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러나 한창 공사 중인 케이블카가 완공되어 탈 수 있있 때 소금산 출렁 다리를 건너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