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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를 마치고 쉬운 글과 좀 더 접근하기 용이한 책을 소개하고 싶었으나 좋은 책이 하루가 멀게 쏟아져 나온다.
지금 내 책상에도 새로운 신간들이 나 소개팅 좀 시켜달라고 아우성이다. 요리조리 내 눈치를 살펴가며 날마다 나를 꼬셔된다. 요시랄 것들!
나는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이기도 하다. 또한 뇌 과학을 최종 종착점으로 공부하고 연구해 왔다.
인간이라는 희안한 동물을 알기 위해서는 모든 인간이 가장 꼭대기에 데코레이션으로 달고 다니는 머리 속에 자리한 뇌를 알아야 한다.
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를 안다는 것은 1850년 물리학자 페이너의 정신물리학(psycho-physics)을 선언한 이후 심리학의 아버지, 독일의 빌헬름 분트(1832~1920) 그리고 미국의 윌리엄 제임스(1842~1910) 등이 세운 150년 심리학의 이론을 확정하거나 수정하는 일이다.
뇌가 천억 개 가량의 뉴런(Neuron)으로 이루어졌다고 인류가 알게 된 것은 20세기 초에 이르러서다.
내가 너무나 싫어하는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를 맹목적으로 추종했던 정신분석학은 뇌과학에 의해 상당수 이론이 부정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내가 안토니오 다마지오를 알게 된 것은 작은 도서관에서 읽은 『데카르트의 오류』를 통해서다. 나는 르네 데카르트(1596~1650)도 엄청 싫어했다. 책 제목만 보고 감이 오길래 무작정 읽었다. 영장류학자이자 심리학자인 프란스 드 발 선생이 쓴 저서를 모두 소장하고 아껴 읽었듯이 다마지오 선생의 책 역시 발간하자마자 읽는 책이다.
감정, 이성, 그리고 인간의 뇌 - 데카르트의 오류와 기쁨, 슬픔, 느낌의 뇌과학 - 스피노자의 뇌
동양철학은 이기론(理氣論)을 주역, 도덕경, 논어, 맹자, 장자, 순자 등 기원 전부터 다루었다. 우주론과 심성론을 이기론(理氣論)으로 설명한다.
서양에서는 중세의 몽매주의 시대를 극복하고 데카르트가 심신이원론을 주장했다. 몸과 영혼은 따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난 영혼이란 말을 아주 싫어한다. 영혼 타령하는 순간 나와는 단절이다. 역사 갈등의 원흉이다.
이기일원론과 이원론은 송나라의 정이(程頤, 1033~1107)와 그의 사상을 계승한 남송의 주희(朱熹, 1130~1200)에 의해 성리학의 기본 철학이 되었다. 조선에는 퇴계 이황(1502~1572)이 이기 이원론을 주장했다가 26살 어린 고봉 기대승(1527~1572)에게 개 발렸다. 그것이 그 유명한 사단칠정(四七論爭)이다.
서경덕(1489~1546)과 율곡 이이(1536~1584)는 이기이원론을 부정한 이기일원론을 이와 기는 분리돠어서도 안되면 분리할 수 없다는 이기불상리(理氣不相離)를 주장하였다.
우주론에 있어 물질과 에너지를 이기로 보고, 이성과 감정을 이기로 본다면 현대과학으로도 일원론이 맞다.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데카르트가 틀렸다는 것을 신경과학으로 부정했다. 당신은 틀렸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 말도 나는 우습다고 주장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관계한다."이다. -여운 생각
그 후 내가 좋아하는 철학자의 이름이 들어간 『스피노자의 뇌』를 읽고서야 이 양반 나랑 결이 맞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바뤼흐 스피노자(1632~1675)는 당시 대세를 이루던 데카르트의 정신-육체 이원론에 반대하였다. 헤겔은 말했다. 모든 근대 철학자에 대하여 "그대는 스피노자주의자이거나 아예 철학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제대로 된 철학을 한 철학자가 맞는다고 확신을 가졌다.
추천사 004
1부 서론
1장 빛 속으로
의식이라는 빛/무단이탈/의식의 문제/의식에 접근하기/자아 찾기/의식은 왜 필요한가/의식의 시작
불가사의한 문제에 대처하기/숨바꼭질
2부 느낌과 앎
2장 정서와 느낌
정서의 의의/뇌는 의식 있는 마음이 드러내는 것 보다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정서란 무엇인가
정서의 생물학적 기능/정서의 유발/정서에 대한 더 정확한 정의/정서와 느낌의 표상을 위한 기질
3장 핵심 의식
의식에 대한 연구/행동이라는 음악과 의식의 발현/의식의 부재 현상을 이용한 의식 연구
4장 반쯤 추측된 암시
언어와 의식/기억과 의식/발견된 사실 정리/마음이라는 무대의 뒤편
3부 앎의 생물학
5장 유기체와 대상
자아 뒤에 있는 몸/하나의 몸, 하나의 개인:자아 단일성의 뿌리/유기체의 불변성과 영속성의 비영속성
개인적인 관점, 소유, 행위 주체의 뿌리/신체 신호의 지도화/신경적 자아/알려져야 하는 어떤 것
알려져야 하는 어떤 것과 관련된 장애
6장 핵심 의식의 생성
의식의 탄생/핵심 의식의 조합/이차 신경 패턴의 필요성/앎의 이미지
지각되는 대상과 회상된 과거의 지각으로부터의 의식/핵심 의식의 비언어적 속성
말로 하지 않은 이야기의 자연스러움/호문쿨루스에 대한 최종 의견
7장 확장 의식
의식의 결정/확장 의식 관련 장애/일시적인 것과 영구적인 것/자서전적 자아의 신경해부학적 기초
자서전적 자아, 정체성, 개성/자서전적 자아, 문화의 자아/확장 의식을 넘어서
8장 의식의 신경학
원초적 자아 구조 의식에서 역할을 하는 증거/이차 구조 의식에서 역할을 하는 증거/나머지 가설에 대한 평가/결론
4부 알 준비
9장 느낌을 느낀다는 것
느낌을 느끼기/정서에 대한 느낌의 기질/느낌의 용도는 무엇인가/배경 느낌에 대해/느낌에 대한 불가피한 관계
10장 의식의 용도
무의식과 그 한계/의식의 장점/다른 사람의 의식을 경험하게 되는 날이 올까/의식이 차지하는 위치
11장 빛 아래에서
느낌에 의해/빛에 의해
부록. 마음과 뇌에 관한 주석
용어 정리/신경계의 해부학적 구조에 관한 지침/마음 뒤에 있는 뇌 시스템
주 463
감사의 말 509
해제 513
색인 527
저자 : 안토니오 다마지오(Atonio Damasio, 1944~ )
포르투갈 리스본에 태어났다. 리스본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오늘날 가장 탁월한 신경과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느낌, 감정, 의식의 기저를 이루는 뇌 과정을 이해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해 왔다. 특히 감정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차지하는 역할에 대한 그의 연구는 신경과학뿐 아니라 심리학과 철학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수많은 과학 논문을 발표했으며 미국 과학정보연구소가 발표한 ‘가장 많이 인용된 연구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이오와대학 의대 신경과 교수와 소크연구소 겸임교수를 지냈고, 현재 서던캘리포니아대학 돈사이프 신경 과학·심리학·철학 교수 겸 뇌와 창의력 연구소(BCI) 책임자이다. 미국 의학한림원, 미국 예술과학아카데미, 바이에른 인문과학아카데미, 유럽 과학기술아카데미 회원이며, 그라베마이어상, 혼다상, 아스투리아스 과학기술상, 노니노상, 시뇨레상, 페소아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대표작 중 번역된 것으로는 『데카르트의 오류』, 『스피노자의 뇌』, 『느낌의 진화』, 『느끼고 아는 존재』가 있다.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느낌의 진화,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진화해 왔을까? 느끼고 아는 존재
역자 : 고현석
연세대학교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신문」 과학부, 「경향신문」 생활과학부, 국제부, 사회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과학기술처와 정보통신부를 출입하면서 과학 정책, IT 관련 기사를 전문적으로 다루었다. 현재는 과학과 민주주의, 우주물리학, 생명과학, 문화와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기획하고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 다마지오의 『느낌의 진화』와 『느끼고 아는 존재』를 비롯하여 『지구 밖 생명을 묻는다』, 『코스모스 오디세이』, 『의자의 배신』, 『세상을 이해하는 아름다운 수학 공식』, 『측정의 과학』, 『보이스』, 『제국주의와 전염병』, 『큇』 등이 있다.
해제: 박한선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분자생물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호주국립대학(ANU) 인문사회대에서 석사학위를, 서울대학교 인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강사, 서울대학교 의생명연구원 연구원, 성안드레아병원 과장 및 사회정신연구소 소장, 동화약품 연구개발본부 이사 등을 지냈다. 지금은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연구, 강의, 집필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정신과 사용설명서』, 『내가 우울한 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때문이야』,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 『감염병 인류』, 『단 하나의 이론』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행복의 역습』, 『여성의 진화』, 『진화와 인간 행동』 등이 있다.
느낌에서 찾는 의식과 자아의 기원
우리 시대 최고의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정서-느낌’에 관한 3부작 중 하이라이트!
○ 지난 10년 동안 나온 뇌 관련 저작 중 가장 훌륭한 책. (…) 아직 풀리지 않은 거대한 미스터리에 대한 신경학자의 견해를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 - 뉴욕타임스
○『느낌의 발견』은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썼기 때문에 생명력을 갖게 된 책이다. 인용된 사례들은 아름다울 정도로 산뜻하고 명료하다. (…) 의식의 근원과 작동보다 흥미로운 주제는 거의 없으며, 저자만큼 이 주제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 역시 거의 없다. - 가디언
○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뇌 기능 연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학자다. 『느낌의 발견』은 의식의 이해를 돕는 뛰어난 책이자 엄청나게 야심적인 저작이다. - 데이비드 허블(신경생리학자, 노벨상 수상자)
○ 자신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 조리 그레이엄(시인, 퓰리처상 수상자)
우리 시대 최고의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정서-느낌’에 관한 3부작 중 하이라이트!
‘느낌’에서 찾는 의식과 자아의 기원
‘다마지오 3부작’ 중 두 번째 책으로, 『데카르트의 오류』와 『스피노자의 뇌』를 연결하는 대저작이자 느낌-의식 연구에 혁명적 진보를 가져온 뇌과학의 고전. 서던캘리포니아대학 교수이자 신경과 의사인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과학적 관찰과 분석을 통해 정서과 느낌, 의식에 관한 흥미로운 주장을 펼쳐 나간다.
의식과 자아 감각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나는 어떻게 내가 나임을 알 수 있고, 또 어떻게 내가 어떤 것을 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가? 우리는 어떤 생물학적 상황을 거쳐서 의식이라는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가? 오늘날 가장 탁월한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이 책에서 다양한 임상사례를 근거로 몸과 정서가 긴밀히 상호 연관되어 우리의 의식과 자아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데카르트적 심신이원론에서 스피노자적 심신일원론으로의 위대한 전환을 이룬다.
우리 시대 최고의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정서-느낌’에 관한 3부작 중 하이라이트!
데카르트에서 스피노자로, 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의식’에 관한 독창적인 해석
오늘날 가장 탁월한 신경과학자 중 한 명이자 현대 심리학과 철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대표작 『느낌의 발견』이 아르테 필로스 시리즈 18번 도서로 출간되었다. 『느낌의 발견』은 몸과 정서가 인간의 의식과 자아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하는 이른바 ‘다마지오 3부작’ 중 두 번째 책으로, 느낌-의식 연구에 혁명적 진보를 가져온 뇌과학의 고전이다. 다마지오는 서양 지성사의 핵심 믿음 중 하나인 심신이원론이 가진 모순을 풀어내며, 과학적 분석과 과감한 상상력을 동원해 인간 의식의 구조를 밝힌다.
3부작의 첫 번째 책 『데카르트의 오류(Descartes’ Error)』(1994)에서 다마지오는 정신과 신체를 사유와 연장이라는 별개의 속성을 가진 두 실체로 구분한 상징적 인물로서 철학자 데카르트를 비판하며, 그간 폄하되어 온 신체와 느낌이 이성의 활동과 의사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밝힌다. 두 번째 책 『느낌의 발견(The Feeling of What Happens)』(1999)에서 그는 논의를 발전해 정서와 느낌이 인간의 의식과 자아 감각의 형성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설명하며, 마지막 책 『스피노자의 뇌(Looking for Spinoza)』(2003)에서 정신과 신체를 동일한 실체의 두 양태로 이해한 철학자 스피노자의 일원론을 바탕으로 ‘정서-느낌’에 대한 3부작을 마무리한다.
특히 이 책 『느낌의 발견』은 과학과 철학을 접목시킨 다마지오의 독창적인 해석이 담긴 대표작이자, 데카르트적 심신이원론에서 스피노자적 심신일원론으로의 위대한 전환이 이루어지는 3부작의 하이라이트다. 이 책에서 다마지오는 다양한 임상사례를 근거로 우리의 몸과 정서가 긴밀히 상호 연관되어 의식과 자아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책에는 그가 장기간 관찰해 온 신경질환 환자들의 상담 사례는 물론, 뇌 스캔 사진과 단면도 등 의학적으로 추적한 신경학·해부학적 자료가 충실히 담겼으며,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의식과 자아가 가진 다양한 층위가 면밀히 설명된다. 독자는 『느낌의 발견』을 통해 화려한 문체와 다양한 사례의 제시, 의학•신경학•철학•문학을 넘나드는 기발하고 광범위한 추론적 전개로 유명한 다마지오 작품 세계의 정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나온 뇌 관련 저작 중 가장 훌륭한 책. (…)
아직 풀리지 않은 거대한 미스터리에 대한 신경학자의 견해를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
- 뉴욕타임스
나는 어떻게 무언가를 아는가?
또 어떻게 내가 무엇을 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가?
‘느낌’에서 찾는 의식과 자아의 기원
『느낌의 발견』의 원제 ‘일어나는 일의 느낌(The Feeling of What Happens)’에서 알 수 있듯,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의식의 시작으로 주목하는 것은 그동안 서양 지성사에서 이성의 방해물로서 여겨 온 느낌(feeling)이다. 느낌은 유기체 내외에서 변화가 일어날 때, 즉 정서(emotion)가 일어날 때 그 변화를 주체가 인식하는 것으로, 우리의 의식과 자아는 우리가 보거나 듣거나 만질 때 일어나는 일에 대한 느낌으로 시작된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유기체의 내외에는 끊임없이 ‘일어나는 일’이 있다. 그러나 그중 일부만이 ‘느낌’으로 남고, ‘느낌’의 일부만이 의식되며, ‘의식된 느낌’의 일부만이 ‘기억’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기억의 일부만이 명시적 언어 기억으로 남는다. 즉 원제의 ‘일어나는 일의 느낌’은 의식, 바로 ‘나’다. 자아라는 원초적인 감각은 느낌-신체와 밀접히 맞닿아 있으며, 이들은 진화 역사상 가장 오래된 근간으로서 의식의 토대가 된다. 즉 느낌은 생명 활동의 핵심인 항상성 유지에 필수적이며, 의식의 시작점이자, ‘뇌 안의 영화’가 그 주인에게 알려지게 하는 자아 감각의 근원이다.
이상하게도 의식은 우리가 보거나 듣거나 만질 때 일어나는 일에 대한 느낌으로 시작된다. 좀 더 구체적인 말로 하면 의식은 살아 있는 유기체 안에서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본능적 이미지 등 모든 종류의 이미지가 생성될 때 동반되는 일종의 느낌이다. - 본문에서
나는 어떻게 내가 나임을 알 수 있는가?
반쯤 추측된 암시, 그리고 반쯤 이해된 선물
1735년, 칼 린네는 유인원과 나무늘보, 인간을 함께 ‘영장목’으로 분류하면서, 인간에 “Nosce te ipsum(나 자신을 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즉 인간은 ‘자기를 아는’ 동물이며, 그것이 인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나아가 인간은 확장 의식을 통해 복수의 ‘나’를 지속적이고 일관적인 ‘나’로 묶는 특유의 자기 인식 능력이 있고, 인간 사회와 문화는 모두 이러한 ‘나’의 단일성과 지속성이라는 환상에 기초하여 움직인다. 즉 의식과 자아를 아는 것은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비밀을 밝히고 그 존재를 심리철학적•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데 결정적이다.
다마지오가 여러 번 인용한 “반쯤 추측된 암시(The hint half guessed)”라는 시구에서 알 수 있듯, 물론 ‘나’라는 존재는 좀처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그럼에도 동시에 “인간에게 주어진 정말 멋진 진화적 선물”이다. 느낌과 감정, 의식의 진화적 궁극 원인과 적응적 근연 기능, 다양한 ‘자기 장애’의 정신병리적 사례까지 광범위하게 제시하며 ‘나’의 의미에 관해 통찰적 가설을 제안하는 『느낌의 발견』을 통해, 독자는 그 선물의 실체를 ‘반쯤’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자료를 핵심적인 자료라고 한다 - 각성상태에서 양심까지의 단계
[P. 29~30] 박한선(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정신과 전문의)
다마지오는 의식을 세 층으로 나눠서 설명한다. 마치 프로이트의 이드(id), 에고(ego), 슈퍼에고(superego)를 연상시키는데, 물론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맨 밑바닥에 원초적 자아(protoself)가 있다. 그리고 그 위에 핵심 의식(core consciousness)이 있다. 그리고 맨 위 혹은 주변으로 뻗어 나가는 확장 의식(extended consciousness)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의식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다마지오는 원시적 생물에게도 정서(emotion)가 있다고 하였다. 정서란 유기체의 변화, 즉 생리적 변화나 행동 변화를 유발하는 자극에 대한 복합적 반응을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는 자극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내적 자극과 외적 자극이다. 이러한 자극의 변화를 인식하는 순간, 유기체가 ‘느낀다’고 하였다. 즉 느낌(feeling)이다. (…)
그런데 정서라는 이름의 신경학적 패턴은 스스로 활성화되기도 한다. 그러면 이를 다시 뇌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걸 다마지오는 핵심 의식이라고 부른다.
핵심 의식이란 내외의 변화가 일으키는 감정을 느끼면서 얻는 창발적 인식 과정이다. 앞서 말한 일관적인 정서적 패턴이 일종의 마음속 극장처럼 어떤 이미지로 상영된다. 스크린에 비친 영화를 보며 유기체는 ‘나’를 느낀다는 것이다. 영화 장면은 끊임없이 바뀌지만, 우리는 같은 영화라는 것을 알고 있다. 러닝타임 동안에는 ‘같은 나’로 느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핵심 의식은 ‘느낌을 안다는 느낌’이다.
[P. 51] 당신이 존재한다는 것은 당신의 존재가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행위에 의해 수정될 때 일어나는 일을 느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존재는 깨어나는 순간부터 잠이 드는 순간까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이 존재는 분명히 거기에 있고, 그렇지 않다면 당신도 없다.
의식은 우리가 보거나 듣거나 만질 때 일어나는 일에 대한 느낌으로 시작된다. 좀 더 구체적인 말로 하면 의식은 살아 있는 유기체 안에서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본능적 이미지 등 모든 종류의 이미지가 생성될 때 동반되는 일종의 느낌이다. 종합해서 말하자면 느낌은 이런 이미지들에 우리 이미지라는 표시를 하며, 말 그대로 우리가 듣거나 만진다고 말할 수 있게 해 준다고 할 수 있다. 핵심 의식을 생성할 능력이 없는 유기체는 시각, 청각, 촉각 이미지를 바로 만들지만, 자신이 그런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 못한다. 가장 낮은 수준으로 의식이 시작될 때부터 의식은 지식이었고, 지식은 의식이었다. 이 둘은 진실과 아름다움처럼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P. 62~63] ‘느낌’과 ‘느낌을 갖는다는 것을 아는 것’ 사이의 구분이 힘들다고 느낄 수 있다. 당연히 느낌이라는 상태는 느끼는 유기체가 정서와 그 드러나고 있는 느낌을 완전히 의식하고 있는 상태라는 뜻이 아닌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느낌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도 유기체는 우리 같은 생명체가 느낌이라고 부르는 상태를 신경 패턴과 심적 패턴의 형태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P. 127~128] 의식이 일관되고 예측 가능하게 외부로 발현되는 것은 쉽게 알아볼 수 있으며 판단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우리는 보통 의식을 지닌 유기체가 깨어 있다는 것, 주위 환경의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 상황과 우리가 유기체의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적절한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적절한 행도에는 앞에서 언급한 배경 정서와 특정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구체적 사건이나 자극과 관련된 어떤 행동 또는 정서 모두 포함한다.
[P. 87] 바꾸어 말하면 정서의 생물학적 ‘목적’은 분명하며, 정서는 없어도 되는 사치품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정서는 신기한 적응 결과이자 유기체가 생존을 조절하는 장치의 핵심이다. 그것은 진화 과정에서 보면 오래된 것이기는 하지만 생명 조절 메커니즘의 꽤 높은 단계를 구성하는 요소다. 이 정서라는 요소는 기본 생존 키트(예를 들어 대사조절, 단순 반사, 동기부여, 고통과 쾌락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와 고등 이성 장치 사이에 끼어 있지만, 생명 조절 장치를 구성하는 여러 층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인간보다 덜 복잡한 종과 정신 나간 사람들의 경우 정서는 실제로 생존 측면에서 매우 합리적인 행동을 만들어 낸다.
[P.192] 뇌에서 유기체가 어떻게 표상되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것이 알려져 있지만, 이런 표상이 마음과 자아에 대한 생각에 연결될 수 있다는 발상은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우리가 자아라고 부르는, 단일하고 안정적인 대상을 만들어 내는 자연적인 수단을 뇌에 부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답을 얻지 못한 상태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그 답이 유기체와 유기체의 잠재적인 행동의 특정한 표상의 집합에 있다고 믿었다. 『데카르트의 오류』에서 나는 우리가 자아라고 부르는 마음의 일부가 생물학적으로는 우리가 몸 본체라고 부르는 유기체의 부분을 나타내는 비의식적인 신경 패턴의 집합에 기초한 것이라고 말했다.
[P. 219] 신경적 자아 - 자아 감각은 핵심 자아에 대한 감각이든 자서전적 자아에 대한 감각이든 처음부터 자아 감각의 형태는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자아 감각의 전의식적preconscious 전구체, 즉 원초적 자아로 부터 비롯되었으며, 가장 단순한 최초의 자아는 핵심 의식을 만들어 내는 매커니즘이 이 비의식적 전구체에 기초해 작동할 때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원초적 자아는 여러 차원에서 유기체의 물리적 구조의 상태를 매 순간 지도화하는 신경패턴의 정합적 집합이다.
[P.239] 우리가 의식을 갖게 되는 것은 유기체가 대상에 의해 변화되었다는 특정한 종류의 비언어적 지식을 우리 유기체가 내부적으로 구축하고 드러낼 때, 이런 지식이 대상을 내부적으로 두드러지게 드러내면서 나타날 때다. 이 지식의 가장 간단한 발생 형태는 앎의 느낌feeling of knowing이며, 우리가 풀어야 할 수수께끼는 다음의 질문으로 요약된다. 어떤 메커니즘으로 이런 지식이 수집되며, 이런 지식은 왜 느낌의 형태로 처음 나타나는가?
[P.385] 이 책은 어떤 장벽에 관한 기술과 함께 시작되었다. 정서는 의식이 존재하기 전까지는 주체에게 알려질 수 없다는 장벽이다. 지금까지 나는 의식의 속성에 관한 내 견해를 제시했다. 이제 우리가 정서를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설명할 차례다. 아주 처음부터 시작해 보자. 우리가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자아를 느낀다는 감각이 우리 마음속에서 생성될 때다. 진화 과정 또는 개인의 발달 과정 모두에서 자아를 느낀다는 감각이 나타나기 전에 존재하는 것은 정서를 구성하는 잘 조율된 반응과 뒤이어 느낌을 구성하는 뇌의 표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정서가 유기체 안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느낄 때만 우리가 정서를 느낀다는 것을 안다.
[P.386] 정서를 느낀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다. 그것은 정서를 구성하는 몸과 뇌의 변화를 표상하는 신경 패턴으로부터 생성되는 심상을 가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 느낌을 가진다는 것을 아는 것, 즉 그 느낌에 대한 느낌은 핵심 의식에 필요한 이차 표상을 구축한 뒤에만 발생한다. 앞에서 다룬 것처럼 그 이차 표상은 유기체와 대상(이 경우에는 정서) 사이의 관계와 그 대상이 유기체에 미치는 인과적 영향의 표상이다.
[P. 429] 이 책에서 다룬 가장 놀라운 생각은 결국 의식이 느낌으로 시작된다는 것이다. 분명 특별한 종류의 느낌이지만 어쨌든 느낌이다. 내가 왜 의식을 느낌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는지 기억나며, 지금도 그 이유가 합리적으로 보인다. 의식은 느낌처럼 느껴지며, 의식이 느낌처럼 느껴진다면 그것은 느낌일 것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P. 435] 인간의 조건이 만들어 내는 드라마의 원천이 의식인 이유는 의식이 우리 중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던 거래에서 얻는 지식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더 나은 존재가 되는 대가는 그 존재에 대한 무지함을 상실하는 것이다. 일어나는 일에 대한 느낌은 우리가 하지 않았던 질문에 대한 답이며, 우리가 협상할 수 없었던, 파우스트의 거래 같은 거래에 사용되는 동전이기도 한다. 이 거래는 자연이 우리 대신 한 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