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리는 개꿈쟁이 ▶
1.
나는 거의 매일 꿈을 꾼다.
누구는 꿈이 흑백이고
꿈에서 음식을 먹어도
냄새나 맛을 못 느낀다는데
난 그렇지 않다
내 꿈은 늘 총천연색이고
맛도 냄새도, 심지어 촉각까지도
실제와 똑같다.
그리고 나는
하룻밤에 여러개의 꿈을 꾸는데
내용은 그야말로 버라이어티 하다
2.
나는 꿈 속에서
군인이 되어 전쟁터에 있거나
입시생이 되어 있거나
차를 운전하며 사막을 달리거나
너른 바다에서 수영을 하거나
업무회의에 시달리거나
하늘을 훨훨 날아 다니거나
모르는 여성과 섹스를 하거나
(이런 꿈 자주 꾸는 편 ㅋ... 아직 젊은가? ㅋ)
과거에 사귄 여자가 다시 나타나거나
형제나 친구들이 나오거나
돌아가신 집안 어른이 나타나시거나
그런가 하면
똥 꿈, 피가 낭자한 꿈, 시신 꿈,
돼지꿈, 호랑이 꿈, 사자꿈,
올림픽에 나가는 꿈,
큰 무대에서 연설이나 강연을 하는 꿈,
만나는 사람도 다양해서
꿈 속에서 함께 술을 먹거나
악수를 하거나 담소를 나누었던
높은 사람이나 대통령들만 해도
모택동, 김대중, 트럼프, 이명박.... 등등
그야말로 한둘이 아니다
3.
운동장에 가득 펄럭이는
만국기에 쓰여진 숫자를 보았거나
야구선수를 보면 그 등번호,
엘베를 타면 몇층에서 내렸는지 등등
이런 숫자들을 기억했다가
로또를 해본 적도 몇 번 있었지만
오천원 짜리도 안되고 죄다 꽝!!
하도 꿈을 자주 꿔서
난 머리가 좋으니
이게 무슨 예지몽일까 싶어서
내용을 기록해 둔 적도 있었지만
역시 내가 꾼 꿈하고 현실에서의 일들은
아무 관련이 없었다.
하긴 관련이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ㅋ
그러니까 내가 수십년간
매일밤마다 몇 개씩이나 꾸는 꿈들은
한마디로 씨잘떼기 없는 개꿈이고
바로 나, 제리는
개꿈쟁이라는 얘기다 ^^;
4.
글을 마치려다 서운해서
어젯밤 꾸었던 꿈 얘기를 잠깐 하자면
꿈 하나.
예전에 사귀던 애인이
뜬금없이 꿈에 나타났는데
이름은 정0완,
수십년간 생각조차 안하고 살았는데
왜 나타났는지는 모르겠고
그때처럼 이십대 모습이었고
오랜만이지만
마치 엊그제까지 만나온 것 같은 느낌,
우린 어느 식당 구석진 탁자에 앉아서
부침개인지 뭔지를 먹다가
그녀가 간다고 일어서면서
내 아내에게 주고싶은 선물이라며
밤색 가죽가방을 주었다
필요없다고 거절했더니
부득부득 테이블에 놓고 갔다
그래서 나는 그 가방을 들고
그녀를 배웅하러 따라 나가는데
문 앞에 다른 테이블에
내 아내가 친구들과 함께 있길래
나는 아무 잘못도 없지만
뭔가 괜히 뜨끔...
그래서 아내에게 그녀를 들킬까봐
몰래 샤샤샥 그녀를 문 밖으로 내보냈다 ^^
꿈 둘.
장면이 바뀌어
예전에 근무하던 회사 사무실.
그때의 동료직원들과 함께 모여 앉아
음식을 시켜서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직원들이
자꾸 내 앞으로 이것저것
반찬이며 음식을 갖다 놓길래
고맙기도 하고... 뭐 그런 느낌이 들었다
꿈 셋.
그리고 또 장면이 바뀌어
눈이 쌓인 어느 산길을 운전하는데
가다보니 두갈래 길이 있어서
오른쪽으로 막 들어서는데
앞서가던 다른 차들은
저 앞에서 왼쪽 길로 가는게 보였다
그래서 급히 핸들을 꺾어서
가까스로 왼쪽 길로 들어섰는데
가다보니 길이 너무 좁아서
차 안긁히게 낑낑대다가 깼다
자, 그러면 어젯밤에 내가 꾼
이 세가지 꿈이 도대체 무엇이냐
아무리 생각해도 세개의 꿈이
내용상 아무 관련도 없고
무슨 예지몽도 아니고
로또 당첨 횡재 꿈도 아니고
그렇다면 영락없이
이번에도 그냥 개꿈이다.
밤새 꿈 속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이것저것 하느라 바쁘기만 했고
실속은 개뿔
아무것도 없는 개꿈 ㅋ
5.
어떨땐 꿈을 안꾸고 푹 자고 싶은데
매일 이렇게 많은 꿈을 꾸니
아침에 일어나면
무슨 대하소설 한권을 집필한 듯
어깨가 뻐근할 지경이다
오늘 밤엔 또 어떤 꿈을 꾸려나?
부디 기분좋은 꿈,
맛난거 먹는 꿈,
좋은 곳에 여행가는 꿈,
이쁜 여자랑 19금 하는 꿈.....
은 아니고 ㅋ
매일밤 꾸는 꿈,
기왕이면 행복한 꿈을 꾸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