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7-13 12:30:59
바보상자라고 하는 티브이를 시청하다가
그와 반대로 시어머니의 현명한 처세에 대해 깨달아지는것이 있었다
내용은 드라마 여주인공 금순이처럼 사는 풋나기주부 이야기였는데
20살이 채 안된 망둥이 같이 뛰고 놀 나이에 결혼을 한 어린그녀는
벌써 두아이의 엄마이며 군인간 남편은 이제 겨우 일병으로 군복무중이어서
그녀가 미용실 보조를 해 근근히 꾸려나가고 있다
하필 그 미용실에서는 신부들의 화장이며 머리도 만져주기도 하는데
그럴때 마다 그녀는 하얀드레스의 신부를 바라보며 부러워
<행복하세요...> 인사를 하는데 드레스도 못 입어본 그녀가 어쩐지 측은해 보인다
이 조혼의 관한 이야기보다도
내입장에서는 나이가 나이인 만큼 그녀의 시어머니의
며느리에 대한 지순한 사랑에 너무나 감복을 하고 깊은 인상을 받으며 보게된다
경제력이 없으니 택시기사하는 시아버지의 수입으로
시골시댁에서 시어른과 함께 살다가
직장인 미용실이 있는 대처로 분가를 한 며느리가 사는 집에 가져다 주려고
시어머니는 돼지갈비며 밑반찬들을 시할머니와 부엌에서 정성들여 푸짐하게 장만한다
며늘애에게 엄마 간다고 뭐 먹고 싶냐고 물으니
갈비가 먹고 싶다고 했다면서
<미경이는 쇠갈비보다 돼지갈비를 좋아하데......>
시어머니 자신도 식당일로 아르바이트 하여 생활비 보태느라 고단한데도
흡사 딸에게 음식 만들어주는 엄마처럼 시원시원하기만 하다
그 장면까지는 티브이에서 촬영하니까 보여지려고 저러겠지 했는데
반찬담은 통을 들고 드디어 며느리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 현관문이 열리자
<끼악~~!!!>
며느리는 비명을 지르며 시부모님을 반기고
올망졸망 손주들의 할머니 할아버지보며 짓는 함박웃음들..
연이은 오랜만이라며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뜨거운 포옹~!
거기에 압권은 고부간에 입맞춤이었다!!!
눈을 의심하며 자세히 봐도 시어머니 입술이 며느리 입술에 뽀뽀를 하고있다
분명 예쁘고 사랑스러움 가득한 표현이었다
강아지에게 뽀뽀하는 사람을 본것보다 더 생경스럽고 낯선 광경~!
어느새 예비 시어머니가 된 내 입장에서 신선한 충격이다
난 딸애하고도 다 컸다고하며 입맞춤은 생각도 안해보았는데...
<미경아... 누가 젤 보고 싶었어? 엄마지? >
<아니~! ... 엄마 아니고 아빠~! .......아니 할머니다...>
<으이구...요것이~!!>
이렇게 애교를 부리는 며느리를 웃으며 귀여워하는 시부모
연출일거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쉴새없이 보내던 나는
결코 그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이렇듯 알콩 달콩한 분위기는 억지로 지어서 나올수 없으며
더군다나 어려운 시부모님들과 만들수 없는 광경이었기에...
딸이 없는 시어머니는 미용실에서 허드렛 일로 고왔던 며느리손이 상한걸 보자
그녀 손을 만지며 < 손이 얼마나 이뻤는데 이렇게 상했다냐.....>
고생하는 어린며느리가 애처로워 마음 아파 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훔친다
이조시대의 고부간 모습이나 영화에서 보는 시어머니
높은 위치에서 대접받는 어렵고 근엄하며 예의를 갖추어 대해야만 하는 어른
그런생각으로 굳어 있었던 나는 그런 고정관념의 틀에서 깨며
저럴수도 있는거구나....
아기에게 뽀뽀하듯이 며느리에게 그럴수있는 시어머니
시어른이라는 벽을 깨고 발상의 전환을 해서 저렇게 화기애애한
고부간을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난 화분에서 힘들게 핀 난꽃을 바라보는것 처럼
귀하고 사랑스럽게 며느리를 대한다는것. 꿈일까? 할수있을까?
고부간은 전생에 원수지간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만큼 숙제인데
보기좋은 시어머니와 며느리를 보며 난 흉내라도 낼수있을지....
<아이고~ 이뻐~~!>
이 말을 많이 해줄수있는 며느리보기를 소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