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형제>가 되기 위한 조건이 하나 있어, 궁금하지?
맛깔나는 영화여행/2010 건방떨기
2011-06-25 19:37:11
<2010년 2월 4일 개봉작 / 15세 관람가 / 116분>
<감독 : 장훈 / 출연 : 송강호, 강동원, 전국환, 박혁권>
오늘은 말이야 서로 사랑하면서도 배신을 해야했던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할 거야. 그들의 이름은 지원이랑 한규야. 한규는 북한의 전설적인 살인마로 불리우는 <그림자>를 쫓아다니는 형사였어. <그림자>는 잔인하기로 말하자면, 어른도 애도 상관없이 모두 다 죽이는 녀석이야. <그림자>의 옆에는 지원이란 녀석이 똘마니로 붙어 있었는데. 이 녀석은 너무 동정심이 많아서 탈인 거야. 결국, 목적은 같은데 한쪽은 동정심이 많고 한쪽은 무지바하게 잔인하다는 이유로 서로가 같은 편일 수는 없게 되지. 북한당국의 명을 받아 남한으로 잠입한 지원이는 북한에 가족들을 두고 왔다는 이유로 함부로 배신을 때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여 있게 되었어. 아, 이쯤에서 한규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결국 <그림자>를 잡는 데 실패한 한규는 구조조정을 비참하게 짤리게 되지. IMF 때문인건지, 문책인 건지 도통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짤리게 되었다면서 투덜 대던 한규는 이후 형사가 아닌, 현상금 수배범을 잡거나 도망간 여자를 잡아주거나 하는… 아무튼 사람 찾아주는 일을 하면서 뭐 형사일 때보다는 오히려 돈을 더 잘 번다고 할 수 있지.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하던가.
이쯤에서 영화의 내용은 접어두고, 그들 사이의 우정에 대해서 얘기해보지. 영화에서 주목할 것은 말이야. 지원이는 그 누구도 배신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배신할 수 없었다는 거야. 그러니까, 지원이는 휴머니스트의 대가라는 거지. <그림자>도 <북한 당국>도 <한규>도 배신하지 않았다라는 이 기막힌 논리가 성립되기 위해서, 지원이는 그냥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서 똑똑하고 멋있는 척은 혼자 다 하고 있는 거야. 아! 안티 생길라. 실제로 멋있기도 했어~! 그런데, 정말로 똑똑한 건지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지원이는 결국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해야 하거든. 그렇게 보면, 한규가 참 불쌍해. 지켜주고 싶던 사람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했으니. 참, 그런데 비극적인 최후의 기막힌 반전이 하나 더 있어. 그건, 영화를 보면 알게 될 거야. 거기까지 다 알려주면, 영화보는 맛이 너무 없지 않나? 아, 혹시라도 난 이 영화 절대로 보기 싫다고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친구에게 혹은 직장동료에게 이후의 결말을 물어봐 주길. 얘기를 듣고 난 뒤의 실망감까지는 책임을 질 수 없으니까.
참, 이쯤에서 의형제에 관한 애기를 한번 해볼까? 의형제는 알다시피, 친형제가 아니면서도 친형제처럼 지내기 위해 내리는 서약같은 거지. 대표적으로 삼국지이 유비, 관우, 장비가 있지. 아! 이 정도는 누구라도 아는 기막한 사실이지. 그런데, 그거 알아? 의형제가 되기 위한 조건이 하나 있어. 그것은 서로 닮지 말아야 한다는 거야. 성격도, 외모도, 또 이성관도. 안 그러면 서로 싸우게 되어 있어. 지원이와 한규가 서로 성격도 외모도 전혀 다르잖아. 유비, 관우, 장비를 봐. 이 세 사람 아무리 봐도 닮은 구석이라고는 한 군데도 없잖아. 닮으면 좋아하는 음식도 또 좋아하는 이성도 같을 수가 있기 때문에 사사건건 다툴 수밖에 없는데, 서로 많은 것이 다르면 싸울 일이 거의 없거든. 음식 하나를 두고도, 또 사람 하나를 두고도 많은 다툼이 일어나는 이 세상에 서로 다르다는 것. 그것은 하나의 축복이야.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은 저 사람은 먹고 싶지 않으니, 내가 먹으면 되는 것이고, 저 사람이 갖고 싶은 옷은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옷이니 저 사람에게 입히면 되는 것이고. 이 봐! 물론, 모든 것이 다 달라야 된다는 것은 아니야. 그저, 우리 서로 다르다는 것을 좋게 바라보고 그냥 그 다름을 인정하자는 것이지.
지원이를 보고 얼마나 힘들어했을지 그 마음을 봐봐. 사실, 겉으로 드러난 것만으로 보면 지원이는 이미 배신을 여러번 한 변절자에 불과해. 조국을 배신했고, 그림자를 배신했고, 한규를 배신한 녀석이지. 그런데, 그 마음을 봐봐. 그리고, 결말을 봐봐. 결국, 아무도 배신하지 않았잖아. 비록,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지만, 그 비극적인 최후는 또다른 시작일 뿐이지. 궁금한 게 있는데, 지원이 가족은 어떻게 되었는지 나는 잘 모르겠어. 영화에 나온 가족이 북한에서 탈출한 가족인지, 아니면 새로 꾸린 가족인 건지. 그러고보면, 참 똑똑한 녀석인 것만은 분명하네. 그런데 난 말이지. 이런 똑똑한 녀석보다는 조금은 어리숙해 보이는 한규가 더 좋더라. 뭐, 그건 개인적인 특성이니까, 안티를 걸지는 마시고. 아무튼, 이 영화, 재미없는 소재를 가지고 참 재미있게 만들었어. 이건, 배우의 능력일까, 감독의 능력일까? 아, 간혹 재미없다는 분도 계시겠지만, 그것 역시 개인 취향일 뿐이니 인정해 주는 게 어때? 인생사 한번 뿐인데, 보고 나서 시간 아까워 돈 아까워 하는 것보다는 그냥 그들이 만들어내는 얘기에 취해보자구. 재미없으면 아, 재미없어! 까지만 하고 훌훌 털어버리고, 재미있으면 아, 그거 정말 재미있네! 하면서, 즐거워도 해 보자구~! 실망도 감정이고, 즐거움도 감정이나 그 감정에 한번쯤은 머물러 보자구. 조금, 산다는 게 달리 보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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