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탈출한다는 것은 도시가 만들어 낸
모든 '매트릭스'에서 벗어남을 의미합니다.
도시 생활은 자체에 맞는 생활용품들을 소비
하도록 구조돼 있습니다. 도시를 탈출하면
일단 '번거로움'과 '명분적 구색'을 던져야
합니다. 어디에? 석문 방조제 너머 바닷물에~^^
지난 토요일, 아들이 친구 결혼식에 갔다가 저녁 10시가 넘어도 오지를 않더니 10시를 한참 넘긴 시간에 뭔가 엄청 큰 종이 백을 들고 들어 왔습니다. 하나는 결혼식 참석으로 식사 대신 선물을 주었는데 각종 향과 향수가 들은 선물 셋트였고, 하나는 '루이 뷔통 백'이었습니다. 엄마 생일 선물로 아들이 사온 겁니다. 아들 왈,
"이모들과 숙모들은 모두 명품을 가지고 있는데 엄마도 이젠 명품을 가지셔도 돼요~!"
이 명품을 사려고 청담동 백화점엘 여자 친구랑 가서 골랐다는군요. 원래 샤넬 쪽을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루이 뷔통으로 가서 샀답니다. 여자들 세계에서 명품은 그 자체로 품격(?)이라는군요. 도시가 만들어 낸 '매트릭스' 입니다. 와이프는 너무나 감격해 눈물을 보이더니 가격에 또 한번 놀라더군요. (아, 난 한번도 명품을 선물하지 못했는데 ...)
당진으로 옮겨 백신 2차 접종을 받았습니다. 접종 후, 근처 프레쉬 마트의 '다이소'에서 '도시탈출'에 필요한 생필품 몇개를 샀습니다. 거의 한 수레를 샀는데도 몇 만원 밖에 나오질 않더군요. 그래서 오피스텔 방엔 없는거 빼곤 모두 갖추게 됐습니다.
'다이소'가 처음 나왔을 땐 한국 기업인 줄 알았습니다. "다 있소"라는 말을 부드럽게 '다이소'로 명칭한 걸로 생각했더랬죠. 일본 기업이 50.02%의 지분을 갖고 있다는군요. (한국의 '아성다이소' 측은 일본 게 아니라고 우기지만 뭐 어때요)
다이소에서 물건을 사면서 이렇게 싸게 팔아서 뭔 이득을 볼까하는 생각을 했는데, 대한민국에 현재 1,300호 점이 개장을 했답니다. 그러니 제품당 200~300원 이익을 낸다고 해도 매출은 대략 억 단위를 넘습니다.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난 젊어서부터 명품이란 개념을 무시하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와이프와 비교적 싼 것을 쇼핑하곤 와이프에게 잘 어울리도록 조언을 했더랬습니다. 실제로 와이프가 차려입는 옷이나 가방들은 명품이 아니어도 내 눈엔 멋지게 보였으니까요. (내 눈이 절대 낮지 않아요~^^) 그렇다고 '길표'는 절대 사지 않더군요. 명품은 아니어도 대게 메이커만 삽니다. 난 주로 길표를 삽니다.
다이소는 생필품을 싸게 팝니다. 그러나 다이소의 싼 제품들은 절대로 '싸구려'가 아닙니다. 왜 그럴까요? 한국의 생산 기술은 이미 세계적인 명품 반열에 올라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싼 제품일지라도 이미 명품들입니다.
그렇다면 비싼 값에 팔리는 백화점 제품들과 무슨 차이가 있나요? 차이가 없어요. 브랜드 값이 차이를 결정합니다. 흔히 마무리가 다르다고 하지만 이것은 제품 가격에 따른 차등화 전략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제품들은 다이소가 됐건 백화점이 됐건 수명은 비슷합니다. 가격과 이에 따른 정신적 보상, 일종의 매트릭스죠.
도시탈출은 이런 허상을 석문 바닷물에 처 넣는데서 시작합니다. 석문이 멀면요? 그건 난 몰라요. 난 석문 바닷가만 얘기중이니까요^^ 도시탈출을 하려면 '다이소'와 친해져야겠습니다.
첫댓글 오~저도 즐거운 쇼핑 다이소~~그런데 거의 메이딘 차이나 중국산 제품이 거의 90%이상 이죠 뭐 그래도 싼 맛에~
오, 그래요? 중국 제품들에요? 난 국산인지 알았는데 ...
😅🤣😂 그런데 다이소 제품들이 중국산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말에 어제 산 플라스틱 박스를 보니까 'made in Thiland'라고 나오는군요 ... ... 그래도 주문자는 한국이니 한국 규격에 맞춰 생산했으니까 국산처럼 봐도 될 것 같군요^^ (삼성이 핸드폰을 베트남에서 생산했다고 베트남 제품으로 취급하지 않듯이 ...)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