牛山之木(우산지목)
‘우산(牛山)에 있는 나무’라는 뜻의 이 말은 얼핏 들어 그 뜻을 헤아리기 쉽지 않은데
맹자(孟子)의 고자(告子) 상편(上篇) 8장에 나온다.
맹자는 인간의 본래 심성이 착하다는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하였다. 어느 날
제자들이 ‘인간의 본성이 착하다면 왜 이렇게 세상이 혼탁해진 것입니까?’ 라고 묻자,
맹자는 ‘옛날에 어떤 큰 나라의 서울 근교에 우산(牛山)이라는 산이 있었는데
그 산의 나무들은 원래 아름다웠다.
그러나 도시의 많은 사람이 와서 도끼로 나무를 찍어대고 나무 싹이 새로 돋아나도
소나 양을 마구 데려와 먹이니 나무들은 다 없어지고 황폐한 산으로 되고 말았다.
그래서 민둥산이 된 우산을 보고 그 후 사람들은
원래 저 산에는 나무가 없었다고 말하게 되었다’라고 대답하였다.
즉, ‘원래 인간의 본성이란 우산의 나무처럼 착한 것이었으나
이기심, 탐욕, 시기, 질투 등의 도끼로 자신의 아름다운 본성을 계속 찍어대어
결국 악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비유로 말한 데서 이 고사성어가 유래하게 되었다.
맹자는 또한 ‘사람이 집에서 기르던 개나 닭을 잃어버리면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을 잃어버리면 다시 찾아야 한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라며 사람들의 마음이 오직
세속적인 것에만 팔려있고 원래의 착한 본성을 찾으려 노력하지 않는 것을 한탄하였다.
그는 사람이 본래의 선한 마음이 비록 오염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정화하려 노력하면 본래의 심성을 되찾을 수 있다고 가르쳤다.
우산지목이 황폐해진 원인의 하나가 환경에 기인한 것임은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의 교육을 위해 집을 세 번이나 옮겼다는 고사에서 나온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는 뜻의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는 말 등을 통하여 알 수 있다.
또한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말이 있는데
‘기후와 풍토가 다르면 귤을 심어도 탱자가 된다’는 뜻이다.
이 말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옛날 제(齊)나라의 명재상 안평중(晏平中)이 초(楚)나라를 방문하였는데 초왕(楚王)이
체구가 왜소한 그를 망신 주려고 도둑질하다 잡힌 제나라 사람을 끌고 와서 보여주며
‘제나라 사람들은 도둑질을 잘하는 모양이지요’하고 조롱하였다.
그러자 안평중은 ‘남쪽 나라에서만 자라는 귤을 북쪽 나라에 심으면 탱자가 되듯,
제나라에는 도둑이 한 사람도 없는데 초나라에서 도둑이 된 것은 두 나라의
풍토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오’하고 대답하여 초왕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고려시대의 고승(高僧)으로 일연(一然)이라 잘 알려진 보각국사(普覺國師)의 비(碑)가
경북 군위에 있는 인각사(麟角寺)에 있는데,
비문은 동진(東晉) 왕희지(王羲之) 행서의 집자(集字)로 새겨져 있어 유명하다.
고려 보각국사(普覺國師)비명(碑銘) 일부
(夫淸鏡濁金元非二物 渾波湛水同出一源 부청경탁금원비이물 혼파담수동출일원)
그 시작에 ‘무릇 맑은 거울과 혼탁한 쇠는 원래 두 가지 물건이 아니며,
흐린 파도와 맑은 물은 모두 하나의 근원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 근본은 같은데 말단이 다른 것은 닦았는가 움직이지 않았는가에 달려있을 따름이다’
라는 구절이 있으니 이 말은 앞서 맹자의 우산지목과 마찬가지의 뜻이다.
그러니 본래의 나 자신 속에 있던 우산지목의 아름다운 나무들이 살아오면서
무수한 세속의 도끼질로 베어져 얼마나 황폐해졌는지 되돌아 보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또한 둘러보고,
원래의 본성을 되찾아 마음을 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