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님을 보면 뭔가 나눠주고 싶어져요"
같이한 산우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왜인지는 일 하지 않은자 먹지말라는 말과 같이 같이하지 않은 자 알려하지 마라.
남으로 남으로 내려갈수록 이끼에서 키작은 잡초가 자릴 잡는데 걸어온 길을 떠올리면 태초 지구가 형성되고 온갖 풍파를 거치면서 생명이 잉태하고 지금의 자연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것 같다.
그리고 점점 보기 힘들었던 나무도 자라고 Ljósá강 주변으로는 급기야 숲을 이루기도 한다.
Ljósá 강을 건너면 상당한 높이의 능선을 올라가야 하는데 한 숨이 절로 나오지만 걷다보면 그리 힘들지 않게 오르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올라오는 산우님들을 보면서 "언제 올라오지"
오늘은 텐트까지 짊어지고 걷는 주몽이가 한층 더 대견해 보인다.
머지않아 세계의 젊은이들과 어울려 걷는 주몽이를 떠올리며 흐믓해 한다.
타고난 운동신경과 남다른 체력으로 아픈 다리에도 불구하고 아주 씩씩하게 걸어 준 지혜님.
지헤님을 볼 때 마다 "기억에 남도록 해주겠다"는 싼타님의 말이 생각나 혼자 실실거리기도 한다.
Gráfell 산을 배경 삼아 걷는 능선은 산우님들의 멋진 모습을 담기에 충분하다.
4일 동안 걸었던 Laugavegur Trail도 막바지에 이른다.
두려움 보다는 아쉬움과 뿌듯함이 뒤섞여 묘한 감정이 드는 시간이다.
그 정점에서 쉬어 간다.
고생보따리 팽개치고 등산화까지 벗으며 맘껏 쉬어 가기로 한다.
사진을 보니 문득 나도 뭔가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왜 산우님들이 그랬을까 선뜻 이해가 된다.
우끼님이 사무가 바쁜 산우님들이 자리를 떠나자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해리만이나 캐스킬에서는 틱이나 벌레들로 인해 감히 앉아있지 못하지만 여기서는 그냥 누구할 것 없이 벌러덩~ 벌러덩~
좀 앉아 있으려니 한기가 들 정도로 시원함을 느낀다.
뉴욕에서는 찜통 더위로 상상할 수 없는 날씨다.
"나 가유~"
Þröngá 강
이번 트래킹 중 마지막 강을 건너야 하는 곳이다.
"간다니께유"
벌써 도착한 산우님들은 강을 건너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그런데 강의 위치가...
지난해엔 한참 걸어 마지막 부분에 강을 건너야 했는데 올해는 당겨졌다.
거침없이 흐르는 물살에 지류가 바뀐 것이다.
그나저나 그림 조타아~~
상당히 세찬 물살로 다른 계곡과는 달리 락고 투명한 물이 아닌 Tindfjöll 산의 토사가 함께 흘러 흙탕물이다.
그동안 갈고 닦아 숙련된 솜씨로 척척 강을 건너고 있다.
"나 건너 가유~"
애마님 배낭에 주렁주렁 매달린 물건들은 뭐꼬?
마지막 주자 헬로님까지 도착.
동부에서는 거의 맛볼 수 없는 맛을 보여준 강은 이로서 막을 내렸다.
강을 건넌 후로는 고개가 갸우뚱거릴 정도로 완연한 숲이 반긴다.
몇 날 몇 일 나무 한 그루 없는 트레일을 걷다 만난 새로운 세상.
그 갈림길에서 주몽이가 기다림으로 반긴다.
삼거리
왼쪽으로 가면 Þórsmörk Langidalur 곧장 가면 우리의 목적지 Volcano Huts이 나온다.
자연이 숨쉬는 곳엔 다양한 꽃들이 지천에 피어있어 조금은 밋밋한 길에 반가움을 전해 준다.
Volcano Huts에 도착.
그동안 봐왔던 헛과는 차이가 있음을 한 눈에 느꼈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하던 그동안의 헛과는 달리 사설 캠핑장으로 규모나 시설들이 남다르게 좋은 편이었다.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을 해두었기에 곧바로 자릴 잡고 텐트부터 치는데
우끼님이 부지런히 나른 바이킹 맥주가 여러 사람을 웃고 울게 했으니
누군 웃고 누군 취해 헤롱헤롱 퍼지고 말았다.
막바지에 이른 산행에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이 들어가자 눈에 뵈는게 없다.
왁자지껄.. 그래 이 기분이야.
살짝 취기가 오르자 기분도 따라 오르는데 우끼님이 한 번 더를 외치며 한가득 맥주를 안고 돌아왔다.
그로 인하여 여러 사람 잡았다.
프론트 마운틴?
아니다.
구름이 우리를 축하해 주는 퍼포먼스다.
인근에서 환호하는 소리에 달려가 보니 적어도 5미터 이상 되는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는데 그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주몽 성아를 보았다.
온 아이슬랜드의 이슬을 말리려고 작정을 했나 보다.
헤롱거리던 애마님이 텐트도 치다 말고 죽네 사네를 외치다 정신을 차리려 샤워를 하고 오면서 "내 각선미도 좀 신경 써 주세요"
"할렐루야~"
저녁은 미리 예약한 근사한 뷔페를 위해 레스토랑을 찾았다.
음악이 흐르고 인터넷도 빵빵 터지고..
오랫만에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먹을 생각에 목소리가 커졌다.
순간, 인터넷에 연결되는 이 순간.
떠날 때 크리스님의 목소리가 자꾸 떠올랐기에 산우님에게 안부를 묻는데..
그냥 고개가 숙여 진다.
그 때 옆에 앉아 있던 파랑님도 소식을 알게 되었고 침묵이 흘렀다.
마침 식사가 시작되었을 때라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나도 모르게 나오는 표정은 숨길 수 없나보다.
6시 정각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벌떼처럼 달려든다.
그리고 숙연한 분위기에서 서로를 위로하며 안타까움을 나누어야 했다.
"많은 사랑을 받고 떠났지만 더 좋은 세상에서 더 행복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