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야기는 꽤 오래 전에 제가 집필하는 웹 매거진에 웃자고 올렸던 글을 손질하고 살을 좀 더 붙인 이야기인데요.
이 이야기의 바탕은 당대 최고의 주선(酒仙)이자 주성(酒聖)으로 불린 조지훈 시인께서 술을 마시는 격조와 스타일, 주량 등을 따져서 '술 마시는데도 나름의 도가 있다'며 쓰신 '주도(酒道)의 18단계'를 읽은 뒤, 술을 워낙 좋아하는 제가 조지훈님의 글을 카약커에 비유해보면 참 재미있을 것 같아서 감히 이런 글을 써봤던 것입니다.
웃자고 쓴 이야기이니 읽다가 자기 단수가 낮다고 화를 내시거나, 자기 단수 생각보다 높게 나왔다고 격하게 좋아하진 마시길...
그리고 술을 전혀 못하시는 분은 이해가 안되실 수 있으니 이쯤에서 그냥 나가셔도 괜찮습니다. ^&^
※ 경고: 중간에 한 급, 한 단이라도 건너뛰면 사이비 단수로 칩니다.
단, 해당 사항이 안되거나 없으면 통과하셔도 누가 뭐라 하지 않으니 과감히 자신의 단수를 댓글로 표현하셔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자기 주장의 댓글을 본 다른 카약커들이 항의성 댓글을 다시는 것에 대해서도 저는 책임지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렇다고 '난 몇 급이네 몇 단이네 혼자 중얼거리지 마시고 분위기 업(up)을 위해서 좀 뻔뻔하게 댓글을 다셔도 좋습니다.
창의적(?)이거나 유머만땅 댓글을 다신 분 중에서 딱 한 분을 선정해서 아주 작은 선물(?)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마감일은 제 맘대로 정합니다.^&^
카약커의 18단계
⑨급 : 카약을 아주 못 타진 않으나 거의 타지 않는 카약커
카약을 사서 몇 번은 탔었고 동호인 모임에도 자주 나가기 때문에 카약커임엔 분명한데 카약을 타는 모습을 본 적이 별로 없는 카약커.
모임은 빼 놓지 않고 나가니 여기저기서 줏어들은 이야기도 많고 카약킹에 관심도 많아 이론적으로 아는 것도 많은 카약커.
※ 그런데 이 정도도 안된다면 아예 급수가 없는 겁니다.
⑧급 : 카약을 타기는 하는데 겁내는 카약커
카약을 제법 자주 타기는 하는데 매번 행여 어디 다치지 않을까, 뒤집히진 않을까, 힘들진 않을까 이것저것 걱정이 많은 카약커.
대부분 수영을 아예 또는 거의 못하거나 자신이 없기 때문에 발이 닿지 않는 수심까지 나가거나 물살이나 파도가 치는 물에서 카약을 타는 것을 질색하고 기피하는 카약커.
⑦급 : 카약이 전복되어 탈출하는 것을 질색하면서도 계속 들이대는 카약커
카약이 뒤집히지만 않으면 만사 오케이지만, 어쩌다 카약이 뒤집히면 허우적대며 정신줄을 놔버리는 카약커.
어쩌다 한번 탈출하고 나면 다시는 그런 물 근처에는 거의 가지 않을 것 같을 것 같은데도 계속 들이대는 카약커.
참으로 신기함.
⑥급 : 집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카약커
카약도 열심히 타고 실력도 꽤 되는데도 불구하고 집 근처 외에 어디 먼 곳으로 카약을 타러 떠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카약커.
누가 자기 동네로 와서 함께 타주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정작 자신은 가거나 갈 생각을 좀처럼 하지 않는 카약커.
자기 동네 카약킹 코스에서는 도사처럼 날아다니지만 다른데 가서 행여 제대로 못 탈까 싶어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고, 아예 그럴 형편이 안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이 너무 바빠서 짬 카약킹으로만 만족하는 참으로 안타까운 케이스.
⑤급 : 혼자 혹은 가족들과만 타는 카약커
카약을 제법 잘 타고 도전적인 성격임에도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타는 것이 왠지 부담스럽거나 가족과 함께 타는 것이 아닌 카약킹은 엄두도 못 내는 가족사랑 카약커.
모든 컨셉이 자신만의 카약킹 세계관 또는 가족과 함께 탈 수 있는 것에 맞춰져 있는 카약커.
전자의 경우는 계속 그 길을 갈 가능성이 높고, 후자의 경우는 '탈출'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기는 하지만 섣부른 독자 행동이 초래할 수 있는 보복(?)이 두려워 좀처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카약커.
④급: 돈에 연연하는 카약커
카약도 나름 잘 타고 경험도 많으며 자기가 즐기기 위한 것에는 결코 돈을 아끼지 않지만, 동료들에게 밥을 사거나 먹을 것을 가져다 함께 먹거나 같은 나눔에 인색한 카약커.
돈을 내고 교육 받는 것에도 반감과 불신이 많은 경우도 있고, 장비를 살 때도 절대 제 값 다 주고는 사지 않는 케이스.
기름값과 통행료가 아까워 웬만해선 멀리 카약 투어를 잘 가지 않고 가까운 곳만 주로 가는...
③급 :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타는 카약커
카약을 탈 때는 무지막지하게 열심히 집중해서 타는데, 일단 물 밖에만 나오면 회사일, 집안일, 개인 취미 등등 갖가지 주제를 쉼 없이 이야기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카약커.
장시간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입장에선 좀 피곤하긴 하지만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있고 유익한 정보도 많음.
②급 : 강한 체력과 건강을 위해 타는 카약커
영차! 영차! 카약을 열심히 타다 보니 몸도, 체력도, 실력도 좋아졌다는 깨달음에 더욱 업(up)되어 오로지 한 길로 매진하는 카약커.
지나치게 몰입하다가 몸을 다치지만 않는다면 상관없죠.
멤버 중에 이런 스파르타 전사같은 카약커가 한둘 정도는 있으면 굉장한 도움이 됨.
①급 : 다른 카약커들과 어울려 웃고 떠들고 여기저기 투어를 다니는 것이 마냥 좋은 카약커
드디어 카약킹의 맛을 느끼기 시작한 카약커.
주말과 휴일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불만이고, 어떻게 하면 하루라도 더 카약을 타러 갈 수 있을까 갖가지 궁리와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반쯤 '미친' 상태로서 카약을 타는 것이 세상 그 무엇보다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카약커.
(사진은 이 이야기 내용과는 아무 상관도 없고 그냥 잠깐 쉬어간다는 뜻으로 넣은 것입니다.^&^)
<1단> : 카약을 타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1년 내내 타는 카약커
강이면 강, 바다면 바다, 호수면 호수. 어떤 계절, 어떤 날씨, 어디든 카약을 탈 수 있으면 결코 망설임 없이 타러 가는 카약커.
그러다 보니 집에 다른 유형의 카약이 여러 척 쌓이기 시작하고 하나 둘 사 모은 카약 장비가 방으로 하나 가득 찰 정도인 카약커.
<2단> : 카약킹에 탐닉하고 집착하는 카약커
카약킹을 세상 그 어떤 것도 비견될 수 없는 최고의 것이며, 자신에게 딱 맞는다고 뇌리에 못이 딱 박힌 '완전 미친' 카약커.
카약킹은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며, 찰나의 짜릿함을 맛보면서, 무언가를 극복해냈다는 성취감을 얻는데 가장 멋진 것이라고 굳게 믿는 카약커.
어떻게든 거칠고 빠른 물만 찾아다니려는 카약커가 많은 편.
주변인들에게 카약킹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투어 번개도 많이 치고 각종 번개에 빠지지 않는 단계
<3단> : 카약킹의 진경을 터득한 카약커
카약킹은 아름다운 경치와 깨끗한 물, 남들이 쉽게 가보지도 가 볼 수도 없는 곳을 가게 해주는 놀라운 수단이라는 것을 깨닫고 터득한 카약커.
점점 더 멀리 다니며 카약킹을 즐기고 심지어는 해외로까지도 좋은 물을 찾아가는 로코모티브(locomotive) 카약커.
<4단> : 카약킹의 기술 수련에 매진하는 카약커
자신이 가보고 싶은 곳을 가서 성공적인 투어를 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기술 연마가 최선이라는 생각에 도달해서 마치 수도승처럼 기술 수련에 매진하는 카약커.
진짜 '도사급' 카약커.
<5단> : 카약킹 삼매경에 빠진 카약커
하루 24시간 잠 잘 때를 빼고, 식당, 운전, 쇼핑 센터, 여행지, 화장실...어디에 가든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온통 카약킹과 연관지어 생각하고 연상하지만 좀처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경지에 오른 '신선급' 카약커.
기술도 체력도 곧 공중 부양할만한 수준으로 가족들도 이미 다 포기하고 그러려니 하는 단계에 입성하신 분.
<6단> : 카약커들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아끼는 카약커
이미 카약을 타고 다루는 기술은 도사인지라 카약을 타는 것보다 자신이 카약킹을 즐기는데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와 함께하는 부족들(Tribes)을 마치 자기 가족이나 오랜 친구 만큼이나 소중하게 아끼고 돌보는 '현인급' 카약커.
이 정도 수준에 오르면 가족들이 말리기는 커녕 도리어 더 나서서 도와줍니다.
남편이 현인이면 와이프는 한 단계 더 위라는 말도 있잖습니까.
<7단> : 카약을 타도 그만, 안타도 그만 카약과 함께 유유자적하는 카약커
구식 카약에 단촐한 장비, 색 바랜 구명조끼와 자켓을 입었고 별로 노를 젓지도 않는 것 같은데 무슨 축지법을 쓰는 듯 엄청 빠르고 거친 물에서도 잘 날아다니는 '성인급' 카약커.
세상 천지 웬만한 카약 코스는 다 가봤으며, 웬만한 카약도 다 타봤으며, 카약을 타면서 함께 했던 카약커가 몇 명이나 되었는지 이젠 기억조차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카약커.
물이 많으면 많으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8단> 누군가 카약을 타는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즐겁지만 이미 탈 수 없게 된 카약커
너무 오랜 세월을 카약과 함께 했건만 이젠 카약을 들고 나갈 힘도, 노를 저을 힘도 없이 늙어버린 카약커.
머지 않아 열반에 오르실 분.
너무 일찍 관둔 카약커 말고!
<9단> 열반에 오른 카약커
전설(Legend)로 불리우는 카약커로서, 대개 사후에 붙여지니 이 또한 본인에겐 별 의미도 없습니다. ^^
오늘 이야기로 '거북이의 카약이야기'를 쓴지 거의 1년이네요.
세월 정말 빠릅니다.
매주 한편 정도 쓰겠다고 했으니 52편은 쓸 줄 알았는데 워낙 게을러서 10번 정도는 빼 먹은 셈입니다.
이 정도는 좀 봐주시길.. =3=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