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관配管을 뜻하는 영어 단어 'plumbing' 은 ‘납’을 의미하는 라틴어 plumbum에서 유래했다. 화학의 원소기호 'Pb'도 여기서 비롯되었다. 고대 로마인들은 납으로 수도관을 만들었고, 여기서 plumbing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납은 매우 독성이 강한 금속으로, 미량만 섭취해도 복통, 메스꺼움, 반사신경 저하, 근육 약화, 어지럼증, 손떨림, 식욕 감퇴, 우울, 혼란, 짜증, 불안 등의 다양한 중독 증상이 나타난다. 어린이에게는 학습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데 바로 이런 증상들을 베토벤도 겪었다.
베토벤은 20대 초반부터 끊임없이 복통, 소화불량, 우울, 과민함 등을 호소했다고 한다. 당시의 의사들은 원인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데, 지금은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1827년, 베토벤이 5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 한 젊은 음악도가 그의 머리카락 한 줌을 기념으로 잘라갔다. 이 머리카락은 그 학생의 가문을 통해 여러 세대를 거쳐 내려오다가 1994년 경매에 부쳐졌다.
구매자는 이 머리카락의 화학 분석을 의뢰했다. 베토벤이 아편 중독이고, 매독으로 죽었다는 설이 파다했는데, 그랬다면 치료제인 수은 약제의 흔적이 머리카락에 남아 있어야 한다. 분석 결과 수은은 검출되지 않았다. 또 아편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는데, 이는 베토벤이 맑은 정신을 유지해 작곡에 집중하기 위해 진통제인 아편 사용을 피했을 가능성을 말해준다.
그런데 검사 결과에서 다른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베토벤의 머리카락에서 약 60ppm의 납이 검출되었는데, 이는 오늘날 일반인의 평균치보다 약 100배나 높은 농도다. 그가 어떻게 납에 중독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시 흔했던 납으로 만든 컵에 자주 음료를 담아 마셨을 수도 있고, 납 배관을 통해 흐른 물을 마셨을 가능성도 있다. 납을 함유한 페인트에 장기간 노출되었을 수도 있다. 어느 이유이든, 베토벤이 납 때문에 사망하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베토벤은 청력을 잃은 상태에서 거의 소리를 듣지 못한 채로, 어떻게 그토록 찬란한 음악을 작곡할 수 있었을까?
베토벤은 완전히 귀가 멀었지만, 오늘날 ‘골전도’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자신의 음악을 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무 막대기 한쪽 끝을 피아노에 댄 다음, 한쪽 끝을 자신의 이로 물고 피아노의 건반을 누르면 진동이 나무 막대를 타고 그의 턱뼈로 전달되었고, 그 진동은 다시 내이로 직접 전해졌다. 이렇게 해서 그는 기적적으로 다시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