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타고라스 학파의 철학과 음정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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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수학교사회
수학사교재연구팀
1. 피타고라스 학파에 대한 철학적 이해
피타고라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명한 그의 정리 ‘피타고라스 정리’외에는 잘 알고 있지 못하는 듯하다. 피타고라스와 그 학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의 시대상황과 철학적 배경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 시대에는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의 세력이 쇠퇴하면서 아시리아, 페니키아, 그리스 등 새로운 민족국가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였고, 철기시대가 도래하였으며, 알파벳과 화폐의 발명 등 서서히 문화의 체계가 잡혀가고 있었다. 그에 맞추어 수학에서도 조금씩 합리적인 분위기가 고조되어 갔다. 즉,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서 ‘왜 그런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탐구가 시작되었고, 이러한 탐구 속에서 논증적 방법에 대한 시도가 나타나게 되었으며, 현대적 의미의 수학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연역적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되었다.
당시의 철학(희랍 철학)의 사조는 자연의 근본적인 구성체를 찾는 것에 있었다. 즉, 우리를 둘러싼 우주의 근본적인 원질(Substanse)이 무엇이고, 불변적이고 영속적인 어떤 것이 반드시 있으리라는 믿음 속에서 그것들의 구조를 이해하려고 하였다. 당시의 철학적 사조는 크게 두 학파에 의하여 나뉘어 지는데, ‘이오니아(밀레토스) 학파’와 ‘피타고라스 학파로 나뉘어 진다.
이오니아 학파의 아낙시만드로스는 이 세계가 대립되는 성질들의 갈등에 의한 것이라고 하였으며, 그 중에서 ‘온․냉’과 ‘건․습’이 가장 우선되어지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물질의 최초의 상태는 대립되는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는 거대한 크기의 덩어리라고 생각하였고, 그 덩어리는 계속된 운동 속에 있으며, 그 결과로 어떤 부분에 어떤 시기의 원질들이 스스로 분화되는 일이 일어나게 되는 것으로 묘사했다. 이오니아 학파의 다른 일원인 아낙시메네스는 그러한 근원적 원질이 ‘공기’라고 얘기하였고, 궁극적인 세계의 원질은 생명의 기본 물질이기도 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인간의 혼은 ‘신의 작은 일부분’이라고 주장하며, 우주를 살아있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이들 이오니아 학파의 주된 관심은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라는 것이었고, 이러한 생각은 물질과 정신이 그것을 결합하는 결속 쪽으로 점차 발전되어 간다.
피타고라스 학파의 철학적 동기는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이 아닌 종교적 측면이었다. 종교적 측면에서 이들 학파의 첫째 원리(교설)는 자연의 동족 관계설이었다. 즉, 이것은 인간의 혼의 불멸성과 인간의 혼이 다른 동물의 육신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보는 윤회설에 입각해 있었다. 그러므로 그들은 육식을 철저하게 금하였다. 왜냐하면, 자신이 먹는 새나 짐승에 자신의 아버지나 어머니의 혼이 깃들어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체로서의 우주가 하나의 생명체라고 믿었다. 사람의 생명은 무한하고(윤회하므로), 이것은 신의 영원이나 무한과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므로 인간의 삶의 목표는 육신의 더러움을 털어 버리고, 순수하고 깨끗한 정신이 되어 다시 신으로 돌아가는 것에 있었다. 종교적 측면에서의 두 번째 원리는 인간이 신에게로 회귀하는 방법에 있었다. 즉, 우주의 방식을 연구하고, 우주가 어떤 것인지 알아내어 신적인 우주와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도덕적으로 ‘모호하고 일정한 형태가 없는 것-나쁜 것(어둠, 다수성, 한정되지 않은 것)’과 ‘확실하고 측정할 수 있는 것-좋은 것(빛, 단일성, 한정되는 것)’으로 이원화했다. 그러므로, 만일에 세계가 선하고, 살아 있으며, 하나의 전체라면, 세계는 ‘한정되어’ 있고 파악이 가능한 ‘질서(kosmos)"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피타고라스에 의하면, 결국 우주는 kosmos이고, 인간도 작은 우주 즉, kosmos이며, kosmos를 연구하는 사람은 그 혼도 kosmios(질서있게)하게 된다. 인간이 우주(신)와 동일하게 되기 위해서는 우주의 구조적 원리를 이해하여야 하고, 그러한 구조적 원리는 수학적 철학에 기본적 원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음악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피타고라스는 협화음이라고 불리는 음계의 음정이 수 사이의 비율로서 표현될 수 있음을 알아냈다. 그러한 협화음은 우연히 얻어낸 것이 아니다. 협화음의 발견은 소리 자체의 본성 안에 이미 하나의 수(數)적인 질서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것은 우주의 본성에 대한 일종의 계시로서 나타났다. 즉, 우주는 한정되어 있으며, 여러 가지의 음(音) 속에서 협화음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한정되어지지 않은 것을 한정지어 주어, 한정된 것으로 만드는 것처럼, 세계 및 세계가 포함하는 모든 것들을 만드는 원리도 이와 같이 한정지어 주는 것으로 생각했고, 이것이 피타고라스 학파의 공식이었다. 부조화를 한정지어 줌으로써 아름다운 음악(수의 비로서 표현되는)이 만들어지는 것은, 한정을 지어준다는 것 자체가 훌륭함이라는 등식에 대한 또 다른 증거였다. 바로 이것, 즉, 한정지어주는 것이 전체 우주에 작용되는 지배원리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개개의 사물이 현재의 그것인 이유는 모든 사물에 공통되는 원질 때문이 아니라, 그 요소들의 혼합 비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개개의 사물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사물의 구조법칙(가장 본질적인 것)을 발견해야 하고, 이러한 사물의 구조법칙은 수(數)적인 표현(각각의 비율로 표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피타고라스 학파는 ‘만물은 수(數)이다’라고 결론지을 수 있었다.
이러한 피타고라스 학파의 철학은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원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료에 대한 탐구에서 ‘우주의 구조는 무엇인가?’라는 형상에 대한 탐구로 당시의 희랍철학의 주류를 바꾸어 놓는 큰 공헌을 하였다.
2. 음정과 수와의 관계
피타고라스 학파는 음계의 음정이 수 사이의 비율로 나타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래에서는 그들이 생각한 음정과 수 사이의 비율에 대한 내용을 간단히 알아보도록 한다.
동일한 장력 아래서 현의 길이의 비는 로그적 성질을 갖고 있다. 즉, 현의 길이에 있어서 두 현의 길이의 곱은 음의 낮아짐으로, 나누기는 음의 높아짐으로 표현될 수 있다. 현의 분할에 이용되는 일종의 실험도구는 모노코드(monochord)라고 하는데 현재의 음높이를 편의상 C음이라고 가정한다.
1) 현의 2등분 - 현을 2등분하면 개방현의 음과 8도 음정(높은 음)의 차이가 난다. 피아노에서의 옥타브의 차이는 건반이 배열된 길이(개수)와 일치하지 않는다. 피아노에서의 현의 길이는 로그함수의 그래프와 비슷하게 나타난다.
2) 현의 3등분 - 짧은 부분과 긴 부분의 길이의 비가 1 : 2일 때, 길이가 인 현은 개방현의 음보다 12도 높은 음이 나고, 인 현은 개방현의 음보다 5도 높은 음이 난다. 이것은 완전 5도의 음악적 성질이 2 : 3 이라는 수학적 양에 묶여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5도 = 이라는 식이 성립한다.
예) 기본음을 배하면 12도 높은 G음, 3배하면 12도 낮은 F음이 생김(그림 참조)
3) 현의 4등분 - 4 는 2×2 이므로 4의 음악적 값은 옥타브의 옥타브로 생각할 수 있다. (옥타브 위의 옥타브) 이것은 곱이라는 수학적 연산은 음정의 덧셈과 일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어떤 배수에 대한 음높이는 그 수의 약수에 대응하는 음높이를 가지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만일 각각의 소수가 각기 새로운 음높이를 창출한다면 새로운 음높이에는 끝이 없음을, 즉, 가능한 음높이는 무한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현의 길이를 배하면 음의 높이가 어떻게 될까? 현의 길이를 3배하면 12도 낮은 음이 생긴다. 이므로, 아랫쪽으로 12도 음 + 두 옥타브 위 = 주어진 음높이의 완전 4도위의 음이 생기게 된다.(그림 참조)
4) 현의 5등분 - 5는 소수이기 때문에 새로운 음높이가 나타난다. 이것을 수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 = 두 옥타브 위의 장 3도
․ = = (두 옥타브위 장 3도) - (두 옥타브) = (장 3도)
․ = (두 옥타브위 장 3도) - (한 옥타브)
= (한 옥타브위 장 3도)
= (장 10도)
․ = (두 옥타브위 장 3도) - (12도 아래음)
= (장 6도)(그림 참조)
5) 현의 6등분 - 약수가 3과 2이므로 그 비율에 의해 나타나게 된다.
․ = (한 옥타브 위)+(12도) = (12도 옥타브 위의 음)
․ , ,
․ = (12도 옥타브 위의 음) - (두 옥타브와 장 3도)
= (완전 5도) - (장 3도) = (단 3도)(그림 참조)
6) 현의 7등분 - 7이라는 숫자는 나쁜 의미(‘맞지 않음’ : 7일 장례, 칠거지악)와 좋은 의미(‘새롭게 한다’ : ‘액막이 하다’, ‘살풀이 하다’(성서의 헤브루어 단어- seven))의 두 가지 의미가 있으며, 7등분은 3화음에 맞지 않는다.
7) 7보다 큰 수로의 등분 : 음정의 합은 인수들의 곱에 대응(로그적 성질)되고 그러한 음정 역시 인수들에 상응하는 음높이들의 변형으로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는 보다는 작고 보다는 크기 때문에 대략 4번째 옥타브 위의 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