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웹툰의 대세로 출판만화가 사양길로 접어들며 60대 만화가들의 설 자리가 줄고 있다. 사진은 만화가 허영만씨의 작업 모습. |
허영만 등 일부 웹툰 진출… 재출간된 과거 작품 인기 ‘웹툰’(인터넷 만화) 시장이 무섭게 성장 중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약 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200억원 더 커졌다. 하지만 이런 변화의 바람에 출판만화는 점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동시에 이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던 만화가들도 손을 놓고 있다. 특히 60대 중진 만화가들이 어려움을 호소한다. 현재 한국만화가협회 회원 770여명 중 시니어로 분류되는 50대 이상은 30% 가량. 이 중 50대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 는 반면, 일부를 제외한 60대 작가들의 활동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는 최근 한국만화 시장이 웹툰을 중심으로 재편된 영향이 크다.
웹툰 작업엔 컴퓨터는 물론 타블렛(컴퓨터에 연결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주는 입력장치) 등의 기기와 포토샵, 페이커 등 편집프로그램이 사용된다. 대부분의 중견 작가들은 이런 작업 환경이 익숙지 않다. 한국만화가협회 정재홍 부회장(65)은 “또래 작가 상당수가 다른 분야로 발을 돌려 안타깝다”며 “문화 콘텐츠 생산직 종사자로서 시대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한편으론 서글픈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체력적인 부담도 발목을 잡는다. 웹툰 작업은 상당한 노동량을 필요로 한다. 출판만화의 경우 주간지 기준 16페이지 선이지만, 웹툰은 이 기준으로 70~80페이지 분량이다. 이는 일본의 10배, 미국의 20배에 달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제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된 만큼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변화된 독자의 성향을 파악해 그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이에 일부 60대 작가들은 웹툰으로 눈을 돌렸다. 정 부회장은 올해 1월 중 40년 간의 학습만화 경험을 집대성한 웹툰 연재에 들어간다. 한국만화계 대부로 불리는 허영만 작가는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2015년), ‘꼴’(2010년)을 선보였고, ‘스카이 레슬러’ 등으로 유명한 장태산(62) 작가는 지난해 초 웹툰 ‘몽홀’로 돌아왔다.
대신 이들은 기존 방식을 일부 고수하고 있다. 장 작가는 ‘몽홀’의 배경그림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완성시켰다. 컴퓨터 조작법을 알고 있지만 40년 간 만화책을 만들어온 그만의 방식으로 독자에게 다가간다는 각오이다. 조원행 작가(61·한국만화가협회 부회장)는 “이제 펜으로 그림을 그리던 원고가 컴퓨터 화면으로 옮겨졌다”고 설명했다. 90년대부터 컴퓨터로 작업해온 그는 2010년 웹툰 ‘권번기생 비밀의 기억’을 연재해 3억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바 있다. 조 작가는 “웹툰 시장 성장 초기엔 플랫폼(콘텐츠 유통의 장)이 대형 검색사이트로 국한됐지만 요즘엔 여러 후발주자들이 등장해 활동 무대도 넓어졌다”고 전했다.
지난해엔 50~60대 작가들의 작품이 ‘레진코믹스’, ‘짬툰’, ‘미스터블루’ 등 웹툰 플랫폼을 통해 새롭게 출간되는 사례도 등장했다. 주인공은 김세영(62)·박인권(61)·신형빈(52) 작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작품의 인기는 여전했다. ‘짬툰’에 따르면 김세영 작가의 ‘여타짜’, ‘갬블파티’, 박인권 작가의 ‘대물’, 신형빈 작가의 ‘도시정벌’ 등이 최신 웹툰 못지않은 매출을 기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견 작가들의 감각이 경제력을 갖춘 30~40대 소비층에게 먹혔다”고 전했다. 정재홍 부회장은 “이는 다른 작가들의 과거 작품들도 상품성 있는 콘텐츠로 변모할 수 있다는 방증”이라며 “이처럼 노하우와 성공 가능성이 높은 중견 작가들의 웹툰 전향을 위해 플랫폼 회사의 해당 과정 교육 등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