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CC
가랑비가 바람에 흩날리는 스산한 날씨였다. 네비를 고창CC까지 찍어보니 두 시간 거리였다. 남해고속도로를 따라가다 광주 장성을 지나서 서해안 고속도로에 접어들면 고창이 나오고 4차선의 자동차 전용도로에 내려서 바닷가 쪽으로 가면 고창 CC가 나왔다. 지금은 교통이 좋아져서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지만, 심원이나 해리 등의 바닷가 마을은 고창에서도 아주 궁벽진 어촌마을이었다. 바다에 접해 있는 골프장이었다. 모래언덕과 갯벌이 있는 바닷가 황무지를 골프장으로 개발해서 고급레저타운으로 탈바꿈한 것은 칭찬 받을 만한 일이었다. 주위의 음식점과 특산품 판매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고, 농촌의 일자리 창출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했을 것이다. 고창 CC는 골프텔이 있는 골프장이다. 멀리서 온 골프손님들에게 묵어갈 수 있는 숙박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두 시간 걸려 고창CC에 도착했다. 클럽하우스에 들어서니 친구들은 먼저 도착하여 식사를 하고 있었다. 대부분 늘 만나던 친구들이었지만, 김용태, 김석균은 오랜만이었다. 최장신 최광수는 처음 만나는 사이였다. 그 동안 몇차례 카톡 방에 글을 올려 글로서는 익숙한 친구였다. 멀리 대구에서 김종부, 대전에서 이관효가 왔고, 전주에서 이 종순이 온 것은 친구들의 골프 모임에 남다른 애정을 보여줌이었다. 특히 나와는 배타적인 학연(김제중학교 남성고등학교, 전북대 경영과)으로 오래 개인적인 친분을 유지해왔던 최영재가 그 동안 동창회에 나오지 않아 늘 안타깝게 생각을 하던 차였는데. 최근에 동창회에 나와서 글도 열심히 올리고 이런 모임에도 열성적으로 활동을 하는 것은 꽤 고무적인 일이었다.
골프 동아리의 정식명칭은 NS22다. 남성 22회를 줄여서 부른 것이다. 회원이 32명 인데 출석율이 양호하고, 회원은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우리 동기생 동아리 중에서 가장 잘 돌아가는 모임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쓸만큼 용돈이 있고, 시간이 있다면 친구들하고 교유하며 즐기기에는 아주 좋은 운동이다.
참가 인원 24명으로 3조는 바다코스로 , 3조는 푸른 코스로 Tee Off을 시작했다. 날씨는 심술을 계속 부렸다. 잠시 해가 나기도 했지만, 바람이 거세게 불고, 눈발이 흩날리고, 진눈개비에 우박도 쏟아졌고, 빗방울이 날리기도 했다. 을씨년스러운 겨울 날씨의 특징은 다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뻔뻔하게 앞뒤 조를 왔다 갔다 하면서 캐디들에게 취재 중이라고 양해를 구했지만, 눈총은 피할 수 없었다. 혹시나 궤도를 이탈한 공에 맞을까하는 안전사고 위험에 염려를 하는 것이지만 골프공에 맞을 확률은 벼락에 맞을 확률보다 낮았다. 눈치껏 끼어서 친구들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굿샷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골프채를 놓은 지가 십년이 넘었지만, 아직 볼치는 것을 보는 감각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120살까지 살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는 장타자 김학규 드라이버 거리가 지하철 한정거장 정도 차이가 난다고 뻥을 쳤지만, 앞바람에 추위에 얼어서였든지 개골창 하나 거리차이도 나지 않았다. 강명구는 여전히 따복따복 쳤고, 장기원 이진근
서양원, 황왕규, 김정규, 오상두 운동잘 하고 공부잘했던 양원이 스코어가 가장 좋았다. 92타
유명호, 이춘세, 김용태, 이영수 내가 이 팀에 갔을 때 춘세가 마침 숏홀에서 퍼팅을 하고 있었다. 만만치 않은 거리, 5-6미터는 되었을 것이다. 절묘하게 쑥 들어갔다. 와! 버디였다. 이 팀에 고수들이 모여 있어 챔피언 조라고 뻐기는데, 그 사실관계는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
최영재, 이관효, 이성정, 채진석
누빈 상하의를 입은 영재 방한 복장이 완벽하다. 지난달 챔피언 최영재의 스코어가 양호했다. 91타 다른 친구들의 성적 또한 양호하다. 91, 94, 95 겨울 골프에 저 정도면 이 팀이 챔피언 조 아닌가 생각 되었다.
이종웅, 김형선, 이종순, 최광수
종웅이와 종순이는 고향이 용안으로 같고, 전주 이씨 종친에 항렬이 같은 동항렬 전주이씨 종친회 팀. 드라이버는 학교 다닐 때 축구선수였던 형선이가 가장 멀리 나갔다.
김종부, 정대현, 김석균, 김두섭
종부는 멀리서 혼자 오기도 쉽지 않았을 것인데 친구들 캐디피도 내주는 멋쟁이 사장님, 두섭이 드라이버가 가장 좋고, 석균이는 무리하지 않는 관리형 꾀돌이, 대헌이는 우리 사돈 열심히 땅을 파 재끼며 다닌다. 골프장에 와서 많이 치는 것이 남는 장사, 사돈 열심히 하세요.
겨울 골프장은 추위에 언 몸을 그늘 집에서 녹혀 가는 것인데, 코로나 때문에 그늘 집이 폐쇄되었다. 그늘 집에 히터도 가동하지 않았다. 몸은 꽁꽁 얼어만 갔다. 핫팩을 손에 넣고 주물러 봤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아웃코스 끝나고 인코스 들어갈 때도 클럽하우스에서 쉬어 가나 했는데 바로 강행군이다. 열흘 전에 설악산 대청봉에 올랐는데 그때보다도 더 추웠다. 그때는 쉬지 않고 움직였기 때문에 영하 17도의 한파에서도 견디어낼 수 있었다. 고창의 바닷바람이 훨씬 더 매서웠다.
열세 홀을 따라 돌고 있을 때 골프장의 안전요원이 와서 철수할 것을 종용했다. 못 이기는 체 하면서 클럽하우스로 돌아왔다.
한 시간 쯤 후에 라운딩을 마치고 속속 클럽하우스로 들어왔다. 다들 고생했다. 비바람 눈보라 속에 기억에 남는 라운딩이 되었을 것이다.
고창 CC는 페어웨이가 넓고 길었고, 업다운이 없었다. 간척지를 막아서 만든 골프장의 특성일 것이다. 미들 홀이 롱 홀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그린까지의 거리가 짱짱했다. 전체 21홀이다. 전반 9홀 후반 9홀을 치고 난 후 시간 여유가 있으면 세홀을 더 돌 수 있단다. 서비스 홀이 세 홀있는 것이다. 단 일몰시간이 긴 여름에만 가능하다는데 전국 어느 골프장에서도 볼 수 없었던 유별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