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씨 밀화부리 날개를 달다
왕태삼
아침 숫눈길
구불구불한 흰 도마 위에
단풍씨 껍데기만 낭자하다
동강난 씨 없는 날개가 생선처럼 파르르 떤다
한 톨 한 톨 단풍씨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프로메테우스가 찾던 그 붉은 라이터돌
밀화부리 떼가 단단한 칼부리로 따 간 것일까
날고 싶어도 바람 없는 세상
그래 단풍씨는 한겨울 내
밀화부리 떼를 기다려 홀로 다비식을 했던 거야
구원의 저승새를 기다려 한 톨 한 톨 목숨을 내놓은 거야
보라 훌훌
죽음의 날개를 묻고 천사의 돌로 오르는 저 단풍씨를
닫힌 아궁이마다 비탈진 운동장마다
불씨를 뿌리며 새 눈을 골고루 피울 것이다
애기단풍으로 일어나 바람의 만국기를 날릴 것이다
첫댓글 이 산 저 산에 단풍나무들이 저절로
자생할까 했는데
고녀석의 부지럼 때문이었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