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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도서를 통해 살펴 본
핵과 방사능의 희생자들...그리고 미래
탈핵 도서를 읽다가 문득 ‘핵과 방사능으로 희생되는 생명’에 대한 장면들을 모아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탈핵 도서도 이야기 하려고 했지만, 인상적인 장면을 찾다보니 결과적으로 책이 다양하게 소개되지 못해 조금 아쉽기는 하다. 열 한 개 장면을 곰곰 생각해 보고, 끝 부분에 전망 장면도 넣어 보았다. 각 장면들끼리 특별한 긴밀한 연결성은 없지만, 핵 발전 시스템에서 근로자의 희생, 핵 발전소 사고로 인한 주민의 희생, 대도시 에너지 과소비에 따른 자연과 지방민들의 희생, 전력 시스템에 따른 국민의 희생, 선진국에 대한 후진국 국민의 희생, 원폭피해자들의 대를 잇는 아픔과 국가의 방치, 보이지 않는 방사능 정보에 대한 민초들의 절망, 그리고 이런 절망스런 장면 속에서 무엇이 근본적인 문제이며 미래를 어떻게 전망해야 하는지 나름대로 몇 권의 책을 통하여 생각해 보았다.
# 장면 1
원자로 안에서 일하는 것은 인간밖에 할 수 없습니다. 인간이 여기서 일하기 때문에 전기가 생산되는 것입니다. 연료봉에 고농도 방사능이 충만한 상태에서 작업을 합니다. 그러므로 이 안에 들어가서 일을 하는 한 방사능 피폭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내부는 습도가 60~70%정도입니다. 모든 장비를 갖춘 모습으로 일을 하면 숨을 거의 쉴 수 없습니다. 그래서 너무 답답해 벗어버립니다. 당시 100밀리 램 한도의 선량계를 차도 들어가는데, 거기서 '삐- ㅡ' 소리가 나면 거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일을 못하므로 선량계를 어떤 연장자에게 가지고 있으라고 맡겨 둡니다. 그러면 소리가 딱 멈춥니다. 그렇게 해서 그 핵발전소 내 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피폭노동의 원인이었습니다.
한 사람 일당이 10만 엔입니다. 지금도 10만 엔을 아주 큰 돈입니다. 하지만 정작 노동자 손에 들어오는 돈은 고작 1만 엔에서 8천 엔 정도입니다. 중간에 관리자들이 이렇게 저렇게 삥땅으로 가로채기 때문입니다. 이게 일본의 다중노동 구조라는 핵발전소에 붙어 따라 다니는 하청구조입니다.
-2013년 시모니세키 간담회에서 전 핵발전소 노동자 우메다 료스케씨,
굿바이 원전 (일본 탈핵운동가 방한 탈핵강연회 자료집), 예수회 인권연대 연구센터-
# 장면 2
ㄱ씨는 87년 3월 88년 3,4월, 88년 8월에 핵발전소에서 일했다. 그의 부인이 첫 번째 무뇌아를 임신한 것은 87년 3월인데 ㄱ씨가 방사선 관리구역에서 작업을 했던 때이다. 두 차례에 걸쳐 무뇌아를 유산했던 김씨. 우리나라 최초의 무뇌아 사건이다.
ㅁ씨는 Y원자력발전소가 건설되던 당시에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장사를 하며 살았다. 그러다가 87년 Y 핵발전소 1,2호기가 가동되면서 장사할 대상이 없어지자, 1시간에 돈 10만원을 준다는 한전보수 (주)방사능 관리부의 잡역부로 고용돼, 87년 7월 초부터 12월까지 또 88년 2월부터 11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6개월 동안 Y 핵발전소 1차 계통의 격납용기 등에서 정기보수작업을 해 왔다. 이미 3녀 1남을 두었던 ㅁ씨는 1989년 7월 딸을 낳았다. 그런데 태어난 아이는 기형아였다. ㅇ이는 첫돌도 지나지 않았는데 머리 둘레가 보통 성인보다 10cm나 더 큰 72cm였고, 머리는 조금만 눌러도 고무풍선처럼 쑥 들어가는 물렁머리였다. 눈동자는 아래로 고정되어 있는데 시력은 없었다. 몸무게 또한 보통 아이의 배는 됐다. 물론 위의 형제들은 모두 정상이었다. ㅁ씨는 “돈 몇 푼 더 벌겠다고 내가 눈이 멀어 내가 자슥을 저 꼴로 만들었구만, 내가 죽일 놈이라”고 자학하다가 집을 나가 버렸다.
- 환경운동, 1993년 9월호, 환경운동연합 -
# 장면 3
2011년 6월 11일, 후쿠시마 소마시의 한 낙농가(54)가 퇴비창고에서 자살했다.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 때문에 우유 원유의 출하가 중지되고, 애써 짠 우유를 버려야 하는 나날이 계속됐다. 물론 수입도 끊어졌다. 남자가 자살한 창고 벽에는 분필로 쓴 유언이 남아 있었다. “원전만 없었다면... ” 그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농장에서 젖소 40마리를 사육하고 있었는데, 선대로부터 땅에 내린 ‘뿌리’가 뽑힌 것이다.
서경식,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재일 조선인”, 세계 핵 피해자 증언 자료집, 2012 합천비핵 평화대회 조직위-
# 장면 4
서울의 에너지 자급률은? 핵발전소나 화력발전소가 있는 지방은 발전소 주변 지역에 오염물질을 쏟아냅니다. 부산 190%, 영남 127%, 호남 136%, 충청 166%, 수도권 78%, 서울은 에너지 지급률이 3%입니다. 지역의 희생으로 주요 도시는 전기를 펑펑 쓰면서 과소비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만약 핵 사고가 나면 방사능으로 인한 피해와 희생은 지역에서 더 심각하게 발생할 것입니다. 영광 핵발전소 반경 30km 이내 지역에 14만 명, 울진 주변은 6만 명, 고리 주변은 320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사고가 나면 많은 사람이 새 땅을 찾아 이주해야 하고 우리나라 산업시설은 무용지물이 됩니다.
-행복한 전기 사용을 위한 길라잡이,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 장면 5
지금도.... 말이 잘 안나온다. 분신하시기 전 날, 하청업체가 낑패 50명을 새벽에 풀었다. 이치우 할아버지는 이놈들 못 들어오게 하려고 논에다가 물을 풀었고, 근데 아이쿠나 할매 할배들이 완전히 논둑에 패대기쳐지고 얼음장 흙탕물에 완전 뒤범벅되고, 얼마나 끔찍해. 경찰은 가만히 지켜보고 있고, 이치우 어르신이 분해서 너무 분해서 분신하신기라.
나는 전기 안 써도 산다. 우리는 이 땅하고 나무하고 태양만 있으면 산다. 그렇다고 다 같이 전기를 쓰지 말자는 게 아이다. 다만, 사람은 누구나 꼭 지켜야 할 한 가지는 있는 거라. 우리야 인자 나이가 들어서 언제 죽어도 미련없다. 떳떳이 싸우다 가면 그만이다. 근데 산천초목을 이래 파헤치면 미래가 있겠나? 나 살자고 남 죽이는 게 너무나 당연한 세상이 미래가 있겠나? 우리가 남겨줄게 달리 뭐가 있겠노. 이 땅이다. 미래다.
-이금자 할머니 인터뷰,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나눔문화-
# 장면 6
핵발전소는 일상적인 운영 그 자체만으로도 방사능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는 10년이 훨씬 넘는 연구 기간에 120억이 넘는 연구비를 들여서 조사를 하였습니다. 연구 결과 핵발전소 주변주민들은 위암과 간암이 각각 30%와 40% 여성은 유방암이 50%, 갑상선 암이 150% 더 많이 발생하였습니다. 이것은 여성 5명의 갑상선 환자 중 3명은 핵발전소 때문에 발생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결과입니다.
-김익중, “핵발전소 없이 살기가 가능할까?” 세계 핵 피해자 증언 자료집, 2012 합천비핵 평화대회 조직위-
# 장면 7
우리나라 원폭피해자 2세를 대상으로 한 우편설문조사 분석결과(1226명) 원폭피해자 2세 남성들이 자가 보고한 질병의 경우, 같은 연령대에 비해 빈혈 약 90배, 심근경색·협심증 80배, 우울증 70배, 천식 30배, 정신분열증 20배, 갑상선 질환, 위·십이지장 궤양 10배, 대장암 8배, 뇌졸증 6배, 고혈압 5배, 당뇨병 3배가 많았다. 원폭 피해자 여성들의 경우는, 심근경색·협심증이 약 90배, 우울증 70배, 유방양성종양 60배, 천식, 빈혈, 정신분열증, 위·십이지장 궤양 20배, 간암, 백혈병, 갑상선 질환 10배, 위암 6배, 뇌졸중 4배, 고혈압 4배 많았다.
원폭피해자 2세 중에는 현재의 의학수준으로 인과관계를 쉽게 설명하기 힘들면서 그 위중도 측면에서는 매우 심각한 질병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으나, 정부가 선입증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서 당사자들이 겪는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고통이 심각한 수준이다.
-주영수, “원폭피해자 건강실태와 지원 대책에 관하여”, 세계 핵 피해자 증언 자료집, 2012 합천비핵 평화대회 조직위-
# 장면 8
저는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서 국가의 역할과 문제점을 통감했습니다. 첫 번째는 국가가 국민을 속인다는 것입니다. 사고가 난 후에도 다양한 형태로 국가는 국민을 기만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국가가 국민을 내버린다는 점입니다. 원전은 안전하다고 하면서 체르노빌을 기준으로 볼 때 지극히 위험한 지역인 후쿠시마 일대의 수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위험에 노출시켜 온 것은 국가가 국민을 내버리는 구체적인 형태입니다. 저는 원전시스템을 ‘희생의 시스템’이라고 표현하는데, 타인의 생활이나 생명, 존엄 등을 희생한 위에서만 국가 권력이나 자본이 이익을 내고 유지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국가가 국민을 속이고 내 버리고 국민 이외의 존재를 무시하는 문제점은 각 나라의 원전 추진 세력들이 가지는 공통점입니다. 나아가 원전뿐만 아니라 핵무기를 포함해 핵을 둘러싼 정치, 경제, 군사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본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다카하시 데쓰야, 한홍구외 2인, 후쿠시마 이후의 삶, 반비-
# 장면 9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로 죽음의 재인 방사능 물질이 사방으로 퍼졌는데, 많은 피해를 입은 나라 중 하나가 폴란드예요. 정부에서 그 지역에 사는 사라들에게 그 지역 농산물은 먹지 말라고 했습니다. 임신한 여성들이 애를 가졌는데 이제 어떻게 되느냐고 정부에 물었답니다. 당국에서 말하길 기형아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하자, 그때부터 폴란드 사람들이 낙태를 하기 시작합니다. 폴란드 산부인과 의사들은 대략 20만 명의 귀중한 미래 세대의 생명이 원하지 않는 죽음을 맞이했다고 전합니다.
체르노빌 사고가 난 다음 1,000킬로미터나 떨어진 독일에 가니 독일 바이에른 지역의 우유가 방사능에 오염된 것으로 밝혀지자, 독일 사람들이 ‘멘붕’에 빠져 아무도 우유를 사 먹지 않습니다. 우유가 남아돕니다. 강에 버리려고 하자 환경단체가 반대합니다. 이번에는 탈지분유로 만들어서 땅에 묻으려고 하자 이번에는 토양이 오염된다고 반대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환경 단체에서 탈지분유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확인해 보니, 당시 만들어진 탈지분유 대부분이 우리나라로 들어옵니다. 한국의 업자들이 그걸 받아다가 유제품을 만들어서 팔아요. 당시 우리나라는 분유는 물론 모든 수입 식품에 대해 방사능 규제 기준치조차 없던 상황이에요. 독일에서는 오염시킨다고 버리지도 못하게 한 우유를 우리는 돈 내고 사 먹은 겁니다.
- 최열,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핵발전소와 핵무기”, 10대와 통하는 탈핵이야기 1강, 철수와 영희 -
# 장면 10
우리는 방사선이 별로 안 무서웠어. 본 적이 없을 땐 뭔지도 몰랐고, 또 무서워했을 수도 있지만, 한 번 보고 나니 그리 겁나지 않았지. 경찰과 군인이 표지판을 세워놨어.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직접 키운 감자랑 덩이뿌리를 먹고 살았는데 갑자기 안 된다고 하는 거야! 양파도, 당근도 먹지 말라네, 누구는 이게 웬 날벼락이냐고 하고, 누구는 웃기다고 하고…. 밭일을 할 때 손에 붕대를 감고 고무장갑을 끼고 일하라고 하더라. 난로에서 나는 재도 땅에 묻으라고 했어. 어이가 없지. 게다가 잘난 과학자 선생이 하나 와서는 땔감도 씻어야 한다고 연설했어. 이럴 수가~ 정말 그렇게 말했어! 이불, 요, 커튼도 다 빨라는 지시가 내렸지. 그렇다면 집안에도 들어왔다는 거야? 옷장에도, 가방 속에도? 이럴 수가! 숲에도, 들에도 있다고 했어. 다 죽을 거라는 둥, 떠나라는 둥, 대피하라는 둥....그런 말을 끝도 없이 들었어. 다들 놀랐어. 두려움으로 가득했어. 얼마나 슬펐는지! 왜 이런 저주가 내렸을까?(운다)
딸과 아내를 병원에 보냈다. 두 사람 다 온몸에 까만 점이 올라왔다. 발바닥만 한 점이 생겼다가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아프지는 않다고 했다. 검사를 했다. 내가 물었다. “결과가 어떻습니까?” “모르셔도 됩니다.” “그럼 누가 알아야 합니까?”
딸은 여섯 살이었다. 사고 날이 생일날이었다. 딸을 재우는데 내 귀에다 속삭였다. “아빠 나 살고 싶어요. 나 아직 어리잖아요.” 나는 딸이 아무 것도 모르는 줄 알았다. 내 딸은 체르노빌 때문에 죽었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가 침묵하기를 원한다.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이 안됐다고, 정보가 충분히 수집되지 않았다고 한다. 내 딸의 이름은 카탸였다. 카튜센카……. 일곱 살에 사망했다.
-니콜아리 포미치 칼루긴 아버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체르노빌의 목소리, 새잎-
# 장면11
20세기 말부터 전력수요는 감소하고 있다. 비록 전력회사나 경제부처의 주장이 맞는다 하더라도 생산 활동에 어느 정도 지장이 발생하거나 생활이 조금 불편해 지더라도 원자력발전소는 반드시 중지해야 한다, 사고가 초래하는 피해가 너무도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언젠가 우라늄 자원도 고갈될 것이다. 그러나 그 사이에 지구의 대기와 해양 그리고 대지를 방사성 물질로 오염시키고 수세대 수십 세대 후의 인류에게 수만 년씩이나 독성을 잃지 않는 대량의 폐기물과 사람이 근접할 수 없는 다수의 폐기된 원자로, 나아가 반경 수 킬로미터에 걸쳐 인간의 발길을 거부하는 토양 등을 남길 권리가 우리에게는 없다. 그러한 것을 후세에 떠넘기는 것은 단적으로 자손에 대한 범죄이다.
-야먀모토 요시타카, 후쿠시마, 일본 핵발전의 진실, 동아시아-
# 전망 #
지구 환경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인간에게 문제가 있다. 이것은 ‘공생의 문제’이다. 세 가지 공생에 대해 말하면, 첫째는 지상에 있는 모든 생명의 공생인데, “에콜로지적” 공생이다. 둘째는, 동시대적인 다른 지역 간의 사회, 문화, 종족·인종간이 공생, 말하자면 사람들의 공생이다. 셋째는 과거와 미래 세대들과 나누는 공생이다.
주요한 것은 미래세대와의 공생 이다. 어떻게 미래 세대와 공생할 것인가? 앞으로 이어지는 세대에게 허용될 수 없는 불공평을 주게 되리라고 생각하는 이른바 다분히 고통에 찬 공통된 인식이 있다. 그 불공평성에는 세 가지 문제가 있다.
(1) 유한한 천연자원의 일방적 소비에 따르는 자원고갈의 문제
(2) 현 세대가 배출하는 유해폐기물을 그냥 그대로 차세대에게 떠넘기는 문제
(3) 회복 불가능한 환경 파괴를 남겨두는 것의 문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미래’이다. 인간의 행위가 인간 자신의 미래를 빼앗고 있는 게 명백하다. 그렇다면 미래를 되찾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 세대의 책임이다. 그렇게 하려면 눈앞에 닥친 문제를 허둥지둥 대처하기 보다는 어느 정도 긴 안목으로 미래 세대와 지구의 모습을 예측하고 거기서부터 거꾸로 현재 우리 삶을 바라보는 방법이 효과적이지 않을까. 그렇게 함으로써 바람직한 미래를 위해서 우리의 미래를 구상하는 것도 가능해 진다고 생각한다.
-다카기 진자부로, 지금 자연을 어떻게 볼 것인가, 녹색 평론사-
첫댓글 음- 메일 보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냥 제목만 써서 링크처리 하겠습니다.
선샹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위험알리기에 수고가 덜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