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유 정란
아들아!
엄마 준비가 덜 된 나에게 찾아와 소담한 꽃으로 안긴 너였어.
엄마는 잘 생기고 우람한 아기를 소망했었지.
분유 광고 모델 아기사진을 벽에다 붙이고 뚫어져라 쳐다보며
열 달 내내 누워 지내다 시피 했단다. 그래야 아기가 별 탈 없이
잘 자라는 줄 알았어. 무지한 엄마의 태교는 거구의 아기를 만들어서 사연
많은 출산 후일담을 만들었지만 넌 엄마의 기대를 져 버리지 않았어. 넌 정
말 예쁜 아기였거든. 난 고슴도치 엄마였으니까.
체육학과에 진학에 스포츠에 관련된 공부를 하겠다던 네 의견을 엄마는
묵살했지. 세상기준의 잣대로 생각하고 견론 내린 엄마는 절대불가를
선언했어. 체육교사 라면 모를까 체육학과 졸업해서 이 사회에 내밀 네 졸업
장이 과연 어떤 힘을 발휘 하겠느냐, 이 땅에서 네가 설 자리가 있겠느냐며
널 설득시켰다.
부모 뜻을 이기지 못하고 모 대학에 하향지원한 너는 자 포 자기한
아이처럼 행동해 엄마를 아프게 했다. 컴퓨터 앞에서 밤을 지 세 우는 일이
여러 날 반복되고 엄마 가슴에 비수가 될 말로 대꾸하는 횟수가 잦아졌으니
말이다.
그런 너를 보며 속이 많이 상했지만 곧 엄마의 마음을 이해 할 것이라고
믿었다.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키워왔지만 대학 진로만큼은 결코 물러
설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네 인생과 미래가 달린 중대한 일이였으니
말이다.
캠퍼스 생활은 그런 대로 순탄 한 듯 보였다. 주말마다 집에 오는 너를
보며 기뻤다. 그러나 몹시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적성에 맞지 않는 학과 선택이 자신과
학교의 단절을 부채질했고 그 결과 주말이면 도망치듯 학교를 빠
져 나왔노라고 나중에 속내를 털어놓았지.
청천벽력과도 같은 자원입대 소식은 우리가족을 슬프게 했다.
일 학년 만이라도 마치고 입대하라는 엄마의 간곡한 부탁을 넌
들은 척도안했다. 어차피 가야할 군대라면 하루라도 일찍 다녀오는 편이 낫다며 입대를 미룰 이유가
없다고 했다. 대학 진학 할 때 둘이 갈등하며 엄마가 너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입대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보름간의 짧은 기간은 채 이별 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2008년 6월30일 유난히도 빨리 찾아왔던 무더위는 너의 입대 날을 깃 점으로
기승을 부리며 엄마를 힘들게 했다.
남들 다 가는 배웅도 극구 마다하고 친구 몇 명과 논산 훈련소로 떠나던 너는
애써 씩씩한 모습을 보이려했다.
파르라니 깍은 너의 뒷머리가 흐려지는 시야 때문에 여러 개로 겹쳐지고
이내 한 점이 된 너는 더 이상 내 눈에 보이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났을까. 강한 국군 로고가 선명히 박힌 소포하나가 왔다.
갈 때 입었던 검은색 셔츠와 바지 그리고 운동화와 모자는 너 의 체취만 가득 담고 엄마에게 왔다.
손자 소식 들을 수 있을까 기대하고 오셨던 할머니도 옷 보따리를 한참이나 쓰다듬고 또 쓰다듬으
셨다.
아빠는 창문너머 먼 산을 바라보고 엄마는 애꿎은 냉장고를 마주하고 할머니는 응접실 의자에서
눈물로 너를 그리워했다.
더디 갈 것 같았던 3년의 시간이 무사히 지나갔지.
선택 사항 6개월 단기 하사를 포함한 의무 군복무 22개월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와 편입을 하고 취업을 했지.
26년, 벌써 세월은 이만큼 흘렀고 엄마 얼굴에 늘어난 주름만큼이나
성가시고 잡다한 일들이 우리 모자 사이에서 간혹 파열음을 냈지.
일상에서의 마찰, 서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 일어난 일일거야.
가족이라서 편하다는 이유로 서로에게 상처주고 실망하는 일이 많았었지.
그럴 때 마다 돌아서서 눈물 훔치곤 했지만 너도 엄마만큼이나 우울 했을 거야.
아들아!
우리 천천히 느리게 걷자.
우리 앞에 펼쳐진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데 무엇이 그리 바쁘고 조급하겠니.
바쁘다는 이유로 아들 생일도 잊어 먹은 정신없는 엄마를 용서하렴.
생일 잊어 먹었다고 너를 향한 엄마의 사랑까지 퇴색 한건 아니니까.
첫댓글 구구절절 아들향한 엄마의 마음을 잘도 써놓으셧네여 까먹고 아들한테 스맛폰으로미역국 사진보내고 잘먹으라고 너스레 떨엇던 과거가 생각나네요 기억 못하냐고 핀잔주는 아줌마라우
아들
그러고도 엄마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건 아닌지
멀어지다니요 당치 않습니다.엄마와 아들이 어디 보통 사이인가요.기자님의 밝고 당찬 너스레 눈에 훤히 보일듯합니다.^^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
정성과 무한 극점의 걱정을 담아갑니다. 속깊고 철 든 든든한 아들의 늠름한 모습에 미래지향적인 어머니의 삶 역시 단편이아니라 장편으로 읽었습니다.
아들에 대한 기자님의 심리적 묘사가 이렇게 와 닿은 가을 날 행복한 글쓰기를 모처럼 시도 해 봤습니다. 자랑스런 아드님을 위하여 그윽한 차 향기 음미하면서 어머니의 삶을 살아가게 해 준 시간들을 감사와 행복 가득한 바구니 모정을 옮겨 담습니다.
기자님의 댓글도 한편의 수필입니다.격려 감사합니다.더욱 분발하겠습니다.^^
군생활하는 아들이 있어
아들에 대한 사랑이 더 느끼고 있답니다.
사랑하는 부모 마음을 아들은 얼마나 알까요~~^^
부모 마음 다는 몰라도 부모 자식간의 애틋한 정은 늘 서로를 확인 하게하지요.군에 있을때는 더욱 더 말입니다 흔적 감사합니다.^^
가슴아린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글 잘 읽고 갑니다. 우린 늘 고슴도치 엄마 였지요.
감사합니다. 저도 고슴도치 원조랍니다.환절기 건강 유의하시구요.^^
모두들 고슴도치가 맞네요~~^^
부모의 마음을 대변하셨네요
우리나라에서 가야금을 제일 잘 하시는 분이 누군줄 아세요?
황병기 명장인데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신분이래요
부모님 뜻에 못이겨 법대를 갔지만 하고싶은걸 못하는것 때문에
불편하고 재미없는 시간만 죽였던 그가 신나고 즐겁게 본인의
길을 찾아 명장이 되었다하는 전설같은 전설이 있습니다
새롭게 펼쳐지는 아들위에 등대같은 부모님의 기도가
큰 힘이 될거라 생각하네요 날마다 좋은 일만요^^
참 따듯한 말씀입니다.
고로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야 행복 한가 봅니다.
자신이 희망하는 체육계와는 정반대의 일을 하는 아이는 휴일만 되면
걸음아 나좀 살려라 하고 배구대회에 나갑니다.
그래 봐야 생활체육 동호회 성격의 대회지만 자신이
주최가 되어 선수들을 끌어 모으고 가기만 하면 상을 휩쓸어 옵니다
파이팅을 어찌나 열심히 외쳐대는지 목에선 늘 쇳소리가 납니다.
엄마된 입장으로 걱정도 되지만 본인이 행복하다는데
어쩌겠습니까ㅎㅎ...감사합니다^^
고2 아들을 두고 있는 엄마의 마음이라 그런지 가슴이 아려오네요~
첫 아들이라 시행착오를 많이 하면서 키우고 있거든요
하나씩 놓고 사는것 같다가도 한번씩 기대를 하면서 부딪치고 상처입히고 그러기를 반복하면서~
내일 돌아오는 아들의 눈을 바라보면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봐야겠어요~^
저희집도 늘 티격태격입니다.
고분 고분하게 늘 부모가 하라는 데로 따라주면 좋으련만
내인생은 나의것 독립체제 운운하며 대꾸할땐 콱 패주고
싶다가도 네가 언제 이렇게 컸던가 싶으면 솔직히 오진 마음도 듭니다.ㅎㅎ
내가 낳은 아이라도 함부로 할수 없음을, 아니 해서는 안 되는것을 ,,
기자님 말씀처럼 하나씩
내려 두기 연습을 해야 할것 같습니다.^^
황금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나도 곧 군대갈 아이가 있는데 어떻게 보내야 될지 벌써부터 가슴이 아려옵니다. 그처럼 조금하지 않게 천천히 그렇게 살다보면 순리대로 가겠지요?
엄마인 우리가 생각 하는것보다 아이들은 훨씬 더 자립심이 강하고
책임감이 있는것 같습니다.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부모 생각하는 마음도
들어 있고 말입니다.ㅎㅎ 너무 걱정마세요.누구 아들인데요 잘 마치고 돌아올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