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에 장미꽃을 만나러 갔으나 장미는 아직 일렀다. 실망한 발길을 돌리는데, 화장을 막 끝낸 듯한 여인이 수줍음 가득 내 옷소매를 당겼다. 청초한 자태의 여인, 작약꽃이었다. 모란꽃과 함께 꽃 중의 꽃으로 불린다.
예사롭지 않은 자태에서 그윽한 향기가 인다.
매혹적인 향기를 쉼없이 건네는 꽃망울과 가만히 눈 맞춤을 한다.
그러자 꽃망울은 내 마음을 아는 지, 속삭이 듯 "힘 내 한다.....," 따뜻한 위로의 한 마디가 내 마음을 뽑는다.
자신의 향기를 오롯이 건네며 위로하는 그 꽃망울이 어찌 사랑스럽지 않으리.
매혹적인 자태의 향기에 이끌려 더 가까이 다가가자, 움츠리듯 수줍은 숨결의 꽃망울은 불그스레한 부끄러움을 머금는다.
이렇게 아름답고 고혹적인 여인이라면 한 생을 걸고 사랑을 고백해도 좋으리.
저 꽃밭에서 붉은 꽃 피던, 연지 꽃 피던 그 사랑, 천길 벼랑에 떨어져도 다시 꽃잎으로 피어나던 옛 사랑 그 어디메뇨.
뒤돌아보니, 그 꽃잎 같던 세월은 간데 없고, 두고 온 그리움만 산을 적시나니.
낯 선 두 여인이 꽃을 담는 렌즈 속으로 들어왔다. 여인의 향기도 함께 실려오는 듯했다. 렌즈의 세상 속으로 들어 온 한 여인은 청순함이 돋보였고, 머리를 맞댄 다른 한 여인은 화각의 관념적 분위가 좋았다.
꽃밭에서
옛 사랑 허전히
긴 이별의 길을 밟고 꽃을 피웠다.
너의 손 잡고
꽃밭을 거닐 던
사랑의 그림자 깊게 패인 자리
질박한 사랑 꽃잎으로 피어난다.
붉은 꽃 피던
연지 꽃 피던
그 사랑
천길 벼랑에 떨어져도
다시 꽃잎으로 피어나던
옛 사랑
오늘처럼 꽃밭에 바람 일면
산을 적시는 그리움과
산을 적시는 외로움이
네 삶의 노래처럼 서 있나니.
<꽃밭에서. 전문>
서울대공원 장미원에서. 2021. 05월, 석등.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