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는 산을 무척 잘 탓다. 그는 어려서 부터 산을 다녔고 나는 그에게 산을 처음 배웠다. 오랜시간 따로 산을 다니던 우리는 관악산을 기점으로 한달에 한번씩 같이 등산을 했다. 먼 산을 다닐땐 좋은사람들, 반더룽산악회, 산수산악회 등 등산악회 버스를 이용했다. 나는 산악회버스를 타고 산에 간적이 없었다. 그러나 친구는 오래전부터 혼자서 산악회버스를 이용해 등산을 다닌것 같았다. 나는 그의 리드하에 그가 정한 계획대로 산행을 했다. 산악회버스는 사당역이나 양재역에서 출발했다. 보통 아침 7시정도에 양재역에서 출발 산에 도착하면 11시정도 되었다. 100대 명산을 정해놓고 다닌건 아니지만 다니다보니 100대 명산을 두루 다니게 되었다. 가장 멀게 간 산은 사량도에 있는 지리망산 이었다. 지리망산을 가기 위해선 그 전날 밤 11시에 출발하는 버스를타고 통영에서 하차 후 사량도로 들어가야 했다. 통영에 도착하니 새벽4시쯤이었다. 첫 배가 6시경 출발한다고해서 대합실 앞에서 컵라면을 끓여 먹었다. 사량도엔 7시쯤 도착했다. 지리망산은 섬에 있는 산이어선지 빼쪽빼쪽한 바위능선이 계숙 이어졌다. 정상에 오르니 봉우리와 봉우리를 연결하는 흔들다리도 있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남해 바다는 너무 아름다웠다. 한려수도라 일컬어지는 해양 공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섬들이 점점히 떠 있었다. 지리망산은 정상에서 보면 지리산이 보인다고 해서 붙혀진 이름이다. 산을 내려와 조그만 음식점에서 매운탕을 먹었다. 소주 한잔과 매운탕으로 힘들었던 산행의 피로를 풀었다. 생각보다 바위가 많고 힘이 들었다. 서울에 도착하니 저녁9시 쯤 되었다. 전남 고흥에 있는 팔영산도 갔었다. 나는 우리나라가 산이 70%인 지형을 가졌다고 했지만 실감하진 못했다. 그러나 전라도 땅끝에도 바다를 끼고 높다란 산이 있어 감짝 놀랐다. 팔영산에 오르면 다도해상 국립공원을 조망 할 수있다. 팔영산도 바위산으로 바위들이 풍화 작용으로 기암괴석이 많이 있어 멋이 있다. 바다 바람을 맞으며 바위산을 기어 오르는 재미도 쏠쏠했다. 물론 드넓은 바다와 바다에 떠있는 섬들의 풍광도 아름다웠다. 속리산에도 올랐다. 속리산은 야유회 때 서너번 가봤던 산이다. 법주사에서 문장대를 오르는 코스를 서너번 올랐다. 그러나 등산버스를 타고 오른 코스는 천왕봉, 비로봉, 문수봉, 문장대를 거치는 종주코스였다. 속리산이 왜 속리산인지 알게 되었다.속세와 떨어져 있는 느낌을 받았다. 웅장한 바위들이 산 곳곳에 자리잡고 산에서 내려가지 말고 이곳에 있으라고 나를 잡는 듯 했다. 월악산은 두번을 갔다. 첫번째 올랐을 때 안개가 많이 끼어 영봉을 볼 수 없었다. 월악산 영봉에 올라 주변 경치를 보지 못한것이 너무 아쉬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영봉을 올랐다. 두번째는 시야가 깨끗해서 주변 풍경을 잘 볼 수 있었다. 첩첩이 산중이었고 충주호가 내려다 보였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이 둥실 떠있었다. 하산길은 단풍이 나무에 붉게 물들었다. 한라산도 두번 다녀왔다. 첫변째는 백록담을 오르고 두번째는 영실을 올랐다. 백록담은 진달래산장을 거쳐 관음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잡았다. 처음 백록담을 오를때는 2박3일로 계획을 잡았다. 하루는 한라산 다음날은 마라도를 여행하는 일정을 잡았다. 백록담을 오를 땐 어렵지 않았다. 진달래 산장을 통과해야 하는 시간이 지정되어 있었다 백록담 정상 부근은 긴 테크가 깔려있었다. 비가 오지 않아서인지 백록담안엔 물이 차있지 않고 말라있었다. 관음사로 하산하는 길이 더 길어서 힘이 들었다. 그 다음날은 마라도를 찾았다. 모슬포에서 배를 타고 들어갔다. 마라도를 전부 돌아보는데 1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등대가 있어 사진도 찍었다. 유명한 짜장면도 먹었다. 그 다음해에 한라산 영실 코스를 올랐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인지 백록담 오르는것보다 힘이 들었다. 이곳에선 백록담을 오를 수 없고 백록담 아래 절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K와 나 둘이 줄곧 산을 다니다 또다른 친구 U도 산행에 참여하게 되었다. 코로나 시절에도 셋이서 계속 산을 다녔다. 봄에 예봉산을 갔다가 생각지도 않은 철쭉이 활짝 피어 꽃향기에 취했다. 여름엔 아침가리골로 계곡산행을 두번 갔다. 계곡을 따라 물속을 걸으면 더위를 느낄수 없었다. 넓은 웅덩이가 나오면 쉬면서 물놀이도 했다. 가을엔 억새가 유명한 민둥산에 올라 바람에 흔들리는 하얀 억새를 바라보았다. 겨울엔 태백산에 올라 눈덮힌 주목을 감상했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산을 오르며 인생의 희노애락을 같이 즐기고 느꼈다. 생활하면서 힘이 들었던 일을 산과 친구들에게 얘기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인생길을 같이 걸어갈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행복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우리는 한달에 한번씩 전국 산을 타고 다녔다. 그런데 지금 그 친구가 내 곁에 없다. 나는 또다시 혼자가 되어 산을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