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옛날 어느 산골에 마음씨 고운 어머니가 살고 있었다.
이 어머니는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딸 둘은 먼저 시집을 보내고, 막내인 외아들 하나와 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늙은 어머니를 부양하느라 가난한 산골에 사는 이 총각에게 시집을 오겠다는 처녀가 없어 전전긍긍하던 어머니는 아들을 장가보내기 위해 근처에 있는 큰 마을에 몇 번이나 매파를 보내보았다. 그렇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는 동안 늙은 어머니의 시름은 깊어만 갔다.그러던 어느 봄날, 밭에서 일하던 늙은 어머니의 눈에 보퉁이를 든 처녀가 나타났다.이 처녀는 산 너머에서 홀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었는데 역시 시집을 가지 못하고 있던 중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내가 죽으면 산 너머 외딴집을 찾아가보거라”는 유언을 남기고 돌아가셨다고 했다. 이 효성 깊은 처녀 또한 늙은 아비를 모시다 혼사를 치르지 못했던 것이다.
이렇게 짝 지워진 아들과 며느리를 볼 때마다 어머니의 마음은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 아들과 며느리의 효성도 지극했다.
그러던 이듬해 초봄, 이 귀엽고 착한 며느리의 등에 아주 고약한 등창이 생겼다. 며느리는 너무 아픈 등창 때문에 여간 고생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가까운 곳에 의원도 없고 마땅한 치료를 해줄 수가 없어 애태우던 이 어머니는 며느리의 종창을 치료할 약재를 찾아 막연하게 산 속을 헤매게 되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어머니에게 우연히 양지 바른 산등성이에서 별처럼 예쁘게 생긴 작은 꽃이 눈에 띄었다. 아직 꽃이 피기에는 이른 계절인데 예쁜 꽃이 피어 있는 것이 신기하여 살펴보고 있는데, 그 작은 꽃 속에서 며느리의 등창난 상처가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어머니는 이상하게 생각하고 그 뿌리를 깨다가 으깨어 며느리의 등창에 붙여주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고름이 흐르고 짓물러 며느리를 괴롭히던 고약한 등창이 며칠 만에 감쪽같이 치료가 된 것이다. 며느리는 물론 시어미니의 마음도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이때부터 이 작고 예쁜 꽃 이름을 산자고(山慈姑)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며느리를 사랑하고 귀히 여긴 시어머니의 전실이 깃든 꽃... 산자고...
***등창이라는 병은 아주 무서운 병이었습니다. 종기가 악성이 되어 생명을 앗아간 경우가 많았는데요, 조선시대 왕들만 보면 이 병으로 가장 많이 죽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외과술을 했던 마의 백광현에 의해서 치유되기 시작했던 악성 종기 즉 등창. 조선시대 이전 사람들에게는 아마도 현재의 암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을 겁니다.봄처녀라는 꽃말과 함께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애틋한 전설을 담은 사연으로 인해 ‘자애로운 시어머니’라는 꽃말도 가지고 있다.나비 같은 며느리와 별님 같은 시어머니가 만나, 아름답고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우리 산하의 단 한 종의 토종식물이다.우리 고유의 이름은 까치무릇 또는 소귀나물이라고 한다.산에서 잔다고 산자고라고 하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山慈姑(산자고) 한자를 풀이하면 ‘산에 사는 자애로운 시어머니’라는 뜻이 된다.산자고의 학명은 Tulipa edulis이다. 종소명 edulis는 ‘먹을 수 있는’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실제로 비늘줄기는 장아찌나 샐러드의 재료로 이용해 왔고, 둥근 뿌리는 녹말이 많아 굽거나 익혀서 식용으로 쓴다.예전부터 민간에서는 비늘줄기는 종기나 종양을 치료하거나뱀에 물리는 등의 독충의 독을 제거하는 약재로 쓰기로 했으며,비늘줄기를 말려 자양강장제로 쓰기도 했다.실제로 한의학에서는 종기 부스럼 임파선염 등을 치료하며, 약재를 갈아서 식초와 함께 얼굴에 붙이면 기미를 제거하는 데 좋다고 한다.
첫댓글 사진이 빠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