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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유희열의 팬덤(fandom)
-뮤지션 유희열과 그의 팬들, 라디오, 인터넷을 중심으로.
네이버 오픈백과사전을 단독 집필하라는 정말 어마어마한(?) 과제를 받아들고, 나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나의 ‘쓸 거리’를 찾아 헤맸다. 나는, 그야말로 ‘고도정보화사회’(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이 정보의 활용과 유통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회-네이버 사전)의 현실 속에 살고 있는 한 사람이며,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지식과 정보들 속에 묻혀 살고 있는 그저 평범한 보통 사람이다. 인터넷을 달고 살기는 하지만, 능동적인 자세를 가지고 인터넷 문화에 참여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끼리, 그리 전문적이지 않아도 되는 생각들을 나누며 ‘친목을 도모’(?)하는 게 내 활동의 전부였으니 말이다. 초등학생보다도 못한 대학생이라 생각하는 분들도 더러 있겠다 싶긴 하지만, 너무나 급속하게 만들어진 인터넷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랄까. 때문에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그것이 친목도모의 목적과는 동떨어진 전문지식에 대한 것이라면 더욱) 의문을 제기하고, 반박을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은, 약간은 소심한 나에겐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나치게 사족이 긴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이 과제를 위해 사흘 밤낮을 고민하고 겨우 용기를 내어 ‘글’을 쓰게 된 내 형편에 대한 ‘둘러댐’정도로 생각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적어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은 밀려드는 태클에 ‘즐~’ 하고 대꾸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담한 사람은 못 되기 때문이다. 오픈백과사전을 집필하기 위해 또 다른 지식검색을 이용해야만 하는 세상에 새삼 재미를 느끼며, 이제야 ‘나만의 지식(?)’을 이 곳에 풀어 놓아보려 한다.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하위문화’에 대한 예를 찾다가 나는 문득, 한 인간도 ‘문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우리가 비틀즈를 생각할 때에 그들의 음악만을 놓고 이야기 하지 않듯, (더 가까이에서 살펴본다면 서태지! 서태지를 ‘문화 대통령’이라고까지 이야기 하고 있지 않은가.) 한 인간, 뮤지션, 또는 그에 관련된 모든 것들이 문화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유희열’이라는 뮤지션과 그가 공들여 만들어 놓은 여러 가지 문화적인 산물(?)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물론, 유희열이라는 뮤지션을 비틀즈나 서태지와 같은 위치에 놓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그러지 못할 이유도 없긴 하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적 성격이나 환경적인 조건들이 분명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유희열이라는 뮤지션이 어떠한 문화적 산물들을 창출해 냈으며, 그것이 팬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그리고 팬들은 어떠한 형식으로 팬덤 문화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것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 유희열과 라디오
“꿈꾸는 도시를 그려봅니다... FM 음악 도시.”
누구에게나 간직하고픈 추억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어떤 사람에 관련된 것이든, 풍경이든, 느낌이든 간에, 추억은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 파고들어와 한 자리를 차지하곤 한다. 모든 것들이 빠르게 변하고 흘러가는 세상 속에 살지만, 누구에게나 잡고 싶은 기억이 있고, 공간이 있고, 느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TV보다는 라디오를 좋아한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물론, 뉴스나 자연 다큐멘터리 같은 것들은 TV로 본다. 그런 것들은 눈으로 봐야 더욱 잘 이해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특수한 프로들을 제외하고는, TV를 잘 보지 않는다.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각적인 자극이 너무나 부담될 때가 있어 더욱 그런 것 같다. 눈으로 열심히 보다 보면 소리를 듣지 못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머릿속에 멍한 잔상만이 남아 허무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빠르고 자극적인 것들이 인기를 얻고 유행하는 사회이지만, 때로는 조금 부족한 듯한 ‘옛 것’이 그리워질 때가 분명 있는 법, 그래서 나는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고, 그 묘한 매력 때문에 아직도 머리맡에 라디오를 고이 모셔두고 있다.
‘유희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가 진행한 라디오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은 정말 ‘앙꼬 없는 찐빵’이 될 것만 같아 내가 알고 있고, 조사한 만큼 이야기 해보려 한다. 그가 진행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그를 좋아하는 팬들 사이에 어떠한 문화가 생겨나게 되었는지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유희열의 음악도시와 ATM - 컴필레이션 앨범과 ‘종점다방’ 그리고 수많은 ‘다방민’들.
유희열의 팬덤(fandom)
나는 개인적으로 유희열이라는 뮤지션을 좋아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쓰는 내용들이 다소 주관적일 수도 있음에 먼저 양해를 구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그가 지금까지 나에게 준 영향들이 그리 부정적이지는 않았으므로 꺼내 놓을 이야기들이 사실보다 더욱 미화(?)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유희열이 한 고정 방송의 DJ로 청취자들을 처음 만났던 것은 97년 10월, 토이 3집 활동 당시였다. ‘유희열의 FM음악도시’라는 타이틀로 3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지내 오면서 그는 그의 서정적(?)인 이미지에 어울리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많은 여성 팬들을 사로잡았다. 자정부터 새벽 두시까지의 늦은 밤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귀를 묶어둘 수 있었던 것은, 단지 그의 목소리가 좋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풀어 놓을 수 있는 입담과, 우리들이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좋은 음악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늦은 밤의 묘한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이런 저런 작은 분위기들이 모여 ‘음악도시’만의 풍경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그 분위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들은 ‘음악도시 력’이라는, 새로운 달력으로 하루를 산다. (오늘이 10일 이라고 했을 때, 자정이 되면 11일이 되는 것인데 음악도시는 ‘10일’로 방송되기 때문.) 그리고 스스럼없이 자기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푸념이든 자랑이든 간에, 인터넷 게시판에 이런 저런 삶의 모습들을 담아놓는 것이다. ‘FM음악도시’의 일반사연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은, MBC작가들도 놀랄 정도의 소위 ‘진짜 글발 날리는’ 작품들 이었다고 하니, 감수성 풍부한 ‘DJ유’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청취자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유희열 이전에 음악도시를 진행했던 DJ신해철이 정말 FM다운 방송을 진행 했다면, 유희열은 AM같은 FM방송을 통해 청취자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고, 수준 높은 음악의 소개와 함께 우리의 일상을 풀어내는 일들을 동시에 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다른 어떤 라디오 프로그램의 게시판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활성화 되었던 음악도시 일반사연 게시판은, 라디오의 ‘듣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을 더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음악도시에서 만들어져 2000년 5월 발매된 컴필레이션 앨범 ‘FM음악도시 유희열입니다’도 큰 인기를 끌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되었다.
ID: 에피큐리언-J DATE : 2003-04-27
명반 중에 명반 이죠. 희열님과 함께 했던 중딩 시절의 추억이 기억나네요.
밤새 혼자서 얼굴 빨개져 낄낄대던 그날 밤.
이름모를 남의 사연에 함께 가슴 아파 했던 그날 밤들 .. 잊지 못할 겁니다.
그날 밤들의 기억과 함께 가슴 따뜻해지는 음반 이죠... 소장가치 100%입니다
ID :goo9848 DATE : 2004-02-06
저에게 있어 20년 인생에 가장 소중한 앨범입니다..
- 인터넷 daum 음반 쇼핑몰 사용자리뷰 중.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음악도시에서 자주 틀어지던 노래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청취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곡들이고, 기억된 노래라 할 수 있겠다. 음악도시를 사랑하는 시민들에게 잊지 못할 좋은 선물이 된 컴필레이션 앨범 ‘FM음악도시 유희열입니다’가 발매된 이후, 다른 방송들에서도 속속 컴필레이션 앨범이 나왔고,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 타이틀을 달고 앨범이 출시되는 일들이 많아졌다. 유희열에 이어 DJ를 맡은 이소라가 음악도시를 진행할 때도 이와 같은 컴필레이션 앨범이 출시되었다. 이런 앨범들의 대부분은 DJ의 성향이나, 전체적인 프로그램의 분위기와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계속되는 불황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국 대중가요 시장에서, 이러한 컴필레이션 앨범들이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라디오를 통해 들려지고 평가된, 그야말로 ‘검증된’ 좋은 음악들을 모아 놓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 앨범은 결국, ‘라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팬들의 요구로 만들어진 것이다. 노래에는 풍경이 담겨지고, 분위기가 담겨지며, 노래를 들었을 ‘그 때 그 느낌’이 담겨질 수 있기 때문에, 방송을 기억하고 간직하고 싶었던 팬들에게 컴필레이션 앨범이 크게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최근에는 SBS라디오 ‘정지영의 sweet music box'에서 음반 뿐 아니라 ‘마음이 예뻐지는 시’라는 타이틀을 가진 시집을 내기도 했다는데,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라디오 프로그램 자체 제작 컴필레이션 앨범의 출발이 ‘음악도시’에서 이루어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혹여 그 출발이 음악도시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도, ‘음악도시’ 컴필 앨범이 음반계나 방송계에 끼친 영향은 분명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더불어 방송을 만들어가는 소리 없는 주체인 ‘청취자’, ‘팬’들의 요구 또한 문화의 여러 부분에서 많이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음악도시와 함께 숨쉰 또 하나의 작은 도시가 있다. 일명 ‘종점다방’이라 불리 우는 토이뮤직의 팬 게시판이다. (2000.10.26 첫 게시판 생성.) 이 곳은 음악도시를 추억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들의 이야기를 맘껏 풀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다. (http://www.toymusic.co.kr) 갑자기 팬 페이지 이야기는 왜 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인터넷상에 수없이 많은 팬 페이지, 팬 게시판들 중에서 굳이 이곳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곳 ‘종점다방’은 다른 팬 페이지의 게시판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난 다방을 좋아해요.
종점다방이 어디냐구요? 토이뮤직 팬 게시판이에요.
그곳을 사람들은 종점다방이라 부르고, 혈씨를 다방 디제이라 부르나? 암튼 그럴거에요.
다방을 안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왠지 다방에 가면 편해져요.
나도 점점 다방민이 되어가고 있나 봐요.
다방은 내가 가본 팬 게시판 중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가 존재하고, 너무나 활동적인 곳이에요..중략.
-네이버 블로그 (hoyee83님)의 글 중에서.
이곳에서 모이는 사람들을 ‘다방민’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다방에 올려진 글을 읽고, 리플을 달고, 구경하는 활동을 ‘다방질’이라고 한다.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그래서 유행이 되어버린 ‘싸이월드’에서 미니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일을 ‘싸이질’이라 하는 것처럼 이곳에서는 다방 활동을 ‘다방질’이라고 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스타에 대한 자료를 공유하거나 팬픽을 쓰는 일반적인 팬 사이트와는 달리, 이 곳은 정말이지 ‘포털 사이트’정도의 운영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게시판 상위에 있는 카테고리만 봐도 이러한 사실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카테고리 중에는 다방민들의 일상을 얘기할 수 있는 [수다],[그냥],[자랑질],[챙피해],[버럭]등의 하위 카테고리들이 존재하며, 요즘 한창 인기 있는 지식iN 같은 기능을 하는 [지식민]-(질문을 하면 1분 안에 답글이 서너 개 이상 달리는 정말 유용한 카테고리.), 따로 인터넷 뉴스를 보지 않아도 될 만큼 실시간 자료들이 많은 [기사],[사진],[음악]등의 카테고리도 준비되어 있다. 물론, 유희열을 좋아하는 팬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에 [to.유],[ATM]같은 하위 카테고리도 존재한다. 모든 다방민들이 인정하듯 이곳은 정말이지 포털 사이트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이렇게 활동적인 게시판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방민들끼리의 단합 또한 대단한 듯 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같은 느낌을 공유하고 단합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 그들에게 ‘유희열’이라는 공통적 관심사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유희열이라는 뮤지션을 알 수 있게 해 준 그의 음반들과, 그가 진행한 라디오 프로그램들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본다. 97년부터 3년 6개월 동안 ‘음악도시’를 진행하고, 새 앨범 준비로 방송을 마감했을 때에 수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 내가 생각하는 음도는..
소리 없이 들었던 음악도시 시민 중 한명입니다..
저에게 있어서 음악도시는,
힘들 때, 외로울 때, 잠들 때,
언제나 항상 곁에 있어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친구였습니다.
-토이뮤직 홈페이지 [music city] ‘내가 꿈꾸던 음악도시를 추억하며’ 중에서 지은주 님의 글.
때문에 그가 새 앨범을 들고 돌아와 ‘All That Music'이라는 새로운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을 때, 음악도시를 추억하던 많은 사람들은 또 한번의 음악도시 건설을 꿈꾸며 설레게 되었다. 후에 'ATM'이라고 불리게 되는 한 시간짜리 방송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추구하는 음악적 색깔이나 분위기는 음악도시와 사뭇 달랐지만, 그 옛날 음악도시를 기억하며 유희열을 기다려온 많은 팬들은 또 다른 ‘ATM'문화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ATM'은, 두터운 매니아층을 확보하게 된 DJ 유희열을 내세워 좀더 깊이 있는 음악 이야기, 색깔 있는 선곡을 할 수 있게 되었고,
(http://sookmyung.ac.kr/%7Eviva/home.html-‘이 달의 추천 라디오’내용 중), 청취자들은 몰랐던 음악들을 접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냥 나 같은 보통사람들은 잘 모를 수 있는 시부야계 또는 시부야케이 같은 음악이나, 일렉트로니카 같은 장르의 음악들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조금 더 전문적인 음악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새로 소개되는 노래들이 여기저기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ATM'의 영향력이 커지게 되었고, 재미있게도 이 노래들이 여러 광고에 삽입되는 일이 생기게 되었다. 또한 올댓뮤직 공식 홈페이지에는 [더듬이와 올가미],[8000:1신청곡],[아무거나 베스트 Top20],[올댓뮤직 무식iN]같은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후에 라디오를 즐겨듣는 청취자를 중심으로 ‘더올’이라는 유행어가 생겨날 정도로 많은 활동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더듬이와 올가미’란 [MBC FM 고품격교양방송 유희열의 올댓뮤직] 이란 프로그램의 간판코너로서
처절, 궁상, 외로움을 지향하는 이들을 통틀어 이르기도 한다.
이성을 더듬어 옭아매자는 솔로들의 안식처이다.
예 문 : 아니, 한밤중에 셀프사진을 게시판에 올리다니 정말 [더올]스럽군.
준말 : 더올
비슷한 말 : 솔로부대
출 처 : [인터넷] MBC FM4U -네이버 오픈국어사전 중에서.
네이버 오픈 국어사전에 재미있는 신조어로 수록 될 만큼, 올댓뮤직 청취자들에게는 유희열이라는 뮤지션을 통해 알게 된 라디오 프로그램이 정말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게시판에서 자주 사용되는 유행어가 실생활에서도 그대로 사용되었고, 지나가는 자동현금지급기의 ‘ATM'글자만 봐도 반가울 정도의 친숙함이 생겨버리게 되었단다. 종점다방에서 활동하는 다방민들도 ATM게시판에 대거 참여했다고 하니, 유희열이라는 뮤지션으로, 음악도시와 올댓뮤직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또 음악을 사랑하는 문화인으로 묶여지는 인터넷 사이버 공동체의 힘과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오늘도 습관처럼 들르게 되는 올댓뮤직 게시판,,
방송은 끝났지만 그곳엔 아직도 여러 사람들이 글을 올린다..
4월 25일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선곡표가 올라오지 않는데..
-중략
가슴이 짠~해진다..
수없는 더올들이 득실대고,,궁상처절사연이 넘쳐나고,,
무식iN에는 말도 안 되는 무식한 질문들이 올라오고,,
무슨 이벤트 때마다 홈페이지 폭주하고,,
ATM을 기다리고 사연을 읽고 웃어대고 감동받던 사람들,,
다들 어디로 간 걸까.. 다들 어디선가 기다리고 있을까..
다시 그런 날들이 돌아오기는 할까.. -네이버 블로그 중에서 푸카인(pucaine)님의 글
여기에서 나는, 예전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팬덤(fandom)문화를 생각하게 되었다. 스타를 향한 맹목적인 관심과 흥미만을 보여주던 ‘오빠부대’와 같은 팬의 유형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에도 인터넷에서 소위 ‘빠순이’ ‘빠돌이’(무비판적으로 특정 연예인을 좋아하고 따르는, 주로 10대 청소년들.)라 불리우는 팬들이 있긴 하지만, 그들의 나이가 대부분 어리다는 것을 고려할 때, 그리고 그러한 현상이 모든 가수나 배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여,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팬덤문화를 살펴보려고 하는 것이다. 이제 많은 팬들은 맹목적이고 무비판적으로 스타를 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내어 스타 이외의 다른 화제를 가지고도 자유롭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들은 어떤 스타를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 뿐, 종교집단처럼 맹목적으로 스타를 믿거나 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대로 말하고 행동하며 표현한다. 그리고 그들만의 분위기와 스타일을 만들어간다. 단적인 예로 ‘서태지 팬덤’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유희열 팬덤은 서태지 팬덤보다는 많이 얌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다 확실하고 신나는 서태지 팬덤을 예로 들기로 했다.)
서태지 팬사이트에 오른 "제길, 태지 널 보면 살고 싶어진다“는 어느 팬의 고백은 서태지와 팬들의 관계가 단순한 생산자-소비자의 관계를 넘어선 것임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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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팬들은 ‘태지정신’에 공감하며 성장했다는 의미로 자신들을 ‘서태지 세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들은 서태지를 통해 세상을 보았다고 말하며, 집단항의를 통해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 심의제를 폐지시키고 가사가 삭제되었던 ‘시대유감’을 부활시키는 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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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생각과 경험이 대중매체라는 권위에 의해 어떻게 재단되고 굴절되는가를 겪은 서태지 팬들은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더욱 조직적이고 공세적인 움직임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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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철회운동을 통해 서태지 팬덤은 ‘팬집단=맹목적인 집단 이기주의’라는 일반적 편견을 거부하고 시청자운동의 새로운 모델을 성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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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개혁을위한연대모임(대개련)은 문화연대 등 시민운동단체와 서태지 팬덤, 조용필 팬덤, 이승환 팬덤이 연대해 현재 대중음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가요계를 좀먹는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누구나 쉽게 개탄하지만 누구도 깨뜨릴 엄두를 못 냈던, 공고한 가요 시스템의 벽을 허물기 위해 팬덤이 나선 것이다.
-문화시평, [빠순이, 오빠부대, 문화운동가?-서태지 팬덤 이야기] 김이승현, 박정애. 논문 중
이것은 비단 서태지 팬덤에만 국한되어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영향 정도와 색깔이 다를 뿐이지, 여러 팬덤에서 이러한 현상들이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수동적으로 문화적 요소들을 ‘공급’받던 (물론 돈을 주고 선택하는 과정이지만)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대중문화의 수용자로서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하고, 그들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팬덤 내부에도 여러 가지 주체들이 존재하여 스타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을 발견해 나가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바로 스타와 자신을 더욱 적극적으로 동일시 혹은 정체화(identification) 하는 팬덤이다. 적극적 동일시의 맥락에 선 팬덤은 스타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배우고 성장하려 한다. 그야말로 이상적 배우자로서의 모델이 아니라 내가 닮고 싶은 이상적 모델로서 동일시하려는 것이다.(이상 위의 논문에서 인용) 서태지 팬들의 주체들이 마이너리티 감수성을 가진 저항 메시지를 던지는 서태지를, ‘닮고 싶어’하는 것처럼, 유희열 팬덤 역시 유희열의 모습을 닮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유희열의 감수성을 닮고 싶어 하고, 그가 관심 있어 하는 음악을 들어본다. 그의 방송을 통해 들리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에 공감하며 같은 기억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가 표현하고 싶어 하는 음악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나름의 평가를 내리는, 이제는 조금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팬덤이 되는 것이다. 이들은 ‘유희열 팬다운’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가면서 수많은 자생적 모임을 통해 팬덤 자체의 다양한 발전형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한층 성장한 팬덤이 보여주고 있는 ‘사랑’의 모습은, 스타를 향한 선물공세에 에너지를 쏟아 붓거나 경쟁 연예인을 헐뜯는 것으로 젊음을 소모하는 ‘우려스러운’ 모습이 아니다. 음악인으로서 최선을 다한다고 믿고 있는 자신들의 스타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판을 만들면서 스타와 파트너십을 공유하고, 동시에 시민이자 소비자로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
대중문화의 직접적인 소비자들이 일방적이고 수동적인 소비자의 입장에서 탈피하여 문화생산자(Artist)들이 더욱 더 생산적일 수 있도록 문화환경을 공세적으로 바꿔내는 운동을 벌이는 것은 소비자가 자신의 권리를 미래지향적으로 찾아나가는 과정이면서 시민운동의 새로운 영역 개척으로 평가할 수 있다.
...
팬덤을 통해 나는 기대한다.
스타와 대등한 관계를 맺어가며 대중문화의 주체로 나서기 시작한 팬덤 안에서 자기 성장을 끊임없이 일구어내기를 말이다.
-문화시평, [빠순이, 오빠부대, 문화운동가?-서태지 팬덤 이야기] 김이승현, 박정애. 논문 중
지금까지 유희열과 그의 라디오 방송, 그리고 팬덤에 대해 살펴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횡설수설한 느낌이 가득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스타와 내가 속해있는 팬덤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립 할 수 있어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스타를 만나는 우리의 생활 속에서 조금 더 발전된 생각을 가지고 융통성 있게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더불어 대중문화와 그 문화 수용자의 상호 작용을 통해, 우리의 대중문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되기를 소망한다. 또한, 10대 소녀들의 팬덤이건, 유희열 팬덤이건 자신들의 스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출발한 여러 형태의 팬덤이 긍정적으로 성장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참고자료
김창남,『대중문화의 이해』,한울 아카데미1998
디지털 시대의 수용자 대중과 시민사회
스타와 스타시스템, 팬과 매니아 부분.
현택수, 문화비평, ‘인터넷 사이버 공동체의 힘’
미메시스기획, 『신세대, 네 멋대로 해라』,현실문화연구 1993
김이승현, 박정애, 문화시평 ‘빠순이, 오빠부대, 문화운동가? -서태지 팬덤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