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Audition)은 기회인가, 위기인가?
오디션(Audition)이라는 영어 단어 어원은 라틴어 명사 아우디시오(Auditio)에서 유래한다. 동사로 아우디레(Audire)는 ‘듣는다.’ 이다.(독일 자동차 브랜드 ‘아우디’도 좋은 평판이라는 뜻에서 파생한 게 아니가 한다.) 좀 넓게 보면 ‘경청하다’, ‘평판을 듣다’인데 ‘오디션’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나온 것은 근세 유럽 오페라극장에서 가수를 채용할 때 지원자의 노래를 들어보는 것으로 오늘날 개념으로 보면 등용문이기도 했다.
음악을 업으로 하는 사람을 보면 평생 오디션의 연속이다. 성악이든 기악이든 초등학교 때부터 교내 교외 콩쿨대회를 비롯하여 예고에 입학하기 위한 입시와 음악대학 입시로 전공자의 험난한 길을 가야한다. 모두 실기 시험이라는 오디션을 거쳐야한다. 장막 뒤에서 출연 순서를 기다리며 암보를 확인하고 가슴 조리는 모습은 겪어본 사람만이 이해할 것이다. 입시생뿐만 아니라 반평생 뒷바라지한 학부형(주로 엄마)들의 초조한 마음도 있다. 한국적 특성이지만 ‘학력+실기+플러스알파 능력’ 등 실정을 알고는 도전하지 못할 일이라고 고개를 가로젓는 분들이 많다. 투자한 시간과 노력 및 비용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성악분야로 범위를 좁혀보면 음대를 졸업하면 국립, 시립 합창단원으로 입단하여 본격 연주자생활을 하는 것이 1차 목표인데 워낙 지원자가 많다보니 소프라노 파트는 가장치열하고 알토나 남성파트는 상대적으로 덜 치열하다. 이렇게 합격하여 준 공무원 신분으로 활동해도 매년 또는 격년으로 또 오디션을 실시한다. 여기서 탈락할 수도 있기에 오디션 망령은 단체에서 연주활동을 하는 한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다. 솔리스트나 지휘자로 활동하려면 해외유학을 가야한다. 꼭 가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솔리스트나 지휘자 중에 유학 안 갔다 온 사람이 몇 있나 찾아보면 이해가 쉽다. 짧으면 3년에서 10년 이상 오래하는 분도 있다. 이렇게 유학 생활하면서 각종 스펙을 쌓고 귀국하면 이른바 ‘귀국연주회’라는 마지막 오디션이 기다리고 있다. 이 ‘귀국연주회’는 과거 유학자체가 대단했던 시절의 유산인데 아직도 대한민국에만 있는 연주회라고 본다. 아무려나 이 ‘귀국연주회’의 성공은 자신을 알리는 홍보수단이 되고 있다.
화제를 합창단 특히 합창 활동의 대다수인 ‘교회 성가대’로 돌려보고 싶다. 우리나라는 합창단 양적규모가 큰 나라이다. 그 바탕에는 전국에 산재한 수 만개의 본당성가대이다. 그런데 합창단 구성기본은 혼성4부 합창이다. 거의 모든 지휘자의 공통적인 걱정은 파트 간 균형이다. 모든 합주, 합창이 그렇듯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앙상블’이다. 각 파트가 정확한 피치를 유지하고 장단을 맞춰야 이룰 수 있는데 소프라노는 많고 알토는 턱없이 적고 남성 파트는 더 적다는데 있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가톨릭교회 성가대의 경우 주일미사에 봉사하는 성가대원은 약 30명 내외일 것이다. 그런데 소프라노 15명, 알토 6명, 테너 4명, 베이스 5명 정도이면 비교적 양호한 구성 예이다. 남성파트 테너와 베이스를 합쳐 5명 이내인 성가대도 많다. 이런 현실에서 지휘자가 좋은 ‘앙상블’을 구현하기는 어렵다. 성가대 구성과 관련하여 지도자들은 적어도 “남자 파트의 대원수가 여성 파트의 절반은 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심각한 파트 구성 불균형을 타개하고자 수많은 시도들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발전해 왔다. 남자 파트는 어차피 만성적 구인난이니 잠시 제쳐두고 여성파트만 보면 소프라노는 많고 알토는 적은 불균형이 다반사이다. 그러면 소프라노 파트에서 몇 명 뽑아 알토 파트로 보내면 된다. 아주 쉽다. 그러나 이론과 실제는 큰 괴리가 있다. 아무도 알토파트를 안 하려고 한다. 지휘자가 판단하여 고음보다는 중저음 파트에 음색이 맞을 듯한, 단원에게 알토파트로 가 달라고 권고하면 낯빛이 변한다. “성가대를 그만둘지언정 못 간다.”고 거부반응을 보이기 일쑤이다. 왜냐하면 “알토파트로 가라”는 말은 “당신은 노래를 못하니 저음으로 화음이나 넣어라” 라고 오해하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알토파트는 재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더러는 소프라노를 해야 노래를 많이 익히게 되고 알토파트는 배울게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부산의 어느 성가대에서 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한 지휘자가 있어서 사례를 인용하고자 한다. 이 성가대는 소프라노 15명에 알토 6명이었다. 남자는 5명씩... 지휘자는 좋은 소리로 파트 이동을 권유해 보았지만 실패하고 더 이상 추진하다가는 성가대 탈퇴로 이어진다는 경험이 있어서 고민 끝에 솔로몬 같은 지혜를 뽑아냈다.
성가대 여성 파트에 공지했다. “며칠 후 여성 파트에 오디션을 실시합니다. 지정곡은 성가 1곡(Panis Angelicus/ C. Franc곡)입니다.”
이 성악곡은 소프라노 고음이 A♭까지 올라가고 F 지속음이 나오는 곡을 공개 ‘오디션’하니 준비하라는 내용이었다. 여성 파트 카톡방이 난리가 났다. “어쩌면 좋으냐.”에서 부터 삼삼오오 피아노 앞에 모여 서서 각자 연습을 해 본 모양이다. 각자 자기 음역과 음색을 평가해 본 기회를 가지고 나서 스스로 결론을 도출해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오디션’ 공지는 이행하지 않았다. 아니 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소프라노 16명중에서 5명이 자진해서 알토 파트로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래서 소프라노 11명, 알토10명의 견실한 성가대가 되어 지휘자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앙상블을 만들어 나갔다.
프로이든 아마추어든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오디션은 부담스럽다. 성경(루카, 마태오)에도 ‘주님의 기도 Pater Noster)’가 나온다. 시험에 들지 않도록 해 달라고 기도한다. 그만큼 심판은 무섭다. 오디션도 시험이다. 그러나 이 시험을 마냥 두려워하고 걱정할 것은 아니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무명의 아마추어 가수가 오디션을 훌륭하게 통과하여 출세한 사례도 있다. 프로 합창단에서 오디션은 안하는 것이 좋을듯하지만, 발탁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본당 성가대에서는 공개 오디션은 안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오디션 없이 훌륭한 합창단, 성가대 이룬 사례도 많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