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23일(수) 저녁 9시경...
갑자기 고기에 소주 한 잔 하고 싶어 집을 나섰다.
지하 1층으로 나와 앞을 보니 멋진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뒤도 궁금해져서 돌아봤더니 역시 멋졌다.
(이 건물 20층에 내가 살고 있다.)
이제는 비가 와서 촉촉해진 단지를 걸으며 커뮤니티 센터를 지나간다.
건물 1층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3년 반이 넘도록 단 한 번 도 이용하지 않았다.
우측에는 연못이 있고 무르익은 파란 잎사귀들이 젖어있었다.
그리고 연못 위에는 여러 불빛들이 고요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렇게 걷다 보니...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와 도로 위에 섰다.
앞에 보이는 길을 따라 계속해서 걸어갈 것이다.
(그래야 고깃집들이 나온다.)
우측을 보니 드론을 날리던 공터가 보인다.
(명품 하늘을 관찰했던 곳이다.)
다시 앞을 보고 걷는다.
그리고 멈춰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하늘을 본다.
다시 앞을 보고 걸으니 <신원 생태 다리>를 지나게 된다.
다리를 지나자마자 우측을 보니 신축 공사가 한창인 건물이 보인다.
그리고 앞에는 이 동네에서 발전 속도가 가장 빠른 대로변 상권이 펼쳐진다.
고개를 비스듬히 제치고 내려다보니 다리 아래로 산책로가 펼쳐져 있다.
이번엔 도로 반대쪽으로 시선을 확 돌린다.
그리고 다시 원위치시켰다가 서서히 우측을 바라본다.
잠시 걸으니, 유기농 천연 발효 빵 집 <잼 파파>도 있다.
동물 병원도 있다.
커피숍도 있다.
햄버거 가게도 있다.
대로변을 잠시 접고 골목으로 들어가니 낯익은 곳이 펼쳐졌다.
이 곳에 이사 와서 얼마 후에 아버지와 함께 왔던 <무한 리필 참치 횟집>이다.
3년 가까이 된 집인데 오늘은 사람이 하나도 없다.
우리는 그 당시 검색을 해서 이곳을 찾았었다.
그리고 저 구석에 앉아 비교적 급이 높은 메뉴를 시켰었다.
그 옆에는 광어 횟집이 생겼다.
사진관도 생겼다.
피자 가게도 생겼다.
앞에 보이는 건물에는 여러 종류의 개인 사업장들이 들어서 있다.
김치, 고춧가루, 참기름 등을 파는 <야과 시장>도 있다.
<롯데리아>도 있다.
<인형 뽑기 방>도 있다.
순댓국 집도 있다.
<헤어숍>과 <홀리스 커피숍>도 있다.
서서 갈비도 있다.
(서서 먹는다고 해서 서서 갈비인데 결국은 앉아서 먹게 된다.)
이렇게 해서 드디어 <화통삼>에 왔다.
그런데....
영업이 끝났다.
(오늘은 개인 사정으로 좀 일찍 문을 닫은 모양이다.)
그래서 그 옆에 있는 <제주 도야지>로 들어갔다.
그리고 <처음처럼>한 병과 오겹살 2인 분을 시켰다.
지금 시계를 보니 10시쯤 되었다.
(12시까지 한다고 한다.)
숯불을 넣고 고기를 구울 준비를 한다.
고기 1인 분을 먹고 2인 분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불판이 까매져 있었다.
그래서 주인에게 불판을 한 번 갈아 달라고 하니까
"불판을 가는 것은 고기가 타기 때문에 가는 것인데,
우리 오겹살은 타지 않아서 불판을 갈 필요가 없다"라고 한다.
그래서
"보기에 안 좋아서 그러니 갈아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했더니 갈아 주었다.
차라리...
"귀찮아서 그러니 그냥 드시지요"라고 했으면 감동 받았을 것이다.
논리는 참으로 간사스럽고 보잘것없는 것이다.
타지 않는 고기가 어디 있나?
(이 고기는 적당히 익으면 아무리 가열해도 더 이상 익지 않고 그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아주 특이한 고기인 것이다.)
밤늦은 시간에 혼자 찾아와 불판 갈아 달라면 물론 힘들고 짜증 나겠지만
타지 않는 고기를 창조해서는 안된다.
모처럼 타지 않는 고기를 먹고 돌아오는 길에...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던 사람이 갑자기 내 앞에서 자빠졌다.
상태를 보니 많이 취해 있었다.
나는 얼른 자전거를 세워주면서 어디 다친데 없냐고 물어보았다.
(누가 그 상황에 있었더라도 그랬을 것이다.)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좀 쉬었다가 가시지요" 하고 가던 길을 계속해서 갔다.
잠시 후 걱정되어 뒤돌아 보니까
자전거를 한쪽에 세워두고 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