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side the forest : 2024. 12. 21
온통 눈으로 덮인 능선-길, 가도 가도 끝이 없습니다. 면산(1245.2m)을 지나 석개재로 향하는 하산길, 눈밭에 찍힌 선두팀 발자국을 따라가는 후미팀 대원들에겐 그래보였습니다.
일몰시간이 가까워지면서 기온은 급감합니다. 작은 바람에도 온몸이 시려옵니다. 가까스로 바람을 피해 산그늘 밑으론 왔지만 짙은 산속이라 조바심은 더합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끝없이 이어지는 선두팀들의 발자국들이 어지러울 지경이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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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렇다 할 풍광사진이 드믑니다. 백병산(1259.3m)을 비롯한 1200m급 면산이나 1071.6m 구랄산 등 모두가 탁 트인 정상을 가지지 않았고 눈을 머금은 구름들이 하루 종일 시야를 방해했기 때문입니다.
백두대간에서 갈리는 정맥-길 묘미 중의 하나가 먼 곳에서 바라보는 대간의 모습일겁니다. 태백산을 비롯한 두타산 주변의 산군들 모습을 보려니 했던 기대는 눈꽃산행의 즐거움으로 바뀝니다.
눈 덮인 산죽 밭을 즐기는 대원들 모습(2024. 12. 21)
눈 오는 날의 산행, 엄밀히 말해 눈 그치고 하는 ‘눈꽃산행’과는 많이 다릅니다. 오늘은 바람을 동반합니다. 바람을 동반하니 기온은 점점 낮아집니다. 게다가 쌓인 눈의 양이 적으니, 상고대다운 모습 또한 기대하기 힘듭니다.
출발 전부터 근심은 컸습니다. 강원도 태백과 삼척, 이번구간이 처한 지점은 오지 중에서도 최고 오지입니다. 들머리인 720m 통리재나 날머리인 910m 석개재나 제설차가 길을 뚫지 않고는 눈발만 조금 날려도 차량접근이 어렵습니다.
‘한마디로 목숨 걸고 가는(운전하는 거야) 겨~!’
24인승 버스주인 ‘제로님’의 하소연..
아무튼 들머리부터 해발고도 500m 가까이를 올려야하는 통리재(720m)에 우리들을 안전하게 내려줬고, 발 빠른 제설차 뒤를 따르는 행운(?)으로 날머리인 석개재(910m)까지 올라올 수 있었답니다(본인은 목숨 걸고 운전했다고 강조).
백두대간 남진은 북사면을 타고 올라 남사면을 타고 내립니다(이론적으로 그렇다는 애기입니다). 아시다시피 북사면은 비알이 세고, 오늘 같은 날(눈이나 비가 오는 날)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남사면 쪽은 미끄럽습니다. 낙동정맥 종주-길은 백두대간에 비유하면 ‘남진’과 다름없습니다. 이 이론은 틀리지 않았고 후반부, 대원들을 더 지치게 했던 것 같습니다.
‘산행 중에 만나는 모습들을 사진에 담고, 차고 넘치면 눈에 담고, 그래도 넘치는 부분들은 가슴에 담는다.’ 어느 산-꾼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진에 담는 풍광들은 아주 일부 일 수밖에 없습니다.
종주산행, 능선-길 걷는 즐거움에 빠지면 그때부터는 일반 산행은 못합니다. 왜? 이유를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 ‘너도 해봐, 해보면 알아..’ 대답은 싱겁습니다.
‘능선-길’을 어느 분들은 ‘마루금’이라 표현하시는 분들 계시더군요. 왠지 전문용어 같은 느낌 때문일까요? 오늘 백두대간(혹은 정맥-길) ‘마루금’을 이어서 걸었다고 하는 표현..?
‘맞다 안 맞다’를 떠나가서 ‘마루금’은 지도 속에나 있는, 말 그대로의 ‘금’입니다. 지도상에서 능선을 이어 그린 선인 셈이죠.
사진 속에 두려움을 함께 담기란 힘듭니다. 겨울산행의 변수는 무수히 많습니다. 종주산행의 묘미가 이런 변수들을 이겨내며 완주하는 즐거움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변수엔 변칙 또한 존재합니다. 위급한 상황이라는 게 예고하고 찾아오는 건 아니죠. 어제가 바로 그랬습니다. 한마디로 참고 이겨낸 우리 대원님들 모두가 고맙습니다.
마음 다친 대원님들 계시면 송구한 일이니 자세한 사항은 적지 않습니다. 아무튼 모든 대원님들에게 고맙다는 인사 대신합니다.
나머지 산행 기록은 영상으로 봐 주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고생하셨습니다.🥰
산행은
차고 넘치지 않아도 가슴에 저절로 담깁니다.
어쩌면 그것을 보려고 또 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순정이 아니면 갈 수 없는 곳.
그 곳에 갔다가 위기를 만나서 더한 진심을 보고 내려왔습니다.
깜깜한 밤중에 마중 갔던 회장님과 갈태님,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고 따뜻한 차 한잔도 거부하고 안전하게 집에까지 데려다주신 제로님,
무사히 내려와주신 대원님,
기다려주시고 서로를 위로했던 선두팀 등
모두 고생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