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자욱한 아침
조 다리를 건너는데 다리 상단과 강이 안개에 싸여 보이지 않는다
아직 어제 일이 끝나지 않았건만..
오늘이 오니
어제 일은 벌써 잊혀지기 시작한다.
오늘 고 일심행 보살님 초재.. 49재 첫 번째 제사..가 있으며,
셋째 주 일요일인 오늘은 천도재 법회 날이다
새로 오신 보인 스님은 어떻게 처음 법회를 이끄실지..
죽음을 맞이하면
처음엔 삶과 죽음 사이에서 혼란을 겪으며, 이어서 공포에 휩싸인다고 한다
그런 두려움을 줄여주고자 초재에서는 참가한 스님과 신도님들은 함께 한마음으로 천수경과 다라니 등을 합송한다.
고인이 된 영가가 평소의 맑은 마음을 유지하기 바라면서.().
고 일심행 보살님 초재가 길어지는 것을 보며
일심행 보살님은 복이 많다는 생각이 🙏
아직 중음이 되어 떠 돌고 있겠지만 곧 마음을 가다듬기를 기도드립니다 🙏😊
자랑스런 따님과 아드님 그리고 동생이 있지 않습니까..
천도재가 끝나고..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보인 스님의 보리사에서 첫 법회는 너무도 유명한 '청산가'를 남기신 나옹 선사와 스님의 인연에 대한 내용이었다.
우리는 고려 때 스님하면 의천 대사와 보조 지눌 국사를 떠올리는데
고려시대가 불교국가임을 알면 선지식으로 훌룽한 스님들이 적지 않을 터인데 우리는 너무 적은 정보를 갖고 있는 게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보인스님은 나옹스님과 깊은 인연이 있다고 하신다
보인스님 따라 나옹 선배님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나옹 스님(1320-1376)은 고려 말에 활동하셨으니 내일 나라가 어찌 될지 모르는 혼돈기에 사셨다
그 분위기는 어쩜 지금 우리나라 상황과 비슷한 게 아니었을지..
나라가 혼란할 때 국민 모두는 걱정과 근심 속에 너도나도 이런저런 말을 강하게 하면서 자기와 다른 견해를 갖고 있으면 강하게 비판하며 무시하고 심지어 무력 사용도..
이런 상황에서 불자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나?.
성냄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한다.
성을 내는 것은 내가 바라는 대로 하지 않는 상대에 대한 반응이고,
탐욕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상대를 무시하고 취하려는 것.
성냄이나 탐욕을 벗어놓는다는 것은 이기적으로 말과 행동을 내려놓고 이타적인 언행을 하라는 게 아닌가?.
말은 또 다른 말을 부를 뿐이니 말이 아닌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게 말없이 사는 것이요,
티 없다는 것은 바로 탐욕이란 티를 내려놓고 행동하는 게 아니냐 말이다
고려와 대한민국의 차이가 있다면 전자는 주권이 임금에게 있었고 지금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으로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다.
주인이라면 책임이 따른다..
보살이란 말보다 실천이 앞서는 불자라고 보면..
내가 보살이란 자각이 있다면 오늘 어떻게 실천해야 한다는 길이 보일 것 같은데..
아침 안개가 자욱하듯.. 망설이고 있는 것 같다.
보살이여 일어나십시오.
자유와 평화, 사랑과 행복을 추구하는
불국 정토를 여기서 실현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