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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확실하게 실패하는 방법
전창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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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서문
(1) 계획 따위, 필요 없어!
(2) 자꾸 미뤄라!
(3) 계속 걱정해라
(4) 해결되지 않을 문제들을 가지고 씨름하라.
(5) 몰입의 경험
(6) 요령을 부려라.
(7) 아무것도 하지 마라
(8) 점점 더 욕심을 부려라
결론
에필로그 – 실패를 통해서 배워야 할 것들
작가의 말 – 실패의 또 다른 요인,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부록 – 실패의 팁
서 문
인생에서 실패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다.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도전도 하지 않았고, 무언가를 해보지도 않았으므로 실패하지도 않은 것이라고 한다면 별로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결국 자신이 아무것도 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취업도 할 수 없고, 연애는 물론이고, 공부든 인간관계든 다 할 수 없다.
인생에서 성공이란 어떤 의미일까? 잘 먹고 잘 살고… 또 어떤 이의 성공기준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되기도 한다. 또 다른 이의 성공기준은 출세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된다거나, 정부의 요직이 되는 것. 그것이 성공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실패의 기준은 뚜렷하지 않다. 그냥, 취업을 못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실패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냥 어쩌다 보니 결혼을 안 하거나 못 했을 뿐인데, 그 사람을 실패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또는 인간관계가 조금 안 좋다고 해서 그 사람이 막장 인생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실패의 조건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궁금할 것이다. 왜 실패에 대한 책인가? 많은 사람들이 성공의 기준을 잡고, 성공에 대한 책을 쓴다. 그리고 그 성공에는 많은 실패가 있었음을 기록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끝에는 언제나 성공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성공에 대한 책이 아니다. 실패한 기록의 책이다. 성공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는 없지만, 실패하는 방법만은 확실히 알려준다. 이렇게 하면 실패한다는 것을 아는 것. 그것만 안다면, 당신은 인생에서 성공하지는 못할지 몰라도, 적어도 실패의 90프로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실패한 인생이지만, 실패한 사람은 아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새로운 인생을 꿈꾼다. 나는 뚜렷하게 이렇다 할 직장도 없고, 그렇다고 인간관계가 넓은 것도 아니다. 결혼도 하지 못했다. 내가 확실하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은 나와 같은 삶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적어도 이렇게 하면 확실하게 실패한다는 방법이다. 실패하고 싶으면, 나와 같이 하라! 그러나 그 실패가 당신의 인생 전체의 실패는 아니다. 내 인생 전체가 실패한 것은 아닌 것처럼.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실패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누군가는 왜 부정적인 사건들을 나열해 놓느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패 자체에 주목하기보다는 그 실패가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가 중요하다. 이 책은 이제 막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는 청년들을 위해 썼다. 그분들이 이 책을 통해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
(1) 계획 따위, 필요 없어!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많다. 인생 계획부터 시작해서, 사소한 하루하루의 계획까지. 1980년대,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방학계획표 세우는 걸 숙제로 내준 적도 있을 정도다. 요즘은 다이어리들이 쏟아져 나온다. 1년 계획을 세우라는 의미가 될까. 사람들은 다이어리 사기를 즐기며, 계획하는 것도 좋아한다. 여행계획, 사업계획, 결혼계획 등등등. 그러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는 한 계획이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다.
계획을 한 번에 몰아 세우는 건, 실패의 첫 번째 요인이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덤비지만, 하루도 안 되어서 그 계획을 포기하게 마련, 실패는 덤이다. 계획을 세워서 포기하는 것보다 더 실패하는 확실한 방법이 있다. 바로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는 것이다.
나는 40대 중반까지 별다른 계획 같은 거 세우지 않고 살았다. 결심 같은 것도 하지 않았다. 그냥, 눈앞에 보이는 현실에 급급했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40대의 어느 날, 깊은 허무감이 밀려왔다. 왜 진작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을까.
20대에는 작가가 되고 싶다면서, 클럽에 드나들었는데, 정작 글쓰기는 소홀히 했다. 우여곡절 끝에 구한 일자리들은 얼마 안 되어서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쫓겨나거나, 급여를 제대로 주지 않아서 그만두어야만 했다. 하루하루 그냥 눈앞에 닥친 현실만 보면서 살았다. 계획 따위는 없었다.
장기적인 계획은 일찍 세우는 것이 좋다. 나와 다른 길을 가는 내 동생은 지금 외국기업에 다니면서, 결혼도 하고 돈을 잘 벌고 애까지 있다. 동생은 어릴 때부터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놓고 중소기업에 취직하면서부터 지금이 기업에 들어가서 일하기까지 장기계획을 다 세워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내 눈앞의 작은 상처들, 그리고 내 눈앞에 닥친 작은 이익들만 좇다 보니, 어느 덧 40대 중반까지도 이렇다할 직장을 잡지 못한 채, 때로는 정부일자리를 얻어서 일해야 했고, 많은 시간 백수로 지내야만 했다. 백수로 지내면서도 나는 아무것도 하려 하지 않았다. 책도 읽지 않았었고, 글도 쓰지 않았다. 작가가 되고 싶어 했던 20대의 꿈을 나는 잊고 살았었다.
계획 따위, 필요 없다고 자신하는가. 그렇다면, 환영한다. 당신은 실패의 세계로 한발 들어선 것이다. 장기계획은 조금씩, 하나씩 이루어가는 것이다. 나는 20대 시절에도 30대 시절에도 계획을 세우지 않고 무작정 덤볐기에, 40대에 아주 뼈아픈 실패의 길로 들어섰다. 그래서 나는 이 실패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멀지 않아 나와 같은 삶을 살고 싶다면, 그렇게 하셔도 된다.
(2) 자꾸 미뤄라!
내가 실패한 이유는 간단하다. 언젠간 할 거야, 하면서 정작 시도를 하지 않았다. 그냥, 귀찮다는 이유로,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돈이 없다는 이유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걸 하지 않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당장 못할 이유만 찾고 있었다.
대학교 때는 돈이 없었다. 돈이 없었기에 알바를 해야 했다. 방학 때마다 아버지의 일을 도왔다. 교과서를 학교마다 배달하는 일이었다. 일을 하고 나면 무엇을 할 여력이 없었다. 그렇게 대학교 시절은 의미 없이 흘러갔다. 방학 때는 당장 돈이 없어서 아르바이트에 집중했고, 그때 번 돈으로 한 학기를 보냈다. 그러나 아무런 계획이 없었던 나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저, 생각나면 글을 썼고, 시험 때에만 공부했다. 그리고 그 시험공부도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았다. 앞으로 먹고 살 걱정 같은 건 하지 않았다. 대신, 눈앞의 작은 쾌락을 쫓아서 살았다. 클럽도 많이 다녔고, 술도 자주 마셨다. 결과는 뻔했다. 대학교 졸업할 때즈음 IMF가 터졌고, 정말 갈 곳이 없었다. 겨우 논술첨삭지도 알바자리를 얻었지만, 이 업체에선 알바비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 그렇게 대학시절은 끝이 났다.
언젠간 하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막연히 언젠가 하겠다고 자꾸 미루게 되면, 결국은 하지 않아도 되는 핑계만 더해질 뿐이다.
(3) 계속 걱정해라
나는 막상 좋은 일이 생겨도, 앞으로 일어날 어떤 일들 때문에 또 불안해하곤 했다. 몇 달 정도는 버틸 돈이 있었으므로, 그 동안에 일을 구하면 되는 일인데, 나는 일을 못 구할까봐 걱정했고, 돈이 떨어질까 봐 걱정했다. 그러다 보니, 일자리는 구해지는 대로 어떤 일자리라도 했다. 이 걱정 때문에 좋은 건, 일자리가 일단 구해지면, 그 일자리의 계약이 끝날 때까진 포기하진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게 일자리를 구하다 보니, 안정적인 일자리 구하는 건 포기하고 살아야 했다. 안정적으로 뭔가를 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 투자는 필수다. 물론, 일단 일자리가 구해지면 그만두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다른 일자리가 구하고 싶다면, 우선 지금 일자리를 그만두지 않고 먼저 다른 일자리를 구해 보는 것이 좋다. 안 그러면 내 꼴 난다! 20대의 내가 그랬었다. 다른 일자리 먼저 구할 생각하지 않았고, 무작정 하던 일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그 후에 나는 뼈아픈 후회를 아주 오랫동안 해야만 했다. 일자리 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우리나라가 IMF를 겪기 전이라면 다르다. 그때는 일자리 구하는 것이 그렇게 쉬웠다.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보다, 일할 사람이 없어서 걱정이었던 때다. 그러나, IMF시대는 현실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그 이후 취업은 쉽지 않았다. 기본적인 자격증은 필수가 되었고, 스펙은 덤이었다. 지금은 블라인드 채용이라 해서, 스펙과 경력을 보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러나 사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그 블라인드 채용내용도 어느 정도의 경력과 스펙이 있어야만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인 경우가 많다. 블라인드 채용이 이름만 달랐지, 어쨌든 중요한 것은 스펙이란 소리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걱정할 일이 널렸다. 취직 걱정, 자식걱정, 아내 걱정, 남편 걱정, 경제걱정, 정치걱정, 세상 걱정. 이런 걱정들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우리가 정말 필요한 걱정은 4프로만 있다라고 하는, …… 의 말 때문에 나는 이 책을 마음먹고 쓰는 중이다. 사실, 나는 막상 걱정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다. 글을 열심히 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취업을 위해 뭔가를 열심히 준비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걱정만 하고 있는 의미없는 삶을 매일 살고 있었다. 적어도 이 책을 쓰기 전까지는 내 삶은 그랬다. 의미 없었고, 희망도 없었다. 그러다가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뭔가를 생각했다. 나는 실패에 대해 잘 아는 놈이다. 실패란 이렇게 하는 거구나, 라는 걸 잘 알릴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성공하진 못한 인생이지만, 나의 실패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그 실패를 굳이 답습하지 않아도 되는 청년들이 많이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다.
그렇다. 나는 싫패한 사람이지만, 실패하지 않았다. 내가 실패한 이유는 많다. 그 많은 이유들 중에서 어떤 것은 내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고, 어떤 것은 완전히 버려야 할 것들이 있다. 내가 나를 자각할 때, 실패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성공하는 방법을 알까? 물론, 안다. 그러나 그 안다는 것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인생은 어찌될지 모른다. 어찌될지 모르는 인생이니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쯤은 안다. 나는 준비한다. 고로 실패한다. 그리고 또 실패한다. 언젠가 성공의 비밀을 캐내는 그날을 위해서.
(4) 해결되지 않을 문제들을 가지고 씨름하라.
나는 해결할 수도 해결할 필됴오 없는 걱정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내 과거에 대해 불평하였으며, 내 미래에 대해서는 걱정만 해댔다. 그렇게 걱정했건만 내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일자리는 때가 되면 구해졌고, 그렇다고 아주 부유한 삶을 살게 된 것도 아니다. 몸도 마음도 지쳐가던 나는 단기일자리를 구해셔 적당한 활동을 통해 다시 회복할 수 있었다. 또 후회했다. 왜 나는 쓸데없는 걱정을 했나. 그 시간에 뭔가 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좀더 투자했다면 하는 후회.
후회는 나쁜 것이 아니다. 그 후회를 통해,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또다시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애쓰면 된다. 그러나 후회를 하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의미없는 후회다. 나는 그렇게 의미없는 후회를 했다. 결국 나는 일하는 기간 동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저 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을 뿐이다.
그렇다. 나는 실패할 모든 요건을 철저히 갖추었던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고, 적당히 게을렀으며, 머리에는 온통 걱정거리만 달고 사는 나였다.
맘을 추스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더 이상 실패하지 않기 위해 뭔가를 하고 싶었으나, 별달리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았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글을 쓰는 것. 그것을 위해 나는 얼마나 노력해 왔나,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해왔나. 이번엔 후회보다는 반성을 하기로 했다. 내가 쓰고 싶은 것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위해 더 노력해 보기로.
나에겐 결과물이 아직 없다. 나는 실패한 자이기 때문이다. 이 실패를 통해서 나는 많이 배웠다. 앞으로도 더 배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노력한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들 하기 위해서다. 그것이 무엇이었든 앞으로 나아가 보기로 했다. 실패의 끝에서 나는 내가 하려는 것들을 본다. 내 절망의 수렁이 끝나기를 기도해 본다. 나는 할 수 있다, 라고 처절하게 외쳐본다. 나와 같은 사람이 많기를, 그래서 절망에서 희망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많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
(5) 몰입의 경험
무언가에 몰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책을 읽을 때, 글을 쓸 때 또는 강의를 들을 때 100프로 몰입해서 들을 수 있다면, 인생에서 실패하는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나도 몰입한 경험은 있다. 100프로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몰입의 경험은 내게 몰입이란 이런 것이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문제는 몰입이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는 데에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세 시간 내내 쉬지도 않고 읽을 수 있는 순간도 온다. 글을 쓸 때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쓰다 보면, 1시간이 넘게 훌쩍 지나가버리곤 한다. 몰입 자체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아니, 오히려 몰입을 지나치게 함으로서 실패를 하게 될 수도 있다. 바로, 체력적 안배를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너무 지나치게 몰입해서 하다가 몇 시간을 그 일만 해 놓고는 하루 중일 아무것도 못할 때가 있다. 몰입을 하다가 에너지를 너무 소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몰입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쉼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몰입을 한다고 해도 적절하게 쉬어주지 않으면, 몰입의 대가(代價)로 하루를 잃어버리기 쉽다. 적절한 쉼이 없다면, 실패는 더욱 쉬워진다. 인생에서 정말로 실패하고 싶다면, 쉬지 마라. 인생에서 행복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쉬지 마라. 그러면, 확실하게 실패란 어떤 것인가를 아주 극적으로 체험하게 될 것이다.
(6) 요령을 부려라.
대학 다니던 시절, 선거유세를 위해 편지를 대필해주는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이미 써 놓은 문구들을 자필로 대신 써주는 아르바이트였다. 지금이야, 이런 자필 편지가 별로 안 먹히지만, 그때만 해도 자필로 쓰는 게 선거에 꽤 유리하게 작용했었던 때다. 그래서 자필로 쓰는 게 어려웠던 후보들은 대필 아르바이트를 쓰기도 했다. 그때 나는 한 통을 써주고 800원인가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게 문제다. 나는 너무 쓰기기 힘들어 친구에게 500원을 줄 테니 써 달라고 했다. 말하자면, 300원은 내가 떼어먹고 친구에게는 500원을 주는 거였다. 사실, 정직하게 말했더라면 잘 써주었을 친구인데, 나는 정직하게 말하지 않았다. 어느 날 그 친구가 내게 물었다.
“너 이거 얼마 받고 하는 거야? 솔직하게 말해.”
나는 결국 사실대로 얘기했다. 그 친구는 더 이상 편지 쓰는 알바를 같이 하지 않았다. 요령을 부리면서 대필 편지를 썼던 나는 결국 중요한 문구를 빼 먹었다면서, 그 아르바이트에서 짤렸다. 친구를 이용하고 요령을 부리면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나는 그렇게 대학생 시절을 요령을 부리는 사람으로 보냈다.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다. 야구장 시합이 있을 때 야구장에 가서 전단지를 뿌리면, 하루에 2만원 정도를 벌 수 있었다. 대략 400장 정도였던 거 같다. 제대로 나누어주면, 2시간은 훨씬 넘게 걸렸다. 어느 날, 같이 알바 하던 친구 하나가 한 사람한테 몇 장씩 전단지를 쥐어주면서, 알바는 30분도 채 되지 않아 끝이 났다. 다른 친구들이 그것을 따라 했고, 나도 결국 따라하게 되었다.
다음 날, 담당자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사장님이 전단지를 몇 개씩 뿌리고 있더라 합니다. 대학생들이고 그러니, 양심적으로 그만 두어 줬으면 합니다.”
나도 물론 그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나는 그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나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기 싫었다.
“비가 오면 자주 빠지게 되어서, 규칙적으로 일할 수 없으니, 그만두겠습니다.”
물론, 그 직원은 알고 있을 것이다. 나도 그 중의 하나라는 걸. 직원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우리를 일일이 불러서 너 그랬으니, 그만 둬, 따져 묻는 게 아니라, 우리의 양심에 호소한 거다. 그렇다면, 죄송하다고 하고 떳떳하게 물러났어야 했다. 나의 젊음은 그 떳떳함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학생 시절, 나는 많은 실수들을 했다. 그 실수들 덕분에 반성을 많이 하게 되었고, 그 실수들 덕분에 나는 지금에서야 떳떳하게 살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실수는 누구나 한다. 그리고 그 실수를 용서하는 건, 상대의 몫이지만, 그 실수를 바라보는 나의 자세를 바꾸어가는 건 자신의 몫이다. 나의 실패를 통해서 배우는 내 삶의 자세. 그 자세를 나는 지금에서야 바라보고 있다.
(7) 아무것도 하지 마라
조금 늦어지면 어때, 라고 마냥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것도, 난 잘 될 거야, 라고 마냥 행복해했던 것도 아니었다. 잘 되겠지, 조금 늘어지는 거겠지, 하면서 나는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글쓰기는 마냥 미뤄두고 있었다. 아주 오랫동안 내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소설을 완성시키지도 못했고, 책을 쓰지도 못했다. 그렇게 한해 두해 마냥 흘러갔다. 어느 덧 50이 가까운 나이, 나는 이룬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삶에서 실패하기 위해서는 이때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 자신이 뭔가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무언가 갈망하는 것을 위해서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그 즉시, 자신이 해야 할 것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성공하는 방법을 잘 모르지만, 실패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너무도 잘 안다. 그 실패가 내게 어떤 교훈을 주었을까? 이렇게 하면 실패하는구나, 적어도 이렇게만 하지 않으면 성공하지는 못하더라도 실패하지는 않겠구나, 라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인생에서 실패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성공도 할 수 없지만, 실패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실패다. 도전하고 패배하고, 실패해 보아야만 한다. 그러면 실패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진짜 낙오자가 되고 싶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 가장 확실한 실패자가 되는 방법, 참 쉽죠 잉!
(8) 점점 더 욕심을 부려라
나는 가진 것이 거의 없다.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많이 가지지 못했기에 더 많이 가지려고 애를 썼다. 많이 가지려 애를 쓰면 쓸수록 가진 것은 점점 사라져갔다.
그렇다고 내가 돈을 마구마구 써댄 것은 아니다. 단지, 내 것을 아무에게도 내어주지 않고 내 것을 나누어주려고 하지 않았다. 내가 가진 것 없다는 핑계로 누구에게 무엇을 주는 것을 주저했다.
나는 받고만 살아왔다. 아는 누님과 형님한테도 늘 얻어먹기만 했고, 교회에서 만난 사람들한테서도 나는 받기만 했다. 받는 게 너무 당연한 건 줄 알았다. 내가 너무 가난해서, 내가 너무 가진 게 없어서 그것이 당연한 줄로만 알고 살아왔다.
이렇게 받기만 하는 인생은 결국,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인생이 됨을 깨달았다. 받기만 하므로 친구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받기만 하는 인생은 누군가에게 이용당하는 것도 쉬웠다. 다단계, 이단종교, 보험사기 등의 속이는 자들은 나에게 자주 접근을 해왔다. 나는 속을 뻔했지만, 그때마다 성령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성령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는 몇 번이나 사기를 당해 이단종교에 빠졌든지, 집안을 말아먹었을지도 모른다.
실패하고 싶다면, 욕심을 부려라. 그것도 점점 더 큰 욕심을 부려라. 지금의 작은 벌이, 또는 나중의 큰 벌이가 당신의 욕심 때문에 실패로 안내하게 될 것이다. 지금 작은 욕심이 조금의 성공은 가져다줄지도 몰라도 당신의 욕심이 결국엔 당신을, 또한 당신의 집안을 망하게 할 것이다.
★ 결론 ★
나는 실패한 사람이다, 라는 강렬한 신념이 나를 사로잡았습니다. 그 신념은 꽤 오랫동안 지속되어서 나는 무엇을 하든 되지 않을 거라는, 강한 자기부정에 시달렸습니다. 결과는 뻔했습니다. 미리부터 되지 않을 거라고 전제하니, 아무것도 되지 않았습니다. 취업도 되지 않았고, 글도 써지지 않았고, 사랑도 할 수 없었습니다.
실패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나는 실패한 사람이다, 라고 미리부터 전제하십시오. 확실하게 실패할 것입니다. 사람은 자기 신념대로 살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 과연, 여러분은 실패를 하기 위해 무엇을 하려고 노력하겠습니까! 아니면, 실패하지 않도록 성공할 수 있다, 라는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고 성공을 위해 노력하시겠습니까?
선택은 자신의 몫이지만, 어떻게 하면 실패할 수 있는지를 알고 그 실패를 하지 않도록 노력할 수도 있게 도와드리는 것은 저의 몫입니다. 함께 이겨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에필로그 – 실패를 통해서 배워야 할 것들 ★
이 책은 실패의 긍정적인 면을 잘 살리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실패를 통해 좌절할 수도 있지만, 실패를 통해 배울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그러므로 이 실패를 이렇게 적용해볼 수 있겠습니다. 그래, 이렇게 하면 실패하니까, 이렇게만 안 하면 성공할 수 있겠구나. 그렇게 하고 또 실패하\십시오. 그러면, 반드시 당신은 일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실패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실패를 응원하고 또 응원합니다.
작가의 말 – 실패의 또다른 요인,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무엇을 하든,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결코 실패의 요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인정을 받기 위해 애쓰느라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 인정이 회사에서의 인정이 될 수도 있고, 가정에서 부모님께 인정받으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때로 어떤 부모님들은 자식에게 인정받기 위해, 또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합니다.
책을 쓰는 사람들은 독자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을 하곤 하지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이. 문제는, 많은 경우,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다가 인정을 못 받게 되면, 그때부터 자신은 살 가치가 없다며, 자신을 비난해서 불행한 상태에 빠지는 것입니다.
저도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또 학창시절에는 시험을 볼 때,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또한 인정을 받기 위해 쓰는 것이기도 하지요. 그렇게 인정을 받기 위해 애쓰다가 결국은 제가 정말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내가 왜 인정받기 위애 노력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졌습니다.
나는 과연 나를 과시하기 위해 인정받으려고 애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정말 나를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일까? 인정받기 위해 애쓰다 보면, 결코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얼마나 행복하느냐, 또한 그 일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기도 하느냐 하는 것이죠. 어찌보면, 실패하는 방법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나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삶이죠. 나 자신만을 위해 살다 보면 주변에 아무도 중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고립된 삶을 살게 되고 누군가의 인정만을 받기 위해 애쓰는 불행한 삶을 살게 되죠.
나 자신을 존중해주고 다른 사람을 존중해줄 때, 실패의 삶은 조금이라도 멈출 수 있습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실패하는 삶에서 조금이라도 멈출 수 있습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때, 또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해주지 않을 때 실패는 쉽게 오고, 좌절하게 됩니다. 실패를 하는 방법은 이렇듯 간단합니다. 실패하십시오. 처절히 실패한다면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실패를 응원합니다.
☆ 부록 – 실패의 팁 ☆
<인생에서 실패하는 확실한 방법>
- 계획 따위, 한번에 다 할 수 있어!
- 약속 따위, 개나 줘버려.
- 배려는 무슨,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 사랑? 그게 뭐야?
<공부와 취업에 실패하는 확실한 방법>
- 복습이 무슨 말이냐?
- 우두커니 영상만 바라봐야지
- 힘들어 죽겠어, 필기는 개뿔
- 자소서 따위, 내 끌리는 대로!
- 면접 같은 거, 준비는 무슨!
- 난 안 돼, 라는 놀라운 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