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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맛있지만 다른 사람은 싫어하는 음식이 있다. 하기는 가족끼리도 입맛이 다르고 지방마다 선호하는 음식이 다르니 나라와 민족에 따라 좋고 싫은 음식이 극단적으로 엇갈릴 수도 있다. 생선 굽는 냄새에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전어가 이런 음식에 해당한다. 한일 간 미각과 시각에 큰 차이가 있다.
굽는 냄새에 과연 며느리가 돌아올 정도로 전어구이가 맛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옛날부터 가을 전어구이를 좋아한 것은 분명하다. 전어라는 이름 자체가 증거다.
정조 때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생선의 종류와 특징을 기록한 《난호어목지》에 물고기 이름의 유래가 적혀 있다.
전어는 고기에 가시가 많지만 육질이 부드러워 씹어 먹기가 좋으며 기름이 많고 맛이 좋다. 상인들이 소금에 절여서 서울로 가져와 파는데 신분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모두 좋아하므로 사는 사람이 값을 생각하지 않고 사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한다.
가을 전어의 공급이 수요에 크게 미치지 못했으니 수요공급 이론에 따라 당연히 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로 올랐는지는 선조 때 의병장으로 활동한 학자 조헌의 《동환봉사》라는 문집에 나오는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경주에서는 가을 전어를 명주 한 필을 주고 바꾸고 평양에서는 겨울 숭어를 정포 한 필로 바꾼다고 했으니 전어 값이 비단 한 필 값이고 숭어 값이 잘 짠 무명 한 필 값과 맞먹는다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한 의도는 전어 값이 비싸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것이 아니고 생선의 유통 구조가 잘못됐음을 지적하려 한 것이다. 전에는 경상도에서 전어가 많이 잡혔기에 경주에서 전어를 진상했는데 지금은 전어가 잡히지 않는데도 진상 품목에 들어 있는 까닭에 비단 한 필 값을 지불하면서라도 시장에서 전어를 사다가 한양으로 진상을 해야 하는 실정을 비판한 것이다.
실제로 전어가 주로 잡히는 곳은 서해안이다. 지금도 가을철이면 충남 서천의 홍천항, 전남 광양의 망덕포구, 전남 보성의 율포항 등에서 전어 축제가 열리는데 《조선왕조실록》 〈지리지〉 등에서 모두 전어를 특산물로 꼽은 지역이다. 그런데 공물로 전어를 바친 곳은 엉뚱하게 경상남도 경주였으니 현지의 전어 값이 비단 한 필 값까지 치솟은 것이다.
전어만큼 계절에 따라 대접이 달라지는 생선도 드물다. 전어는 다른 어종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높아 22.4퍼센트나 되고, 지방 함량은 2퍼센트 내외지만 계절에 따라 함량이 달라진다. 한여름인 7~8월에는 기름기가 적고, 겨울에 들어서는 11월이 되면 잔가시가 억세져 먹기 힘들다. 그래서 9~10월에 잡히는 전어를 최고로 친다.
그러니 가을 전어는 돈을 아끼지 않고 사 먹지만 여름에 잡히는 전어는 개나 돼지도 먹지 않는다고 했다. 전어가 많이 잡히는 남도 섬 지방에서는 강아지도 전어를 입에 물고 다닐 정도였는데 잡은 전어를 처리하지 못해 밭에 거름으로 뿌렸다. 북미 대륙 개척 초기에 바닷가재가 너무 많아 퇴비로 쓴 것과 비슷하다.
우리는 전어구이 냄새가 고소하다고 느끼지만 일본인은 다른 모양이다. 일본 말로 전어는 고노시로다. 일본 역시 가을 전어를 최고로 여기고 주로 젓갈이나 식초에 절여 먹지만 우리처럼 구워 먹지는 않는다. 일본 사람들은 전어구이 냄새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일본 중부 지방에 예쁜 외동딸을 둔 부부가 살았는데 영주가 딸의 미모에 반해 첩으로 삼으려고 하자, 부모가 ‘딸이 병들어 죽었다’고 소문을 냈다. 그러고는 화장을 한다며 물고기를 관에 넣어 태웠다. 딸 대신 넣은 물고기가 바로 전어인데, 생선 타는 냄새를 맡은 영주의 신하가 딸이 진짜 죽었다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자식 대신에 태운 물고기라는 뜻의 ‘고노시로(子の代)’라는 이름이 생겼고 일본 사람들이 전어구이를 먹지 않는 풍속도 여기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일본어 어원사전》에 실린 고노시로의 유래로, 후세에 만들어진 이야기로 추정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1924년에 발행된 일본의 풍속서인 《아키다풍속문답(秋田風俗問狀答)》에서도 아이 태반을 전어와 함께 땅에 묻는 풍속이 있는데 그래야 아이가 잘 자란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딸 대신 전어를 태웠다는 전설이 태반과 함께 전어를 매장하는 풍속과 관련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우리와 달리 일본 사람들은 전어 굽는 냄새가 고소하게 느껴지지 않는 모양이다.
#음식#역사일반
#음식으로읽는한국생활사
글 윤덕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