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아직 남아
세월은 저물었는데 노래는 아직 남아
돌아온 옛 마을에 덮고 누운 하늘 한 장
열무 씨 새로 뿌린 듯 별빛 총총 돋는다
2006년 처음으로 발간한 <정완영 시조 전집>의 초판 이름이 '노래는 아직 남아'이다.
이 책 속에는 백수 정완영 시인의 시조와 동시조 작품들이 하늘의 별자리처럼 빼곡히 들어 있다.
하늘의 별 모두가 다 아름답게 반짝이듯이 이 작품들 역시 스스로의 빛과 향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들은 우리 가슴속에서 영원히 반짝이는 별들이 될 것이다.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해마다 오늘 같은 날을 맞이하여 우리들은 파종된 멸무 씨가 쏘옥쏘옥
돋아나듯이 아름다운 시적 감성이 파르스름하게 돋아날 것만 같다.
끝으로 19세기 미국의 대중적인 시인 헨리 워즈워드 롱펠로우의 시 한 편을 인용해 본다.
화살과 노래
나는 허공을 향해 화살을 쏘았으나
화살은 땅에 떨어져 간 곳이 없었네
빠르게 날아가는 화살의 자취
누가 그 빠름을 따라갈 수 있었으랴
나는 허공을 향해 노래를 불렀으나
노래는 땅에 떨어져 간 곳이 없었네
누가 날카로운 밝은 눈이 있어
날아가는 그 노래 따라갈 수 있었으랴
세월이 흐른 뒤 고향의 뒷동산 참나무에
그 화살은 부러지지 않은 채 꽂혀 있었고
나의 노래 처음부터 마지막 소절까지
친구의 가슴속에 숨어 있었네
위의 시 내용처럼 백수 선생님이 지금까지 쓰신 1,000여편의 아름다운 시조 들은
영원한 꿈의 노래가 되어 우리들 가슴에 남아 있을 것이며 미래를 조망하는 문인들의 작품 속에
그리움의 강물로 넘쳐흐르리라 나는 굳게 믿는다. 시인, 김성수.
정완영 선생이 주장하는 시조의 다섯가지 보법(步法)
1, 정형을 지켜야 한다.
시조의 형식은 우리민족의 오랜 역사가 필연적으로다듬어 놓은 그릇이어서
정제된 우리말이면 다 담고도 남음이 있다.
2, 가락이 있어야 한다.
일상생활의 음률, 그 내재율이 무리 없이 다듬어져야 한다.
3, 쉬워야 한다.
그 이유는 시조는 국민 시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접근 할 수 있어야 한다.
쓸 적에는 깊이 고민하고 오래오래 성찰해야 하지만 구워낸 작품은 쉬워야 한다.
4, 근맥(根脈)이 닿는 시조를 써야 한다.
즉, 희(喜), 비(悲), 애(哀), 락(樂), 묘(妙), 현(玄), 허(虛),
그 밖에 어디엔가 뿌리가 닿는 작품을 쓰라는 것이다.
심심풀이 더러는 화풀이 같은 작품은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5, 격조가 높아야 한다.
비속어, 천속어 등이 난무하는 작품은 시조라 하기가 민망하다.
우리 시조는 우리 정신의 본향이요 우리 인생의 본류(本流)요 우리 생활의 내재율(內在律)이다.
그 안에는 흐름(流)이 있고 굽이(曲)가 있고 풀림(解)이 있는 시조는 가락 그 자체가 우리의 산천이요 우리의 강산이다.
우리 고향이 우리들의 심향(心鄕)이듯이 우리 시조는 우리 정신의 본향이다.
제 나라 민족시를 모르는 민족이 어떤 나라에도 없는데 우리만이 시조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제나라 민족시를 모르는 사람들은 영원한 실향민이다. 이것은 우리 민족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는 시조를 찾아 국적을 찾고 민족의 자긍심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