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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은 귀족이 하인을 다루는 기술이다. 하인을 가까이 하면 기어오르고 멀리하면 원망한다. 가까이 하면서도 기어오르지 않게 적절히 눌러주고 멀리 하면서도 원망하지 않게 다독이는 기술이 교양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불편하지 않은 정도의 긴장이 있어야 한다.
선을 지켜야 한다. 선을 넘으면 난장판이 된다. 교양은 지켜야 할 선을 조절한다. 때로는 살짝 풀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바짝 조이기도 한다. 한국은 과거제도 시행으로 귀족이 사라져서 교양이 없다. 문화예술을 모르고 챔피언에 대한 존경심이 없다. 콤플렉스를 들킨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작품을 수동적으로 감상할 뿐 직접 생산하려고 하지 않는다. 문화의 소비자 지위에 머무를 뿐 생산자로 올라서지 않는다. 황교익 같은 자가 전형적인 속물이다. 남의 음식을 평가할 뿐 직접 조리하지 않는다. 결과물을 따먹을 뿐 원인에 서지 않는다.
원인이 아니면 결과다. 우리는 원인에 서야 한다. 결과에 주목하면 속물이다. 내 입에 맞는 떡을 넣어줘. 나를 설득시켜 봐. 내 비위를 맞춰봐. 이러고 나자빠져 있다. 자기소개에 분주할 뿐 자신이 능동적으로 변하려는 마음이 없다.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인은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에 관심을 둔다. 외국인이 한국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해 한다. 그게 속물이다. 교양은 집단에 아부해서 좋은 평판을 받는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선제적으로 남을 제압하고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는 것이다. 기술 들어간다.
예술가는 사람의 마음을 갖고 노는 기술자다. 챔피언은 사람을 다루는 일의 프로페셔널이다. 한국인에게 교양은 하인이 아니라 주인이라는 신분의 표지다. 그 자체로 이미 다루어진 것이다. 난 하인이 아냐 하고 어필하려는 사람은 하인 중에서 청지기나 마름쯤 된다.
예술은 자기만족의 추구가 아니다. 예술은 대화를 끌어내는 기술이다. 다른 사람이 한 마디 하도록 만든다. 한국인은 무언가 보상을 받으려고 한다. 예술에서 무언가 얻으려고 한다. 그러다가 귀족들에 의해 길들여진 노예가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꼭두각시가 된다.
교양은 문화의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가 되는 것이다. 생산자가 갑이다. 교양은 문화권력을 틀어쥐게 한다. 대화에서 주도권을 잡게 한다. 예술은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정신적 귀족이 되어야 한다. 귀족은 구태여 남들에게 잘보이려고 애쓰지 않는다.
귀족은 사람의 마음을 조종할줄 안다. 남들이 자신에게 잘보이게 만든다. 영화는, 음악은, 소설은, 시는, 춤은, 디자인은, 문화는 그게 사람을 낚는 수단이다. 묻노니 당신은 주인공인가? 주인공의 마음을 가졌는가? 사람을 낚을줄 아는가? 빈틈없는 사람은 낚지 못한다.
신분제도는 사라졌지만 어느 분야나 귀족이 있다. 음악의 귀족이 있는가 하면 문학의 귀족도 있다. 챔피언은 있다. 그들은 존경받아야 한다.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챔피언을 존경할 마음을 가져야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존경받을 수 있다. 그래야 말을 걸 수 있다.
교양해결
미국인은 실용적인 물건은 창고에 숨겨 놓는다고 한다. 대신 많은 쿠션으로 손님용 침대를 장식하고 조화로 거실 테이블을 장식한다고. 쓸데없는 것에 돈을 쓴다. 세탁기나 청소기 같은 실용적인 도구가 눈에 띄면 안 된다. 왜? 집에 손님을 초대할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남자가 여자보다 차를 깨끗하게 쓴다는 말이 있다. 조수석에 손님을 태울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교양은 자기만족이 아니다. 나 그 음악이 너무 좋았어. 교양없는 사람의 천박한 말투다. 내가 문장의 주어가 되면 스노비즘이다. 손님을 내 문장에 초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교양은 그 자체로 스노비즘이다. 교양은 속물을 비웃는 것이면서 그 자체로 속물행동이라는게 아이러니다. 교양이 있는 사람만 모이면 교양이 없어지는 역설을 알아야 한다.
제왕무치라 했다. 귀족은 교양이 없다. 교양은 하인들을 경쟁시켜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어버리는 기술이다. 과거제도가 없는 유럽은 면접을 봐서 군주를 설득해야 했다. 군주는 귀찮게 구는 취업지망생 식객을 물리쳐야 한다. 3분 안에 군주의 관심을 끌어내려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두루 섭렵하고 더하여 자기만의 전문분야를 가져야 한다. 그게 교양이다.
명품으로 몸을 휘감고 다니는게 속물행동이다. 상대가 나를 얕잡아볼까 싶어 자신을 과시한다. 콤플렉스라는 보이지 않는 끈에 묶여 있다. 점원이 콤플렉스를 건드리면 발끈하여 충동구매를 한다. 그렇게 인간의 마음은 조종된다. 자기소개 하면 안 된다. 나 이런 사람이야. 나 돈 있어. 나 이대 나왔어. 내 아들 서울대 다녀. 그런 열등감 때문에 낚이고 마는 것이다.
교양은 상대방이 내게 말을 걸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손님을 만났는데 서로 할말이 없으면 민망하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풀어가는 방법은? 서재를 꾸며도 자기 취향대로 꾸미면 안 된다. 난 이게 좋아. 내 방은 이렇게 꾸밀래. 미친거다. 프랑스라면 서재를 인디언풍이든, 일본풍이든, 인도풍이든, 이국취미를 드러내야 한다. 그래야 손님이 내게 말을 걸 수 있다.
책상 위에는 책을 읽다가 덮어둔 것처럼 연출한다. 책을 매개로 손님이 내게 말을 걸 수 있게 유도한다. 명품을 사는 것도 이유가 있다. 그거 어딨어 샀어? 하고 말을 걸게 하는게 목적이다.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그렇게 해야 한다. 매일 머리모양을 바꾸고 옷을 바꿔입어야 한다. 너도나도 루이비똥 가방을 사면 그걸로 말을 걸 수가 없잖아. 남들과 차별화해야 한다.
한국인은 식당에서 10분만에 밥을 먹고 할 말이 없어서 잔소리나 한다. 너 언제 취직할거니? 서먹서먹해진다. 교양인들은 언제든 두시간은 떠들 수 있는 대화거리를 장만해둔다. 영화를 재미로 보나? 교양인은 영화를 대화거리로 본다. 흥행영화보다 영화제 영화를 본다. 흥행영화는 남들도 다 봐서 할 이야기가 없다. 특이한 영화를 봐야 두 시간 동안 떠들 수 있다.
일본음악은 장르가 다양한데 한국음악은 다 똑같다. 한국은 자기만족을 위해 음악을 듣고 일본은 대화의 소재로 삼기 위해 음악을 듣는다. 관점이 다르다. 중요한 것은 원인이냐 결과냐다. 일본은 원인지향적이고 한국은 결과지향적이다. 결과는 나다. 내게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게 한국인 생각이다. 이게 속물이다. 자기소개를 해서 대화 분위기를 깨는 것이다.
교양인은 나를 배제하고 인류에게 좋은 것을 말한다. 그래야 손님과 대화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이한 장르를 찾아다닌다. 한국인 중에 서울역에 전시되었다가 철거된 황지해 작가의 슈즈트리를 이해하는 사람은 열에 하나도 안 된다. 대부분 저게 예술이냐며 화를 낸다. 백남준이 피아노를 때려부수면 내가 좋은게 아니고 대화거리가 되는 것이다.
교양은 교묘한 인간차별이다. 타인을 차별할 권리를 획득하게 한다. 원래 에티켓이라는게 무도회에 어울리지 않는 촌놈들을 걸러내려고 만든 장치다. 규칙을 슬쩍 바꿔놓고 촌놈에게는 통보하지 않는다. 남들은 다 무도회의 드레스코드에 맞는 복장을 하고 왔는데 혼자 가면무도회인데 가면이 없다고? 귀찮게 하지말고 눈치껏 알아서 돌아가라는 거절의 표시다.
애초에 배제할 의도가 있다. 한국인은 교양이 없다. 바보들을 엿먹이는게 교양의 본질이라는 것을 모른다. 한국인은 내게 좋은 것을 찾는다. 음악이든 그림이든 좋아하는 것을 고른다. 미친 거다. 영국 귀족이 정원을 열심히 가꿔놓고 자랑하는게 교양이다. 내 취향대로 정원을 꾸미면 안 된다. 정원은 손님을 위한 공간이다. 이색적인 볼거리가 있어야 손님이 온다.
프랑스인은 밥을 두시간씩 먹으면서 주구장창 떠들어댄다. 대화 소재가 고갈되면 곤란하므로 손님이 지루하지 않게 최신 영화, 최신 도서, 최신 음악, 최신 유행의 트렌드를 꿰고 있어야 한다. 교양은 본질에서 속물이며 새로운 속물로 낡은 속물을 밀어내는 것이다. 자기소개 곤란하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 미술, 영화, 소설 피곤하다. 공유하는 것을 들고와야 한다.
구조병법
구조론으로 보면 선거 3개월 전에 대세가 판가름나고 이후 역전하기는 어렵다. 미국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판세는 3개월 전에 정해졌다. 민주당이 두 달 남기고 바이든에서 해리스로 후보를 갈았기 때문에 애매해졌다. 모든 전쟁은 기본적으로 방어전이 유리하다. 누가 공격하는가를 보면 승패를 짐작할 수 있다.
이명박.. BBK 주가조작사건으로 궁지에 몰려 방어했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이정희 3각편대 공격을 방어했다.
윤석열.. 김만배 등 각종 폭로에 핀치에 몰려 힘겹게 방어했다.
노무현.. 한때 67퍼센트 찍었다가 후단협에 털리며 단일화로 방어했다.
김대중.. DJP로 단번에 승기를 잡고 이회창의 집요한 추격을 방어했다.
모든 승자들의 공통점은 단번에 대세를 장악하고 이후 상대의 추격에 쫓기며 힘겹게 방어하는데 추격자가 마지막 0.7프로를 뚫지 못한다는 점이다. 막판에 격차가 좁혀지다가 골든 크로스를 찍지 못하고 다시 벌어진다. 중도표가 관망하다가 다른 사람이 A를 찍는다고 하면 나는 B 하고 청개구리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방어자가 성공하면 바로 점수를 따지만 공격자는 방어자가 맞대응하므로 서브권만 가져온다. 방어자의 점수는 확실하고 공격자의 점수는 의문부호가 붙은 반쪽짜리다. 공격은 거품이 있다. 막판에 따라잡는 흐름이 노출되면 역풍이 분다. 2016년에는 언론이 힐러리의 승리를 낙관해서 청개구리표가 움직이지 않았다.
야당의 바람은 언론에 노출되지만 여당의 조직은 감추어진다. 한국에서 여당이 쉽게 이기는 비결이다. 보통은 방어자 포지션인 여당에 청개구리가 많다. 야당의 젊은이들은 말로만 떠들고 투표를 안 한다. 공격은 이겨도 후속절차가 남아있다. 공격자가 적의 성을 점령하면 거기에 병사를 집어넣고 다시 방어해야 한다.
방어 - 공격자 숫자를 잘라먹으면 이긴다.
공격 - 서브권을 가져온 다음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 시켜야 한다.
백마고지 전투는 낮에 점령한 영토를 밤에 뺏긴다. 임진왜란에 왜는 99승을 해도 1패만 하면 패전이지만 조선은 1승만 해도 왜군을 쫓아낼 수 있다. 일본은 영토를 점령했을 뿐 자기것으로 다지지 못했다. 전쟁이 장기화 되면 방어 측이 이기는 패턴은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부터 양차 세계대전까지 일관되게 나타났다.
전쟁은 방어가 유리하므로 조금씩 쫓아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역사적으로 전쟁에 이긴 영웅들은 상대가 갖고 있지 않은 신무기를 비대칭 전력으로 사용했다. 일본은 조총을 가지고 왔다. 미국은 원자탄을 가지고 왔다. 남북전쟁 당시 북군은 연발총을 가지고 왔다. 독립전쟁 당시 양키는 저격용 라이플이 있었다.
영국군.. 뱅골 초석광산에서 나온 화약으로 충분한 연습을 했다.
몽골군.. 많은 말을 이용하여 후퇴유인하는 만구다이 전술을 구사한다.
한니발.. 알렉산더 전술을 연구하여 망치와 모루 전술을 완성했다.
로마.. 그리스군을 돌밭으로 유인하여 팔랑크스를 무력화 시켰다.
그리스.. 시민을 해군의 노잡이로 동원하여 우수한 해군을 키웠다.
모든 승리한 군대는 비대칭 전력으로 단번에 승기를 잡은 후 방어전을 수행한다. 로마군은 게르만이 부족연맹체라서 체계적인 전투의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약점을 추궁한다. 부족이 집결하기 전에 각개격파 한 다음 보루를 쌓고 방어전에 돌입한다. 왕이 없는 게르만은 로마군의 전술을 배우는데 수백 년이 걸린다.
전쟁에 이기는 방법
1. 비대칭 전력을 사용하여 압도적인 힘으로 단번에 승기를 잡는다.
2. 적이 반격하면 치밀한 방어전을 수행하여 적의 쪽수를 삭감한다.
한나라가 흉노를 깊숙히 유인하여 10만명 정도를 잘라먹으면 흉노는 인구가 부족해서 몇십 년은 조용해진다. 이후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베르됭 전투도 독일이 요충지를 기습하여 점령한 후 방어전을 수행하여 프랑스 남자 몇 백만을 제거하면 프랑스는 남자가 없어져서 항복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독일은 쪽수가 많고 프랑스는 인구가 적다. 교환비가 3 대 1이 되면 독일이 이기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교환비가 1 대 1이어서 독일이 졌다. 파리와 베르됭이 가까워 프랑스가 동원에 유리했다는게 1차대전의 본질이다. 독일의 보급선이 길어졌기 때문에 실제로는 독일이 공격하고 프랑스가 방어하는 구조였다.
전쟁은 방어전이 이긴다. 전쟁을 방어전 형태로 바꿔야 한다. 단번에 승기를 잡아야 가능하다. 조금씩 치고 올라간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특히 막판 폭로전에 승부를 걸면 망한다. 역대 선거에서 진보는 항상 폭로전을 하다가 망했다. 폭로를 하려면 3개월 전에 해야 한다. 무조건 반대로 가는 청개구리 부대 때문이다.
중도 유권자는 일단 관망하다가 유권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자를 제거하는 투표를 한다. 막판 폭로는 미디어를 이용한다. 중도는 미디어가 유권자의 권익을 침해한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에게 해명할 시간을 주지 않는 막판 폭로는 유권자를 만만하게 보는 행동이다. 유권자를 만만하게 보는 쪽을 응징하는 투표를 한다.
구조론은 마이너스다. 질에서 입자, 힘, 운동, 량으로 갈수록 뭔가 작아진다. 핵심은 질이고 질은 결합하며 결합은 단번에 만들어진다. DJP연합은 질의 결합이다. 초장에 결합해야지 막판에는 결합이 안 된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때문이다. 엔트로피 증가란 사람 손을 타면 부스러기가 나와서 결합을 방해하는 것이다.
초장에는 백지상태이므로 결합의 방해자가 없다. 첫 눈에 반해야 한다. 간 보다가 막판에 결합하려고 하면 반드시 애먹이는 자가 나타니서 훼방 놓는다. 간철수가 망하는 이유다. 정치는 선진보 후보수다. 먼저 진보의 중도확장 결합으로 대세를 장악하고 다음 보수적인 경제정책으로 올려놓은 지지율을 방어해야 한다.
전쟁이 공격이 유리하게 보일 수도 있다. 이는 착시현상이다. 공격은 적지에서 싸우므로 병사가 도망가지 않는다. 언제나 배수진을 치고 싸우는 셈이다. 그러나 이길수록 보급선이 길어져서 원위치 된다. 공격은 기습을 하므로 유리하다. 공격은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장소에서 싸우는 셈이다. 이는 비대칭 전력에 포함된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공격 측의 이점은 사라진다. 패배한 쪽이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재도전을 해오므로 공격 측의 일시적 승리는 의미가 없다. 대부분의 전쟁은 초반에 공격 측이 압도적으로 이겼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불리해져서 원위치 되는 형태로 진행된다. 한니발의 전쟁, 백년전쟁, 양차 세계대전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