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사전예약의 실패 끝에 현장에서 발권이 이루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지인들과 현장에서 2시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관람권을 손에 넣었다.
이건희 컬렉션은 수용과 변화, 개성의 발현, 정착과 모색이라는 주제로 작품들이 나누어져 전시되어 있다.
1. 수용과 변화
일제 강점기의 조선은 서구 매체인 유화가 등장하였고, 인물화, 정물화, 풍경화 등 생경한 용어의 등장과 함께 전통 서화도 변화를 모색하게 된 시기라고 한다. 이 시기의 대표 명작인 백남순의 <낙원>, 이상범의 <무릉도원> 등을 감상할 수 있었다.
백남순 작품 <낙원> 1936년 / 캔퍼스의 유채; 8폭 병풍
서양화를 공부한 1세대 한국 여류화가 백남순의 소재, 기법, 동서양의 전통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서양의 아르카디아 전통과 동양의 무릉도원이나 무이구곡도의 전통을 결합한 것처럼 동서양의 도상이 혼합된 듯한 풍경화다.
이인성 작품 <다알리아>1949년/ 캔퍼스에 유채
이인성을 길지 않은 화력이었지만 일생동안 유화와 수채화를 병행했다. <다알리아>는 그가 사망하기 몇 해 전에 제작된 작품으로 정원에 만발한 다알리아를 표현하도 있다.
변관식 작품<산수춘경> 1944년 / 종이에 수묵채색
<산수춘경>은 일본 신남화를 절충하던 창작태도에서 벗어나 실경 스케치를 기반으로 새로운 화풍으로의 전환을 예고한 것으로 주목된다. 이 작품은 이른 봄의 산천과 산 아래 마을 풍경을 표현하고 있다.
나혜석 작품<화령전작약> 1930년대 / 패널에 유채
<화령전작약>은 1934년 '이혼고백서'를 발표하여 사회적 파란을 일으킨 이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이다.
이상범 작품<무릉도원> 1922년/비단에 채색
<무릉도원>은 1922년 가을에 이상범(1897~1972)이 이상필의 의뢰를 받고 제작한 그림이다.
이상범 작품<산고수장> 1966년 종이에 수묵채색; 8폭 병풍
이도영 작품<기명절지>1920년대 종이에 수묵채색
변관식 작품<무창춘색> 1955, 종이에 수묵채색; 6폭 병풍
장욱진 작품<공기놀이>1938년 캔퍼스에 유채
장욱진이 양정고보 학 중에 조선일보 주최로 하는 제 2회 (전국학생미술전람회)에 출품하여 사장상(최고상)을 받은 작품이다.
이대원 작품<북한산>1938년 캔퍼스에 유채
이대원이 경성고보 시절에 제작한 초기작품으로 특유의 붓 터치와 강렬한 색감이 인상적이다.
변관식 작품<금강산 구룡폭>1960년대 종이에 수묵채색
김은호 작품<간성看星>1927년 비단에 채색
<간성>은 김은호의 현존하는 1920년대 작품으로 희소성이 있는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그림 속 한가로이 마작을 하며 그날의 운수를 점치고 있는 여인은 기녀로 추정된다.
박상욱 작품<유동> 1940년 캔퍼스에 유채
물감은 마치 수채화처럼 얇게 펴 바르고 니이프로 화면을 긁어낸 흔적을 남기는 방식은 박상욱의 초기 작품 세계의 특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김중현 작품<농악> 1941년 캔퍼스에 유채
김중현은 일반 서민들의 진솔한 삶의 애환과 풍속을 주제로 한 작품을 자주 그렸는데, <농악>은 바로 그런 주제의 대표적인 예이다.
박래현 작품<여인> 1942년 종이에 채색
미술학교 재학중에 그린 작품 <여인>은 박래현의 초기 여성 인물화 중 하나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채용신 작품<노부인초상>1932년 비단에 채색
작가가 만년에 그린 작품으로 근대여성 초상화다.
이종우 작품<친구의 초상 > 1926 캔퍼스에 유채
<친구의 초상>은 파리 유학시절 친구 최근우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이 작품은 전통 유화기법으로 제작되어 초기 근대미술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품이다.
김종태 작품<사내아이> 1939 캔퍼스에 유채
현존하는 김종태의 네 점의 작품 중 하나로, 초록과 남색 한복을 입은 소년이 졸음에 겨워 의자에 기대 모습을 그렸다.
윤효중 작품<물동이를 인 여인> 1940년 나무
나무를 깎아서 제작한 작품으로 인체비례는 물론 오른발을 내밀면서 걷는 동작이 매우 자연스럽다.
2. 개성의 발현
대한민국은 해방을 맞았으나 곧바로 전쟁이라는 혼란의 소용돌이를 겪게 되지만, 그 속에서도 김환기, 유영국, 박수근, 이중섭 등은 붓을 놓지 않고 작품에 전념했으며 그들의 파란만장한 삶 속에 녹아 있는 개성은 한국미술의 근간이 되었다.
권진규 작품<코메디>1967 데라코타에 유채
권진규는 견고한 조형성을 바탕으로 하여 동서양 문화의 다양한 면모를 작품으로 담아내었다. 이 작품 역시 권진규가 스케치를 여러번 남길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권진규 작품<곡마단> 1966 건칠
이 작품은 내구성이 강하고, 오랫 동안 보관할 수 있는 건칠로 제작된 부조작품이다.
권진규 작품<작품2>1965데라코타에 유채
권진규 작품<작품4>1965데라코타에 유채
권진규 작품<이순아>1968 테라코타
권진규 작품<자소상>1967 테라코타
권진규가 1950년대부터 반복적으로 제작하던 자소상의 유형 중 하나다.
김기창 작품<군마도>1955 종이에 수묵채색
1950년대 초에 입체적 동양화를 그리던 시기를 벗어나 새로운 창작세계로 진입한 김기창의 열정과 자신감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다.
박수근 작품<절구질 하는 여인>1954 캔퍼스에 유채
박수근은 일하는 농가의 여인들을 소재로한 작품들을 평생 반복해서 그렸다. 1954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박수근 특유의 색감과 마티에르가 완성도 있게 구사되어 있다.
박수근 작품<농악> 1960년대 캔퍼스에 유채
이 작품은 그림의 배경을 생략하고 인물들 사이의 원근감이나 입체감을 배제하고 간략한 선묘로만 인물들을 표현하였다. <농악>은 박수근이 농악을 소재로 그린 작품 중에서도 대작에 속한다.
박수근 작품<유동> 1968 캔퍼스의 유채
이중섭 작푸<흰소> 1950년대 종이 유채
<흰소> 또한 이중섭이 즐겨 그린 소재로 소는 전신을 드러내고 화면의 한쪽 방향을 향해 걷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중섭 작품 <닭과 병아리> 1950년대 종이에 유채
이중섭 작품 <다섯 아이와 끈> 1950년 종이에 유채
이 작품에서는 다섯 명의 아이가 줄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뒷보습을 보이거나, 앉아 잇거나 앞으로 구부리는 등 각기 다른 자세로 화면을 가득 서로 얽혀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박수근의 작품은 심리적으로 '불리 불안'의 징후를 지닌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중섭 작품 <가족과 첫눈>1950년대 종이에 유채
함경남도 원산에서 한국전쟁 중 갑작스럽게 피란을 내려와 제주도에 정착한 이후 제작된 작품으로 새와 물고기 사이에서 첫 눈을 맞으며 나뒹글고 있다.
유영국 작품<산> 1961 캔퍼스에 유채
유영국 작품<작품> 1972캔퍼스에 유채
1972년과 1974년 에 제작된 <작품>은 유영궁의 회화적 경로에 있어 일종의 전환점이 되는 시기의 작품들이다.
유영국 작품<작품>1974 캔퍼스의 유채
김환기작품<여인들과 항아리> 1950년대 캔퍼스에 유채
김환기 작품<3-X-69#120> 1969 캔퍼스에 유채
김환기의 뉴욕시기(1963-1974) 작품으로 본격적인 점화 형식이 나타나기 이전에 부분적으로 찍힌 색점이 색면 구도에 결합된 과도기적 작품이다. 이 작품의 제목 3-X-69#120은 1969년10월3일 제작을 시작한 120번째 작품을 의미한다.
3. 창작과 모색
한국전쟁의 피폐함 속에서도 미술계는 꾸준히 새로운 미술을 모색하면서 차츰 정착한다. 이성자, 남관, 이응노, 권옥연, 김흥수, 류경채, 문신, 박생광, 천경자, 김종영 등은 국내외에서 풍성한 한국 미술계를 만들어 갔다.
장욱진 작품<나룻배> 1951 패널에 유채
이 작품은 1939년에 그린 <소녀>라는 작품의 뒤변에 그려진 것으로, 장욱진은 한국전쟁 동안 부산으로 피란을 갔다가 고향으로 돌아와 전쟁기를 보냈는데 <나룻배>는 이 시기에 제작된 작품이다.
장욱진 작품<새와 아이> 1960 캔퍼스에 유채
장욱진<호도> 1975 캔퍼스에 유채
장욱진 작품<부엌과 방>1973 캔퍼스에 유채
<부엌과 방>은 장욱진이 덕소화실 시기(1963-1975)에 그린 작품으로, 집을 부엌과 방으로 구획하여 각 장소를 대표하는 사물을 배치시키고 있는데, 이 작품은 당시의 대표적인 구성방식을 보여준다.
이성자 작품<천 년의 고가>1961 캔퍼스에 유채
<천 년의 고가>는 '여성과 대지' 시리즈의 대표작으로 1965년 개인전 출품작이다.
이응노 작품<구성>1971 천에 채색
<구성> <작품>은 이응노의 1970년대 문자 추상 경향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이응노작품<작품>1974 천에 색채
김흥수 작품<한국의 여인들>1959 캔퍼스에 유채
이 작품에서 보이는 오리엔탈리즘적, 한국적 소재의 현대화 경향은 이후 김흥수작품의 주요 특징이 된다.
권옥연작품<양지> 캔퍼스에 유채
<양지>는 권옥연의 초기 작품세계를 알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박항성 작품<가을>1966 캔퍼스의 유채
<가을>은 작가의 변화되는 조형세계를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문신 작품<닭장>1950 캔퍼스에 유채
<닭장>은 문신이 국내 화단에서 활동하던 시기의 작품으로, 모자를 눌러 쓰고 한 여름 달장 앞에 앉은 인물을 통해 답답하고 혼란한 당시 현실을 반영하는 듯 보인다.
천경자 작품<노오란 산책길> 1983 종이에 색채
<노오란 산책길>은 1980년대 초부터 서정적 풍경이 담긴 여인상을 보여 주는 작품으로 모델은 천경자의 큰며느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