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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황새도 잡고 조개도 잡고 (2)
송나라의 공보가(公父嘉)와 우재 추가 정나라의 신정과 대성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 정장공(鄭莊公)이 이끄는 삼국 연합군은 송나라 땅을 유린하고 있었다.
- 영고숙이 고성을 점령하였습니다.
- 공손알(公孫閼)이 방성을 함락시켰습니다.
거침없는 기세를 파죽지세(破竹之勢)라고 한다.
정장공은 노도(老桃) 땅을 거점으로 하여 송나라 수도 상구(商丘) 근처까지 육박해 들어갔다. 그는 성밖 30리 근처에 진채를 내리고 상구를 공략할 계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때 척후병 하나가 뜻밖의 소식을 보고해왔다.
- 송나라의 공보가(公父嘉)가 신정을 공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장공(鄭莊公)은 비로소 송나라가 왜 소극적인 전법을 펴는지 그 이유를 깨달았다.
허를 찔렸다고 생각했다.
'신정이 위험하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는 마음이 다급했다. 회군령을 내리려고까지 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제족(祭足)은 어째서 그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을까?'
도성이 위험에 빠지면 본군에 급보를 알리는 것이 상식이다. 아무리 대군이라도 본거지를 잃고서는 힘을 쓸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족(祭足)은 정장공에게 신정의 급보를 알리지 않았다. 제족은 천하가 인정하는 모사요 지략가였다. 그가 급보를 전하지 않은 데에는 반드시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구나!'
정장공(鄭莊公)은 깊은 생각에 잠긴 끝에 제족의 뜻을 짐작했다.
- 이 곳은 제가 지킬 터이니, 주공께서는 마음껏 송나라 땅을 유린하십시오.
제족(祭足)은 이렇게 말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여기서 회군하면 공보가(公父嘉)의 계책에 당하는 것이다.
공보가(公父嘉)가 신정을 공격하는 것은 허장성세일 뿐, 실제로 성을 점령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지는 않을 것이다.
신정은 안심해도 된다. 정장공(鄭莊公)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 그 덕분에 고성과 방성을 점령할 수 있었다.!'
정장공(鄭莊公)은 제족의 사려깊은 혜안에 새삼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 이런 상황에서 오랫동안 신정을 비워둘 수는 없다.'
고성, 방성 땅을 빼앗은만큼 송(宋)나라에 복수하겠다는 당초 목적은 달성했다고 생각했다.
"제(齊)나라 장수 이중년과 노(魯)나라 장수 공자 휘를 모셔오너라."
두 장수가 들어오자 정장공(鄭莊公)은 송, 위 두 나라가 신정을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은 일체 내색하지 않고 자신의 뜻을 밝혔다.
"이번 송나라를 공격함에 있어 두 나라의 도움을 받아 고성, 방성 두 고을을 취하게 되었소이다. 이만하면 송(宋)나라를 벌하는 성과를 거둔 셈이오. 비록 송나라가 죄를 졌다고는 하나 명색이 공작의 나라인데, 어찌 핍박을 더 가할 수 있겠소. 나는 이쯤에서 물러갈까 하오."
"........................."
"이번 싸움에서 빼앗은 고성과 방성을 두 나라에 내드리겠습니다. 충분치 못한 보답이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점령한 땅을 자신이 갖지 않고 도와주러온 나라에게 내준다는 것은 대단한 인심이었다. 대개는 황금이나 비단으로 보답한다. 한 치의 땅이라도 넓히려고 애쓰던 시대가 아니던가.
이중년과 공자 휘는 감격했다.
'과연 천하의 효웅(梟雄)이다!'
그러나 제(齊)나라 장수 이중년은 임치성을 떠나올 때 제희공(齊僖公)으로부터 일체 보답을 받지 말라는 명을 받았었다. 그는 읍(揖)하며 정장공에게 그 뜻을 전했다.
"이번에 우리 제(齊)나라가 출병한 것은 천자의 명을 섬긴 것일 뿐, 보답을 바라고 달려온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고성 땅을 받을 수 없습니다."
거듭되는 이중년(夷仲秊)의 사양에 정장공은 하는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이번 싸움에 공이 큰 공자 휘에게 두 땅을 모두 드리겠소. 나는 진실로 땅을 탐내어 송나라를 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천하에 보여주고 싶소."
노(魯)나라 장수 공자 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정장공(鄭莊公)이 내주는 두 땅을 사양하는 말 한마디 없이 모두 받았다.
정장공(鄭莊公)의 이러한 행동은 천하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그를 칭송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춘추좌씨전>의 저자 좌구명(左丘明)도 이때의 일을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정장공의 이 같은 처사는 바름(正)을 얻었다고 하겠다. 왕명으로써 불순한 자를 토벌했으며, 그 토지를 탐내지 않고 노나라에게 내주었으니, 이는 정도(正道)를 터득한 것이다.
이중년(夷仲秊)과 공자 휘를 돌려보낸 정장공은 이내 군사를 휘몰아 신정을 향해 달렸다.
그런데 도중에서 제족이 보낸 본국 사자를 만났다.
- 송, 위 두나라 군대는 신정에서 철수하여 대나라를 향해 떠났습니다.
정장공(鄭莊公)과 제족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만큼 뜻이 통하는 사이였다. 정장공(鄭莊公)은 제족의 이 편지에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챘다.
정장공(鄭莊公)은 사자를 돌려보내고 나서 소리없는 웃음을 지었다.
'제족(祭足)과 나의 뜻이 꼭 같다. 공보가(公父嘉) 덕분에 이번에 새 땅을 얻을 수 있겠구나.'
정장공(鄭莊公)은 모든 장수를 불러 각자에게 계책을 일러준 뒤, 전군에 함매(銜枚)를 하게 하고 방향을 틀어 대나라를 향해 달려갔다.
함매(銜枚)란 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입에 매(枚, 나무조각)을 무는 것을 말한다.
은밀함을 요하는 작전을 수행하거나 이동시에 사용하는 도구이다.
정장공이 전군에 함매(銜枚)를 명한 것은 그만큼 자신의 움직임을 적에게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 다음에 계속........
출처 - 평설열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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