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세계관 (연기(緣起)
부처님이 수행자로서 깨달음을 얻으신 직접적인 내용은 연기법(緣起法)이였습니다.
연기란 모든 것은 원인이 있으며원인으로 생겨나고, 원인이 사라지면 소멸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설명하셨습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게 되고
이것이 일어나므로 저것이 일어난다.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게 되고
이것이 소멸하므로 저것이 소멸한다.
此有故彼有 此生故彼生 此無故彼無 此滅故彼滅
『雜阿含經』, 阿含部, T2, p.66下25.
연기법은 인연법 또는 인과법이라고도 하는 것으로서 모든 것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관계 속에서 생성되어 존재한다는 진리입니다.
즉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바로 이런 연기의 법칙 즉,
서로 원인과 결과가 되어 서로 의존하며 생겨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물은 따뜻한 온도에서는 물방울이지만,
차가운 온도에서는 얼음이 되고,
뜨거운 온도에서는 수증기가 되는 현상과 같습니다.
또 물질만이 아니라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인데
사람도 관계속에서 존재합니다.
예를들면 회사에서는 악독한 상사이지만,가족에게는 한없이 자상한 아버지일 수 있습니다.
이 연기법에 의하면 우리의 고통과 슬픔은 독자적으로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해서 신의 뜻이나 숙명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과거의 원인이나 현재의 원인과 조건이 있게마련입니다.
부처님은 이 연기의 법칙이 부처님께서 만든 것도 아니며,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든 나오지 않든 진리로서 작용하는 것이며
부처님께서는 이 진리를 단지 깨달았을 뿐이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므로 저것이 일어난다.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 이것이 소멸하므로 저것이 소멸한다”는
가르침은 흔히 ‘연기의 기본공식’이라고도 일컬어지지만
불교사상사의 흐름속에서 연기설은 12연기로 정형화됩니다.
이러한 초기경전상의 연기설은 오랜 불교 사상사의 흐름 속에서
업감(業感)연기설,
아뢰야식(阿賴耶識)연기설,
진여(眞如)연기설,
법계(法界)연기설 등으로 전개가 되는데
연기의 기본공식인 핵심은 변하지는 않지만
연기의 철학적 내용은 사상사에 따라 다르게 발전하게 됩니다.
12연기는 괴로움(老.死.憂.悲.苦.惱)이
성립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유전(流轉) 연기’와
괴로움이 소멸하게 되는 과정을 나타내는 ‘환멸(還滅)연기’의
두 방식으로 설해집니다.
“무명(無明)을 원인으로 행(行)이 일어나고,
행을 원인으로 식(識)이 일어나고,
식을 원인으로 명색(名色)이 일어나고,
명색을 원인으로 육입(六入)이 일어나고,
육입을 원인으로 촉(觸)이 일어나고,
촉을 원인으로 수(受)가 일어나고,
수를 원인으로 애(愛)가 일어나고,
애를 원인으로 취(取)가 일어나고,
취를 원인으로 유(有)가 일어나고,
유를 원인으로 생(生)이 일어나고,
생을 원인으로 노사우비고뇌(老死憂悲苦惱)가 일어난다.”는
순서로 설명하는 것이 유전연기입니다.
반대로
“무명이 멸(滅)하는 것을 원인으로 행이 멸하고
행이 멸하는 것을 원인으로 식이 멸하고,
생이 멸하고, 노사우비고뇌가 멸한다”는 순서로
설해지는 것이 환멸 연기입니다.
이것을 자세하게 표현하면 아래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