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 (45)
● 제2장 색한 서문경 21회
서문경이 안방으로 들어가자, 왕파는 곧 준비해 놓은 술과 안주를 가지고 뒤따라 들어가서 탁자 위에 차렸다. 어제는 젓가락이 세 개였지만, 오늘은 두개였다.
“그럼 둘이서 재미있게 드세요”
“할멈도 한잔하고 나가구려”
서문경이 인사치렌지 진정인지 한마디 던진다.
“아닙니다. 이 늙은이가 있으면 방해가 될테니까 물러가겠으니, 아무쪼록 둘이서 많이 들고 많이 ..... 헤헤헤, 젊을 때가 좋은 거라우.
나같이 늙어 놓으면 아무 소용도 없다우”
왕파는 방을 나가 방문을 닫으면서 또 익살스럽게 한마디 던진다.
“나는 동가 쪽으로 특급 술을 사러 갈테니까 마음놓고... 헤헤헤...”
방안에서 서문경과 금련이 주고받는 말소리가 들려오자, 왕파는 가만히 문밖에 멈추어 서서 잠깐 엿 듣는다.
“재미있는 늙은이라구. 저 늙은이 덕택에 내가 당신을 이렇게 내 사람으로 만들었지 뭐야”
“저도 당신 같은 분을 만나게 해준 저 할머니에게 속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왕파는 콧등을 찡그리며 흥, 가볍게 콧방귀를 뀐다.
인간 덜돼먹은 것들, 남의 여편네를 함부로 손대는 놈이나, 서방 있는 년이 남의 남자하고 놀아나는 년이나 그 놈에 그년이지 뭐야.
개지, 개.....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 뱉으며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도록 살금살금 가게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어제처럼 가게 문을 닫을까 하다가 그러면 오히려 남의 눈에 이상하게 비칠 것 같아서 왕파는 가게와 안쪽으로 통하는 문만을 닫아걸었다.
손님도 없는 시간이어서 창가에 앉아 왕파는 또 뜨개질을 시작했다.
한참 뜨개질을 하고 있던 왕파는 슬그머니 안방 쪽으로 호기심이 갔다.
어쩌면 지금쯤 두 연놈이 한창 재미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싶으니 그냥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뜨개질하던 것을 놓고 슬그머니 일어났다.
안쪽으로 통하는 문을 소리 없이 열고서 숨을 죽이며 살금살금 안방 쪽으로 다가갔다.
방문 밖에 그림자처럼 멈추어선 왕파는, 귀를 살며시 기울여 방안을 엿듣는다.
“여보, 꿈 같아요”
“나도”
“꿈이 아니죠?”
“아니지”
“나 좋아?”
“좋고 말고”
여자와 남자가 속삭이는 소리도 들린다.
왕파는 귀로 엿듣는 것만으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조심스레 침을 한 번 삼키고는 방문을 빼꼼히 소리 없이 조금만 열었다.
그 벌어진 틈사이로 바짝 한쪽 눈을 가져갔다.
다음회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