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했는데, 아직 내 인생은 한창이다. 노후대비도 잘 해둔 것 같지 않은데 앞으로 남은 세월을 어찌 보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다.
서울 평균 퇴직, 男 53세·女48세
市, 50~64세 1000명 조사…
재취업 골든타임은 10개월
제2의 인생 준비
우리 사회 55세의 자화상…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직장인에게 55세는 인생의 대전환점이다. 직장을 떠나든 남든 숱한 격변(激變)이 55세를 중심으로 앞뒤 몇 년 사이에 일어난다. 특히 직장인들의 '명목상' 퇴직이 이때 시작된다. 법적 정년은 60세가 됐지만, 55세를 염두에 두고 준비한 사람과 대책 없이 세월을 보낸 사람이 누리는 삶의 질과 행복 수준은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인생 2막을 제대로 살려면 경제적 여유, 건강, 삶의 보람 등 3대 필수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돈과 건강은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2014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들은 가장 많이 겪는 어려움으로 건강문제(65.2%)와 경제적 어려움(53%)을 꼽았다.
정년이 60세로 연장돼도 퇴직은 결국 50대 중반에 몰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도 기업들 대부분이 55세 이상을 정년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퇴직은 그보다 빠르다. 경총 관계자는 "직장인들의 실제 퇴직 연령은 평균 53세 정도"라며 "정년이 60세로 연장돼도 실제 퇴직은 평균 55세 전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회 변화와 직장 생활의 일정을 감안한 준비와 관리는 갈수록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마음 편한 은퇴를 위해 퇴직 10년 전부터는 착실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10년이 중요한 이유는 재취업 등을 위해선 전문성이나 취미·적성 등을 찾아 개발해야 하고, 연금 등을 꼼꼼하게 분석해 필요한 노후 자금을 축적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퇴직 준비를 10년·5년·1년 단위로 나눠 단계별로 체크할 사항을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 관련기사
재취업을 위한 준비
요즘 은퇴를 앞둔 중장년의 노후 계획은 이전과는 많이 다르다. ‘액티브 시니어’라 불리는 이들은 자식에게 기대기 보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나가길 원한다. 때문에 그들은 재취업·창업 등 인생 2막을 위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서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가운데, 기업 차원에서도 직원의 은퇴 후 삶을 설계해주는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작년, 조선비즈가 주최했던 제4회 ‘4060 인생설계박람회’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은퇴 이후의 ‘인생 2막’을 준비하기 위해 구직 상담을 받고, 전문가 강연을 들으려는 중·장년층 2000여명이 몰렸다.
4060 인생설계 박람회는 1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일반 중소기업과 이력서 사진 촬영 업체, 일자리 상담 업체 등 53개사가 참여했으며 은행 및 금융 회사가 금융·재테크관을, 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 등이 일자리 지원관을 개설해 중·장년층의 구직 문제를 상담했다.
이날 박람회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사소한 정보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펜과 메모장을 손에서 놓지 않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리 인쇄해온 이력서를 갖고 와, 적극적인 구직 활동에 나선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퇴직 후 '제2의 직장'을 찾는 50·60대 실버 구직자들 사이에 자격증 따기 바람이 불고 있다. 젊을 때 경력을 바탕으로 헤드헌팅 회사나 인맥을 통해 알음알음 재취업을 시도하던 장년층 재취업 시장에서 '스펙' 쌓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취업 포털 '벼룩시장구인구직'이 작년 상반기 자사 사이트에 등록된 구직자들의 이력서를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 구직자 2000여명 가운데 자격증을 하나라도 소지한 사람은 60.2%에 달했다. 50대 이상 구직자 9명 중 1명(11%)은 자격증을 2개 이상 가지고 있었고, 10개 이상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50대 이상 구직자도 4명 있었다.
실제 각종 자격증 시험에 응시하는 50대는 점점 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기술자격증 필기시험을 접수시킨 50대 이상은 16만1492명으로, 2010년(10만6537명)에 비해 50% 이상 늘었다. 자격증 취득자 역시 같은 기간 2만8193명에서 3만9275명으로 크게 늘었다. 20대 응시자는 2010년 100만2899명에서 2014년 102만2747명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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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이후, 재테크
작년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25~59세 전국 성인남녀 29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2015 한국 비은퇴 가구의 노후준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노후생활에 필요한 자금은 평균 226만원으로 분석됐다.은퇴후 월 226만원 필요,
현실은 평균 월 100만원 준비
가구 형태별로 보면 독신가구는 월평균 필요자금(140만원)의 64%(89만원), 기혼부부들은 필요자금(249만원)의 45%(112만원)를 준비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자녀가 있는 부부는 준비자금 예상 비율이 필요자금(252만원)의 43%(109만원)로 떨어져 상대적으로 노후 준비가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 자녀들에 부담 주며 용돈 받느니… 집 줄여 노후자금으로 써라
▶ 물가 고려해 노후자금 따져보자
▶ "은퇴 후 자산관리는 '도축업자' 아닌 '젖소사육업자'처럼"
은퇴 이후, 생활
귀농·창업을 준비한다면…
"귀농·귀촌을 하는 데만도 5억원 이상 든다고 하는데 무작정 도시를 벗어났다가 인생 후반에 쓸 자금을 모두 잃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일정 기간 농촌 지역에서 일을 해보며 자신의 적성과 맞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는 지자체와 협력해 귀농·귀촌에 관심이 많은 은퇴자가 2주 동안 실제 농촌 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원자는 실제 농촌 지역에서 농사일을 하고 보수를 지급받는다. 지원자는 농촌 생활을 하며 자신의 적성과 맞는지 확인해볼 수 있고 귀농·귀촌 정착에 실패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