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의 식품이야기
밴댕이가 요즘 제철을 맞았다. ‘오뉴월 밴댕이’란 말도 있는데, 이는 능력·자질은 변변치 않으나 때를 잘 만난 것을 뜻한다. 음력 오뉴월은 밴댕이의 산란기다. 이 무렵에 잡힌 밴댕이 맛은 최고다. 살이 제법 두툼해지고 지방이 많아 기름지다. 회를 쳐서 먹으면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충남 서천군이 5∼14일 ‘밴댕이, 꼴갑회유~’라는 주제로 축제를 여는 것은 밴댕이와 꼴뚜기·갑오징어가 한창 맛이 오른 시기여서다.
밴댕이는 멸치와 닮은 데가 많은 생선이다. 비늘·색깔 등이 비슷하다. 성질이 급하고 물 밖으로 나오면 바로 죽는 것도 공통점이다. 하지만 차이점도 있다. 우선 밴댕이는 길이가 15㎝가량으로 멸치보다 크다. 또 멸치보다 훨씬 납작하다. 멸치는 아래턱이 위턱보다 적은 데 비해 밴댕이는 아래턱이 돌출돼 있다. 맛이 절정인 시기는 멸치가 두세 달 빠르다. 멸치는 산란 직전인 초봄에, 밴댕이는 늦봄이나 초여름에 잡아야 지방 함량이 가장 높다. 국물 조리법도 정반대다. 멸치 국물은 센 불에 끓이다 약한 불로 줄여야 제맛이 난다. 밴댕이 국물은 약한 불로 시작해 점점 센 불로 끓여야 맛이 깊게 우러난다.
영양적으로 밴댕이(생것 100g당)는 단백질(16.3g)·칼슘(173㎎)이 풍부한 생선이다. 청어과의 등푸른생선답게 지방 함량이 상당히 높다(16.5g). 그러나 지방이 많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방의 대부분이 혈관 건강에 유익한 DHA, EPA 등 오메가-3 지방(불포화지방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병후 회복 중인 사람, 몸이 허약한 노인, 성장기 어린이, 입맛을 잃은 사람, 임산부 등에게 추천할 만하다. 양질의 단백질과 칼슘·철분 등이 풍부하다. 특히 말린 것은 칼슘 함량이 100g당 1578㎎에 달한다. 말린 큰멸치(1905㎎)에 버금간다.
멸치보다 크다지만 밴댕이 역시 커봐야 성인의 손바닥만 하다. 외모는 볼품없지만 맛은 훌륭하다. 회·젓·구이·탕·전골 등 다양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다. 석쇠에 노릇노릇 구운 것이 밴댕이구이다. 밴댕이젓은 오묘한 맛의 발효식품이다. 밴댕이젓을 파·마늘·풋고추 등 양념과 함께 버무리면 밑반찬으로 그만이다. 젓국은 김치 담글 때 유용한 천연 조미료다. 김장할 때 젓국을 사용하면 특유의 발효미(味)가 우러난다.
밴댕이의 한자 이름은 소어(蘇魚). 지방에선 반댕이·순뎅이·띠포리(영남) 등으로도 불린다. 남해와 서해에서 주로 잡힌다. 그래서 예부터 강화·인천·통영 등에서 밴댕이 요리가 발달했다. 경상도에선 밴댕이를 김치에 넣거나 김치찌개·국수 국물을 내는 데 사용한다.
좋은 밴댕이는 전체적으로 겉표면의 은빛이 투명하면서 몸통이 울퉁불퉁하지 않고 고른 것이다. 가능한 한 빨리 먹는 것이 상책이다. 살이 물러 상하기 쉽기 때문이다.
첫댓글 밴댕이는 음력 5~6월(양력 6~7월)이 제철, 즉 여름이 제철이다
전어는 가을이 제철